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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인혁의 리얼월드 Apr 19. 2017

루머가 이길까 사실이 이길까. 창과 방패의 전략

 [승자의 언어, 승리의 신호] 감정과 논리의 창과 방패 활용 성향 분석

[승자의 언어, 승리의 신호] 대선토론회의 관전 포인트


연일 대선후보의 일거수 일투족, 한마디 한마디의 진실진위여부로 온라인이 시끄럽다. 상대후보의 주장에 대해, 또 여론에 대해서 음해성 주장이다, 아니다 팩트를 지적하는 것이다로 설전을 벌이고 때때로는 고소고발을 서슴치않고 할 정도로 상대방의 한마디에 과민반응하기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자칫 한마디, 행동 하나의 실수가 연일 네티즌과 언론의 도마에 오르며 감당할 수 없을만큼 이슈가 커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보들과 각 당에는 좀 미안하지만 우리에겐 후보를 검증하고 들여다볼 수 있는 가장 큰 즐거움을 주는 관전 포인트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것은 19일 오늘밤 수요일 밤에 열릴 대선주자간의 스탠딩 토론에서도 마찬가지로 재현될 것이다. 과연 감정과 논리, 루머와 팩트의 공수를 어떻게 펼치고 대응하느냐가 후보에 대한 신뢰도와 안전감을 확인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선택을 부르는 매직텔링의 관점에서 오늘 밤의 관전 포인트를 제시하겠다.


루머가 이길까, 사실이 이길까


온라인으로 나누는 대화 중 많은 것들의 일부는 사실이 아닌 루머이고, 어떤 것은 진실에 관한 것이다. 개인의 입장에선 이것을 파악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감정의 확산 구조를 이해하고 나면 사실 이것을 구분해 낼 수가 있다. 그리고 이점을 활용하면 상대를 공격할 때와 방어할 때의 전략을 결정할 수 있다.


아래의 그림을 들여다보자. 트윗 메세지들의 연결 관계를 표현한 것이다. 누군가의 메세지에 반응했다면 나와 그의 메세지는 서로 선으로 이어진다. 아래 그림은 메세지의 연결 관계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이 그림 가운데, 하나는 사실이고 하나는 루머에 관련된 이야기를 그래프로 그려낸 것이다. 한 눈에도 루머와 사실 관계에 관한 양상이 다른 모양인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어떤 것이 사실이고 어떤 것이 루머일까? 잠깐 생각해 보자.

                                    (a)                                                                                  (b)

루머의 모양: KAIST CT 차미영 교수


얼핏 깔끔해 보이는 (a)가 사실일 것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으나 정답부터 말하자면 (b)가 사실이고 (a)가 루머에 관한 것이다. 무슨 상황인걸까? 루머부터 설명하겠다. 루머는 근거가 약한 정보다. 다시 말하면 그 이야기의 참조가 될 만한 정보가 부족하다. 예를 들어 몇해 전 메르스 사태를 생각해 보면, 사람이 죽어나가는 상황임에도 정부는 괜찮다는 말만 할 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위기감을 느끼는데 이유는 모르겠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 궁금하지만 공백이 되는 지점을 사람들은 자동으로 자신의 선입견과 추측을 채운다. 즉, 루머에는 거짓이 끼어들 틈이 많은 것이다.


'탄저균이래! 어? 진짜? 어디서 발표한거 있어? 아니, 사람들 사이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

'에이즈래! 응? 진짜? 에이... 아니, 내가 들었다니까! 정말?'


반면에 사실에 대해서 말할 때는 그것을 뒷받침할 근거가 충분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사람들도 말을 할 때, 링크나 관련 정보를 던져주며 '이것 봤어?' 라고 이야기할 대상을 먼저 제시하는 형태로 대화를 나누게 된다. 때문에 그 사실이 공포나 호기심을 일으키는 관심의 대상으로 사람들 사이에 빠르게 퍼져나가지만 이내 근거가 되는 사실 정보들이 연결되며 네트워크는 안정된 모습을 띄게 된다. 반면에 루머는 계속해서 추측과 의혹들을 여기저기서 던지며 퍼져나가지만 서로 상관관계가 없는 경우가 많아 마치 물결이 퍼져나가는 것 같은 불연속성의 모양이 형성된다. 위의 두 그림을 보면 이제 이해가 될 것이다. 일반 뉴스는 전파 속도가 한번 정점을 찍고 나면 잠잠해지는 데 반해, 루머는 수년간 지속적으로 언급되는 모습도 보였다. 또 루머가 확산하는 방식이 서로 연관이 없는 임의의 사용자들에 의해 산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하면 루머는 사실 관계를 기반으로 하는 경우보다 어떤 음모나 추측, 가능성으로부터 시작하고 객관적인 소스(미디어나 영향력이 있는 사람보다) 불특정 다수에서 출발하여 불특정 다수가 참여하는 형태의 구조를 가진다. 불완전하거나 빈틈이 있는 정보는 (추측등) 인간이 본능적으로 메꾸려고 하기 때문에 각자의 경험 세계 내에서 그 틈을 메꾸다보니 다양한 가능성들이 증폭되는 경향을 가진다. 그것이 특히 자신의 관심 분야이거나 자신의 경험 세계 내에서의 이슈일 때는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반면에 전혀 새로운 분야이거나 명백한 사실의 경우에는 이질적인 내용으로 틈을 메꿀 여지가 별로 없기 때문에 확산이 덜 일어나는 것이다.


