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일지②
‘카눈’이라는 이름의 태풍 상륙이 임박했다. 폭풍 전야(暴風前夜)라고 하기에는 이미 비바람이 아주 세차게 불고 있다. 상담을 받으러 나서는 길에 우산이 한 번 대차게 뒤집혔다. 우스운 꼴을 감추려 이내 아무렇지 않은 듯 반동을 주어 우산을 다시 뒤집었다.
세 번째 상담이라 그런지 벌써 이곳이 익숙하다. 오늘도 어김없이 상담 선생님은 직접 로비로 마중 나와 방으로 안내해 주셨다. 우리는 아마 서로 꽤나 반가울지도 모르지만, 직접적으로 반가움을 표현하지는 않는다.
“누군가를 얘기할 때 아이 같다는 표현을 자주 쓰시네요. 혹시 칭얼거려 본 적이 있으세요?”
나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본인이 되고 싶은 어른의 모습이 분명한데다가, 스스로 아이 같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하시는 것 같아요. 실제로 어린 시절부터 칭얼거리거나 투정 부릴 상대가 없었던 것도 한몫했을 테고요. 그러니까 아이 같은 행동을 하는 어른들이 이해 가지 않거나, 못마땅할 수도 있어요. 순간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사람들이요. 인호님은 평생 그런 감정들을 참고, 조절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어른도 분명 아이 같은 면이 있잖아요. 인호님도 한 번 칭얼거려 보세요. 어쩌면 조금은 그들을 이해하게 될지도 몰라요.”
내게 다정한 목소리로 나긋나긋 말하는 선생님을 응시하며, 나는 한 편으로 어린 시절 내가 가장 싫어하던 어른의 모습이 깃들여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어쩌면 내가 끔찍이도 싫어했던 유형의 사람이 나의 상담 선생님인 것이 축복이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내가 용서해야 할, ‘우리 엄마’의 모습을 하고 있는 사람들.
“그러니까 이 곳에 와서 마음껏 칭얼거리고 아이처럼 떠들다 가세요.”
다정히 웃으면서 말씀하시는 선생님의 말에 나는 평소의 퉁명스러움 대신, 최대한 다정하게 웃으면서 알겠다고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