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인혁의 리얼월드 Oct 17. 2016

상대의 반응에 속지 마라.

진짜 속내는 말에 있지 않다!

한 유력 여성 잡지사가 주부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습니다. 더욱 경쟁력 있는 매거진을 만들겠다는 목적에서였습니다. 질문의 내용은 세가지로, 첫번째는 '현재 시중에 나온 여성잡지들에 대한 불만이 무엇인가'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설문자들의 응답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광고가 너무 많다'

'지나치게 두껍다'

'가십거리가 너무 많다'

'루머나 스캔들 따위의 쓸데없는 내용들이 많다'

'애들 볼까 무서울 정도로 낯 뜨거운 장면이 많다'


설문자들의 반응은 꽤나 분명해서 무엇이 사람들로 하여금 불편하게 만드는지를 잘 알수가 있었죠. 그리고 또 하나의 질문이 있었습니다. '당신이 원하는 잡지는 어떤 내용을 주로 다루었으면 좋겠는가'였습니다. 주부를 대상으로 하는 설문답게 그 반응은 '육아, 인테리어, 리모델링'과 같은 내용들이 다수를 이루었습니다.


요약하자면, '無섹스, 無스캔들, 無루머’ 였죠.


핵심은 마지막 질문이었습니다. 이렇게 고객의 의견을 수용하는 3무 정책으로 주부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한다면 기꺼이 정기구독을 하겠는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응답자의 95%는 YES라고 대답했습니다.


잡지사 사장은 무처 고무되었습니다. 결국 기존의 가십 주제의 잡지들과는 완전히 차별화된, 진정한 여성 고객을 위한 매거진을 창간하기에 이릅니다. 이것이 1989년 창간된 건전 여성잡지 '마리안느' 지였습니다. 마리안느는 정말이지 당시 고객의 의견을 철저히 반영하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마리안느는 창간 17호만에 부도가 나 버렸습니다. 잡지는 철저하게 안팔렸고 회생이 불능했습니다. 도대체 조사를 어떻게 했길래 타케팅 대상의 소비자들이 마리안느를 선택하지 않았던 것일까요.


예상이 가시죠? 소비자들은 '거짓말'을 했기 때문입니다. 아니, 어떻게 한 두명도 아니고 적어도 신뢰도를 확보할 수 있는 수준의 샘플을 뽑아서 조사 했을텐데 그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유사하게 거짓말을 했다는 걸까요? 사람들이 여성지를 사는 이유는 불만이라고 지적했던 바로 그 부분 때문이었죠. 낯 뜨겁다고 대답했지만 사실 즐기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연예인 누가 결혼한단다, 누구와 몰래 만난다더라, 헤어졌단다, 숨겨진 아들이 있다더라등의 얘기들은 그 자체로 흥미진진한 소설을 읽어내려가는 긴박감을 선사해 줍니다. 이 부분이 없으면 재미가 없죠. 게다가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수많은 광고들, 사실은 오히려 한 페이지 한페이지 넘기면서 음미하기까지 합니다. 그런데도 소비자들은 이런걸 다 빼버리고 자녀교육,인테리어, 문화, 독서등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요구한다고 응답했고, 그 말을 믿은 마리안느는 '새' 된 거죠. 건전 잡지조차 성적인 내용이나 누구누구의 체험 고백 등을 꼭 다루고 넘어갑니다.


저널리스트 마이클 르고는 이를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현상이라고 지적합니다. 쉽게 말하면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자신의 솔직한 생각을 얘기하기 보다는 '사회적으로 옳다'고 받아들여지는 생각들을 이야기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견해가 일반적인 사람들의 생각과 다르다는 것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하고, 일반적인 견해가 무엇인지 정확히 모를 때는 도덕적이고 합리적인 입장을 취하는 경향을 가지는 것입니다. 이유는 혹시 내가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이 뭐라 하지 않을까, 괜한 말을 한 것이 아닐까, 잘 모르는데 얘기했다가 망신당하지 않을까, 이상하게 바라보지는 않을까 등등이 그 원인이라는 겁니다.