의혹을 증폭시키는 스탠스


대화를 할 때 이 지점은 명확히 드러난다. 루머나 의혹을 제시할 때는 일반 정보를 다룰 때와 달리 달리 진위를 의심·부정·유추하는 심리적 표현을 많이 쓰고, 불편한 기억의 대상과 동일시하며 그 이미지를 씌우려는 시도를 한다. 또한 작은 사건을 가져와 일반화 하는 방식의 화법을 사용한다.


상대방을 압박할때:

'내 생각에는',

'솔직히 .. 그런거 아닙니까'

‘사실이라면',

'누가 뭐뭐라고 하던데...'

'그때 그런 의혹이 있었지 않습니까. 그것만 봐도 뻔한거 아닙니까'


더 구체적으로 제시하자면 ‘문재인 후보는 종북이다', '안철수 후보가 사실은 누군가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다'와 같은 의혹을 제시하거나, '그렇게 몰아세우니 이정희(전 민주노동당 대표)가 생각나요'와 같은 표현을 반복하는 것이다.



공격할 때는 의혹을 제시하고,
반응할 때는 충분한 정보 제공으로  감정의 틈을 메꿔라


즉, 시청자와 상대를 대하는데 있어 내가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확산’의 요소를 담고 싶을 때는 사람들의 감정에 기반한 메세지를 소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반대로 사람들이 어떤 사안에 대한 불만이나 의혹, 불신이 커져갈 때는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세세하고 정확한 사실을 기반으로, 그리고 신속하게 소구하는게 중요하다는 점이다. 또한 상대에게 그 사실에 대해서 확인을 요구하는 질문을 되돌려 주는 것이 전략이다. 상대의 공격에 자신의 믿음과 진정성을 믿어 달라는 식의 추상적이고 개념적인, 그리고 감성적인 태도로 접근하게 되면, 시청자들은 자동으로 의혹지점에 대해 자신의 추측을 채워져 버리기 때문에 감당할 수 없는 상황으로 번지게 되는 것이다.


"개가 사람을 물어서 병원에 갔다"


라는 말을 들을 때는 아무런 느낌이 없을 것이다. 특별히 사실 관계 외에 궁금한 점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람이 개를 물어서 병원에 갔다"


음? 개가 사람을 문게 아니라, 사람이 개를 물어서 그 개가 병원에 갔다고? 미친거 아냐? 왜 개를 물어? 왜 그랬을까? 궁금증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당신이 개를 물어서 병원에 갔다는 의혹이 있던데요" 라고 했을 때, "저는 개를 무는 사람이 아닙니다" 라고만 하면 그 대답은 별 도움이 안되는 것이다.


즉, 어떤 브랜드나 이미지를 구축하고 싶을 때는 감성적이고 느낌/임팩트를 가지는 스토리를 소구해야 하지만, 반면에 시민에 대한 대응을 할 때는 정확한 사실을 제공하고, 시민들의 다양한 의구심이나 질문의 경우 그  답에 틈이 생기지 않도록 상세히 판단 근거를 제공하는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것들이 온라인에서 쉽게 참조될 수 있도록 해서 시민들에 의해서 공유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각 후보의 토론 공수를 살펴보자. 사진: 데일리안
관전 포인트: 각 후보의 공수 대응 방식


다시, 이 지점에서 오늘의 대선 토론회의 관전 포인트는 각 후보들간의 진실과 루머를 다루는 태도이다.


