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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상담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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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인호 Jul 27. 2023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은 한 끗 차이예요.

상담 일지 ①

“인호님은 본인에 대해 참 잘 알고 계시네요. 하지만 아는 것과 이해하는 것은 달라요. 앞으로는 스스로를 이해하는, 즉 본인을 운용해나가는 연습을 해 나가면 될 것 같아요.”


상담을 시작했다. 이 곳에서 나는 내담자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모양이다. ‘대체로 건강한 편입니다.’라며 시작한 사전 설문지의 마지막 문장은 아이러니하게도 ‘극복하고 싶습니다.’로 끝났다.


선생님은 덤덤하게 써 내려간 내 글을 읽고, 심심치 않은 위로의 말을 건네며 대화를 시작했다. 상담은 좋았다. 끊지 않고 말을 들어주는 것도, 내 이야기를 A4용지에 마인드맵처럼 그려가면서 정리해 주는 것도. 무엇보다도 내 앞의 상대에게 잘 보이기 위해 억지로 말을 꾸며낼 필요가 없어서 좋았다.


“내게 너무 나쁜 사람을 경계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내게 너무 좋은 사람도 경계해야 해요. 양극단을 원으로 만들었을 때 둘은 만나게 되어 있어요. (내게) 너무 좋은 사람과 너무 나쁜 사람은 한 끗 차이예요. 양극단의 중간에서 넓지 않은 진폭으로 움직이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에요.”


가만보면 관계의 종말은 대부분 ‘너무 좋았던 사람’에게서 왔다. 내게 무해한 사람은 어디쯤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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