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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인희 Oct 22. 2019

여행 편지 11

사람이 불편한 타이베이 시립동물원

은성 엄마. 5주 동안 3개 나라와 8개 도시를 자유여행으로 가겠다고 했을 때 당신은 은성이가 잘 버틸 수 있을까 걱정했잖아. 내 기대 이상으로 잘 먹고 잘 걷고 잘 자. 문제는 나야. 체력 회복이 더뎌도 너무 더디다. 발바닥 통증마저 생겼어. 


오늘은 국부기념관과 타이베이 101 그리고 타이베이 시립동물원을 차례로 다녀왔어. 국부기념관과 타이베이 101은 아침나절에 쓱 둘러보고 동물원에서 오후 내내 시간을 보냈어. 국부기념관은 중정기념당과 비교도 해보고 근위병 교대식을 볼 겸 들렀고, 타이베이 101은 처음부터 전망대에 올라갈 생각 없이 그저 얼마나 높은 건물인지 건물 앞에 가서 내 눈으로 직접 봐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가게 됐어. 타이베이 101은 시내 곳곳에서 타워 꼭대기 일부가 보이는데, 아마도 도시 전체가 평평한 대지이고 높은 산과 건물이 드물기 때문이겠지.




중국과 대만이 모두 국부로 추앙하는 쑨원. 국부기념관은 쑨원을 기리는 곳이야. 건물 외관은 중정기념당의 국가음악청과 비슷한 듯 다른데, 전시관 내외부 규모는 중정기념당에 못 미쳐. 그래도 한 시간마다 진행하는 근위병 교대식은 물론이고, 쑨원 동상이 있는 로비만큼은 중정기념당의 구조와 분위기를 빼다 박았어.  

국부기념관 / 쑨원 동상

국부기념관에서 타이베이 101까지는 걸어서 15분 남짓. 이제 은성이는 1.5km 안팎 거리는 불평불만이나 힘들다는 말도 없이 걸어 다녀. 집에서는 절대 걷지 않던 거리잖아. 어제도 5km는 족히 걸었을 텐데. 


국부기념관 정문 계단에 서서 바라보는 타이베이 101은 그저 하늘을 찌를 듯 높다, 하는 생각에서 머무르지만 타워 1층에 서서 건물 위를 올려다보면 아찔한 높이와 묵직한 위압감에 압도되는 기분에 사로잡혀. 전망대는 오르지 않기로 했어. 타이베이에 다시 오더라도 오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면 오를 일 없을 거야. 서울타워 전망대도 기회가 없지 않았지만 아직 오르지 않은 것처럼.       

타이베이 101

타이베이 101에서 동물원까지는 버스를 타고 이동하기로 했어. 지하철에 비해 버스 요금이 훨씬 저렴하거든. 1시간까지는 지하철, 버스 환승 할인도 되고. 


타이베이 시내를 한참 벗어난 외곽으로, 산을 넘고 강을 건너 산기슭으로 가는 듯 버스는 한참 달리더니, 동물원이 그곳에 있어. 마오콩 곤돌라를 타고 동물원역에 내려 입구에서 다시 셔틀로 이동해서 내리는 곳에서 관람이 시작돼. 동물원 정문으로 들어가서 오르막길을 따라 관람하는 코스와 동선이 완전히 반대야. 

마오콩 곤돌라 / 타이베이시립동물원

가오슝 서우산 동물원만큼 이곳도 동물을 사람이 사육하지 않고 저들이 원래 살던 환경에서 살도록 둔다는 생각을 하게 돼. 서울대공원 동물원도 그랬었지 아마. 그러려면 역시 공간이 넓어야 하는데, 이곳도 어지간한 체력으로는 모든 동물을 일일이 볼 엄두도 내지 못할 만큼 넓어. 사람이 불편할수록 동물은 살기 편하겠지. 


내 다리가 내 것이 아니게 됐을 때 사자를 봤어. 사자는 다른 동물원에서도 많이 봤지. 그런데 오줌 누는 수사자를 봤어. 은성이도 처음 봤을 거야. 살기 편해서 그랬을까 그저 오줌이 마려웠을까. 구경하는 사람 앞으로 바짝 다가와서는 오줌을 누는데 닭살이 돋더라. 운이 좋게 판다도 보고 헤엄치는 하마도 실컷 보고 온갖 잡동 새도 내 주변을 날아다녔지만 오줌 누는 수사자의 표정과 행동은 잊히지가 않아. 


참. 은성이는 덩치가 녀석만큼 큰 새 옆에서 얼쩡대다가 새 부리에 엉덩이를 쪼였어. 호되게 당하고도 금방 까먹고 또 얼쩡거리는데 도저히 말릴 방법이 없네.  



10일 차 여행 경로

호텔 G7 - 국부기념관 - 타이베이 101 - 타이베이 시립동물원 - 호텔 G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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