1) 문재인 후보는 팩트로 공격하고, 팩트로 반응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때문에 선방하고 신뢰감을 주는 이미지를 가지게 한다. 그러나 반면에 상대방이 의혹으로 공격을 가하는 것이 주를 이루면 논리 대응은 의혹을 반박하는데 그치고 역공력이 약한 단점을 가진다. 그래서 의혹으로 공격할 때는 있는 그대로 대답하는 대신, 대답을 가장한 역공을 취하는 것이 유리하다. 즉, 논리로 대응하는 대신 상대방도 그 질문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 않느냐며 반문을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2) 안철수 후보는 팩트를 기반으로 공격을 하고(의혹이라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드러난 뉴스를 근거로 공격하는 타입이다), 반면에 대응은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니가 내 얘기를 제대로 안 들은거다' 등의 감정적 대응을 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스마트한 이미지 그대로 논리 대응을 하는 것이 더 유리해 보이지만, 생각외로 정책의 세부안에 대한 구체적인 지식보다는 원론, 원칙적인 선에서의 옳고 그름으로 대응을 하고 어쨌거나 나는 잘할 수 있다로 귀결된다. '무언가가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근본적인 문제이므로 철폐하거나 없애겠다'식의 all or nothing 방식이다보니 상대방이 그래서 그 다음엔 어떻게 할 거냐고 따져묻는다면 오히려 취약함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 즉, 공수를 반대로 하는 타입이다. 때문에 수세에 몰리는 듯한 느낌을 자주 보여주는 이유가 되고 있다. 그래서 이번 토론에는 의혹을 바탕으로 적극 공세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상대 후보의 질문에 구체적인 근거와 세부안을 바탕으로 대응한다면 훨씬 신뢰감을 일으킬 것이라고 생각된다. 반대로 의혹으로 공세를 취하고 대응을 마찬가지로 한다면 훨씬 마이너스로 비춰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3) 홍준표 후보는 루머로 공격하고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타입이다. 상대가 팩트로 공격하든, 의혹으로 공격하든 모든 것을 감정적인 지점을 일으키는 대응을 하고 동시에 루머로 다시 맞대응을 하는 타입이다. 즉, 한 호흡에 공수를 동시에 취하는 타입이어서 말수는 적은 편이지만 상대방의 호흡을 빼앗기에는 효과적이다. 정책적으로 구체성을 띄지 않고 큰 맥락상에서의 원칙만 드러내고 있다. 이 점은 참여자와 청취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자극적이고 파괴적이지만, 동시에 공수가 같은 방식이다보니 그 느낌은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다시 말해 신뢰감을 주는데는 적극적으로 실패한다는 점이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보다 팩트로 대응하는 지점을 취한다면 한층 더 존재감과 신뢰감을 일으킬 것으로 생각된다.


4) 유승민 후보. 팩트로 공격하고 팩트로 대응하는 타입이다. 상당히 신사적이면서도 세련된 공수를 펼치는 반면 구 여권 인사다보니 이슈가 되는 지점에 대해서는 팩트로 대응할 수 없는 약점이 존재한다. 유승민 후보의 이 특성은 안철수 후보에게는 상당한 괴로움을 안겨다 주는 지점일 것으로 생각된다. 너의 생각은 그럼 '이거냐, 저거냐' 로 파고 들게 되면 안철수 후보의 경우에는 이겁니다 라고 분명하게 선을 긋지 못하기 때문에 모호하거나 정책의 노선이 분명하지 않음을 부각시키기 때문이다.


5) 심상정 후보.  팩트와 루머를 고루 사용하여 공격하고 팩트로 대응하는 타입. 그래서 일면 사이다같은 청량감을 안겨다준다. 문재인 후보와 비슷하지만, 보다 공수를 능란하게 이동하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팩트로 대응하기 어려운 지점을 공격하는 것이 공략 포인트로 생각된다. 역시 안철수 후보의 천적처럼 느껴질 수 있는데 아쉬운 점은 본인의 정책과 의지 피력을 유도하기에는 기회를 잡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


다시 돌아와서 결국 이런 루머, 의혹, 그리고 사실에 관한 데이터가 보여주는 사실은 사람의 속성에 관한 이해인 것이다.  그들이 우리와 더 긴밀하게 연결될수록, 그들에게 우리가 요소별로(확산/소구용) 적절하게 필요한 대응을 할 수록 우리에게 유리하며 신뢰할 수 있는 동반자로 사람들은 다가오게 되는 것이다. 너무 요원한 기대인지는 모르겠지만.


관전 포인트로 오늘의 스탠딩 토론을 지켜보면 훨씬 유쾌하고, 후보를 고르는데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보시고, 여러분의 의견을 남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배경사진 출처: 한국일보



[승자의 언어, 승리의 신호] 특집으로 계속해서 재미있는 생각할 거리들을 연재할께요. 구독해 주시고, 의견 남겨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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