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과 함께 깊어지는 기세
어느 날, 거울 앞의 인물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뭐야, 저게 나야?’
거울 속에서 일그러진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인물은, 분명 나였으니까.
그동안 거울을 너무 멀리했던 걸까?
세수할 때도, 로션 바를 때도 거울 따위는 흘깃 보기만 했던 테토녀가 바로 나였다.
오랜만에 마주한 거울은 내 현실을 여실히 증명했다.
나, 나이에 비해 주름 적은 편이었는데?
응, 아니야.
나, 원래 기미도 이렇게 많지 않았는데?
응, 아니야. 너, 마흔이야.
며칠 전 웃으며 찍은 내 사진에서도 눈가의 주름이 유독 도드라졌던 것 같다.
그날, 내 얼굴과 목의 주름, 못 보던 기미를 발견하면서 좌절하지 않을 수 없었다.

TV 속 연예인들 같은 피부를 꿈꾼 건 아니지만,
이렇게 무너지는 나를 상상해 본 적도 없었다.
나이를 잊고 산 지 오래였는데,
내 얼굴은 도장 찍듯 내 나이를 증명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피부과 시술을 받고,
누군가는 비싼 화장품을 쓴다지만
그건 내 형편에 맞지 않는 이야기였다.
거울을 들여다보며 푸념이 시작됐다.
“아… 내 얼굴 왜 이 모양이 됐지…”
그 한숨은 곧 신세한탄이 되고,
다시 자기 연민으로 이어졌다.
아이고, 내 팔자야.
괴로운 날들이 시작됐다.
그러던 어느 날, TV에서 배우 김태희의 인터뷰를 보게 됐다.
“웃으면서 생긴 주름은 예쁘게 봐주세요.”
그 담담한 한마디에 멈칫했다. 세월을 붙잡아 두려던 내 마음이 갑자기 부끄러워졌다.
가수 이효리도 같은 말을 했다.
“자연스럽게 나이 드는 게 좋아요.”
그렇게 예쁜 사람들도 세월을 받아들이는데 나는 뭐라고 시간을 역행하려 했을까.
결국 나를 괴롭힌 건,
세월이 아니라 나 자신이었다.
마흔부터 신체의 노화가 본격화된다고 한다.
100세 시대라지만, 신체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모양이다. 그렇다고 신세 한탄만 할 순 없다.
나이 드는 나를 인정해야 한다.
받아들여야만 한다,
내 나이를.
마흔이라는 사실을.
마흔은 주름과 기미가 늘고, 체력은 떨어지지만
대신 기세는 등등해진다.
나는 외모에 주눅 들기보다
나이를 인정하는 데 자신감을 갖기로 했다.
뭐, 어때. 내 나이가 마흔 인 걸.
김태희, 이효리는 사람들이 쳐다라도 보지,
나는 누가 쳐다본다고!
어제보다 주름이 하나 더 생기고,
조금 더 깊어질 수 있지만
그래도 괜찮다.
내 기세는 꺾이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