그러다보니 대중사회라는 것도 실상은 개개인의 개성과 자유로운 사고가 살아숨쉬는 공간이 아니라 어떤 힘에 의해서 만들어진 보편적인 집단 지성을 따르는 형태가 되는 것입니다. 개인은 선해도, 집단은 이기적일 수 있는 것이 이런 이유에서 연유하는 거죠. 반대로 개인은 이기적인 것 같아도 그 집단은 선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요.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우선 여론조사는 절대로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여론조사가 이렇게 신뢰하기 어려운 점들을 내포하고 있음에도 우리는 그런 여론조사 결과를 또 수용한다는 점이죠. 남들이 다 그렇게 생각한다 싶으면 어느새 자기도 그 입장을 수용하는거죠. 총선이나 대선의 여론 조사 결과 발표를 선거일 인근 시점부터 금지시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조작된 여론이 대중을 실제로 조작해 버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도 그렇게 되고 있음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서도 잘 알고 있죠.


그리고 두번째는, 누군가와 대화할 때 '입장'을 묻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음 속에 가져야 할 기저는 'EVERYBODY LIES 우리 모두는 거짓말을 한다'입니다. 상대방은 진실을 말하지 않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오히려 당신이 듣고 싶어하는 대답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상대방이 거짓말을 했다고 기분 나빠 하지 마세요. 당신도 그러고 있으니까요. 우리 모두는 거짓말장이입니다. 하루에 우리는 평균 다섯 번 이상의 거짓말을 한다고 합니다. '자기 나 예뻐?' '나는 당신에게 어떤 사람인가요' 라는 질문 받았을 때 가슴에 손을 얹고 진실을 이야기하는 사람 얼마나 될까요. 대신 되내이며 말하죠. '진실은 죽었어 진실은 죽었어'. 그렇게 우리는 감추고 싶은 것도 많고 그만큼 불안하고 유약한 존재기도 한 거니까요.


세번째는 그럼에도 상대방의 진실된 입장이 궁금하다면, 여러분 본인의 입장부터 먼저 솔직하게 이야기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상대방은 늘 올바른 입장을 말한다고 가정하세요. 여러분이 먼저 깨놓고 입장을 말하면 상대방도 마찬가지 수준으로 말할 가능성이 조금은 더 높아집니다. 물론 너무 기대하지는 마세요.


마지막으로는, 그의 말 대신 그의 행동으로 판단하세요.

나는 어제까지의 총합이라는 점. 아무리 다짐을 한들, 그가 어제까지 살아온 것이 그렇지 않았다면 그는 내일도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그가 무엇을 해 왔는지, 그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더 살펴보는 형태로 들여다보고, 그것이 무엇인지를 '물어보세요'. 그의 입장이나 판단에만 의존하는 실수를 하지 말아야 합니다. 구글, 아마존을 비롯 여러 글로벌 온라인 서비스들은 사용자의 선택을 바탕으로 그와 비슷한 패턴을 가지는 그룹의 사람에게 그 선택을 추천하는 방식입니다. 즉, 선택의 패턴을 따르는 것으로 나 조차도 인지하지 못했던 관심들을 제안하는 것으로 만족을 얻어내고 있습니다.


명심합시다.

EVERYBODY LIES.

마음에 넣어두면 사람들과의 관계가 한결 편해질 겁니다.

그의 말 대신 행동으로 판단하세요.



오늘의 이야기, 어떠셨나요?

- 이 글이 잠깐의 기억으로 스쳐지나가지 않도록 여러분의 카톡이나 SNS에 공유하기로 남겨주세요.

- 흥미로우셨다면 저의 다음 이야기를 만날 수 있게 구독하기 버튼을 눌러주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