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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코알라 Nov 25. 2022

엄마~ 나는 1학기용 회장이야~

나의 아이가 말했다.

3학년이 되기를 손꼽아 기다린 아이,

이유는 단 하나, 3학년부터 학급에서 회장 선거가 있기 때문



아이는 3학년이 되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이유는 단 하나, 3학년부터 학급에서 회장을 뽑는 선거가 있기 때문이다.


유명해지는 것이 소원이라는 아이는

리더십이 있고 사교적이며 자기주장을 논리적으로 펼칠 줄 아는 강점을 가졌다.

욕심도 많고 명예욕까지 있는 아이에게

초등학교 첫 회장 선거가 얼마나 두근거리는 도전이었을지 상상이 된다.


나와는 너무 다른 아이.

초등학교 시절부터 학창 시절 내내 남 앞에 나서는 것을 싫어하고

줄곧 눈에 띄지 않는 조용한 학생이었던 나와는 다른 아이의 강점이 엄마지만 매력적이고 부럽기도 했다.



드디어 학급 회장 선거가 있던 날 아침,

등교 직전까지도 출마 연설 연습을 하고 등교한 아이는 과연 회장이 되었을까?



유난히도 교문 앞에서 하교하는 아이를 기다리는 기다림의 시간이 길게 느껴졌다.

아이에게 도전하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것이니 혹시 되지 않더라도 실망하지는 말라고 말해주었지만

내심 아이가 회장이 되기를 바랐던 건 엄마의 찐 마음이다.


아이가 보이기 시작했다.

표정만으로는 알쏭달쏭 알 수가 없었는데,

나에게 달려온 아이는 이내 수다 보따리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회장 선거에 나온 후보는 10명이 있는데 아이는 1표 차이로 반장에서 떨어졌다며

아쉬운 마음을 고스란히 전해왔다.

남자아이가 반장이 되었는데, 아무래도 우리 반에 남자아이가 많아서 남자 친구에게 표가 많이 간 것 같고,

후보는 여자아이들이 많이 나와서 여자 친구들 표가 분산된 것 같다는 그 사이 나름의 분석까지

그럴듯하게 전하면서.


엄마, 근데 나 부회장 됐어~~!

회장 선거에서 떨어지고 아쉬워할 새도 없이 부회장 선거가 시작돼서 바로 나갔어~~



1표 차이로 반장에서 떨어졌다고 아쉬움을 전하는 아이에게 위로를 건네려는 순간

아이는 소리쳤다. 

"엄마, 근데 나 부회장 됐어!"


아이의 이어지는 말은 이랬다.

회장 선거에서 1표 차이로 떨어진 걸 아쉬워할 새도 없이 바로 부회장 선거가 시작되어 나가게 되었고

총 12표를 받고 부회장이 되었다는 것.

아이는 부회장이 된 것에 큰 만족감을 가지며 그날 그렇게 상기된 표정으로 한참을 더 이야기를 이어갔다.



2학기 회장 선거를 앞두고 아이가 말했다.

"엄마 난 1학기용 회장이니까 2학기엔 안 나가고 이제 4학년 1학기에 나갈 거야"



여름방학이 지나고 2학기 회장 선거를 앞두고 아이가 말했다

"엄마 난 1학기용 회장이니까 2학기엔 안 나가고 이제 4학년 1학기에 나갈 거야"

"1학기용 회장? 왜 그렇게 생각했어?"

"응, 내가 생각해봤는데 1학기에는 친구들이 서로 다 모르는 상태니까 나처럼 리더십이 있고

카리스마가 있는 아이가 친구들이 보기에 회장으로 뽑아줄 가능성이 많은 거 같아

근데, 2학기에는 이제 서로 친구들의 특징을 다 알았기 때문에 카리스마가 있는 나를 좋아하는 친구도,

싫어하는 친구도 있을 수 있거든. 2학기에는 1학기에는 잘 몰랐지만 조용히 자기 할 일을 하면서도

친구를 잘 도와주는 조용하지만 상냥한 친구가 친구들이 뽑아줄 가능성이 많을 것 같아. 

우리 반에 딱 그런 친구가 있거든~ 내 생각엔 그 친구가 회장이 될 가능성이 많아"


나름 논리가 있는 아이의 말이 설득력까지 있어 보였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그래서 자기는 1학기용 회장이라는 철저한 자기 이해와 분석까지.



자아존중감이 높은 아이, 자기 객관화가 분명한 아이

나중에 실패를 맛보아도 그 강점이 스스로 일으키는 힘이 될 거라 믿기에



자아존중감이 높은 아이는 자기 객관화도 분명하다.

이 점이 아이의 최대 강점이라 생각한다.


나중에 무엇을 하든, 어떤 경험에서 실패를 맛보게 되든 

그 강점이 아이를 스스로 일으키는 힘이 될 것이라 굳게 믿는다.




2학기 회장 선거가 끝나고 아이가 말했다.

"엄마~ 내가 말했었지? 진짜 내가 예상했던 친구가 회장이 되었어~

난 4학년 1학기를 기다릴 거야"







#3학년

#1학기용회장

#나의아이가말했다

#육아에세이

#엄마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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