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또 다시 나는.

by sTepIn

어느새부터인가 마음을 닫고 살았다.

더 이상 상처 받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 너무나 컸던 탓일 거다.

그러면서 내게 다가오는 모든 사람들을 여과 종이에 거르듯이

거르고 또 거르면서 유대를 이루지 않고

적정한 선에서 여과지에 거르며 살아오고 있었다.

여과지가 자신의 몫을 다해

걸러내지 못하고

탁해지면 더러워질 테니까.

그렇다면 다시 종이를 끼우고

또 오랜 시간을 거르며 살아야 할 테니까


내가 살아오며 쌓아왔던 것들이 무너지고

다시 밑에서부터 쌓아야 할 테니까.

그러다 어느 순간

닫힌 마음에 허락도 없이

마음대로 들어오던 사람을 만났다.


내가 얘기하지 않아도

나를 너무나 잘 알고 있던 한 사람을

나를 드러내지 않으려 했지만

나를 숨기고 있었지만

나를 다 안다는 듯이

그렇게 파고들었다.


나는 아무런 방어도 하지 못한 체

그렇게 그 사람을 허락했다.

그 사람도 나와 같음을.

그 사람도 나와 같은 상처를 가지고 있음을

어쩌면 나보다 더 상처가 큰지도 모른다.

그렇게 그 사람을 만났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파고 들어와

허락도 하지 않은 내 속에

자신의 뿌리를 내리고

그렇게 내 속에서 자라났다.

우린 그렇게 서로에게 위안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은 그렇게 길게

유지될 수 없었다.


우린 또 서로에게 상처가 되었으니까.

.

.

.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같은 상처를 안고 사는 사람들의 눈에는

다 보이나 보다

내가 아무리 감추려

숨기려 해도

그렇게 파고들어

나를 다 알 수 있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나 또한,

더 닫게 되는지도 모른다.

사람이라는 사람과의 관계를

나를 알아봐 주며

이젠 내가 보듬어 주고

내가 쓰다듬어 주며

상처를 알기에

그 상처를 치유해주는 법을

배우기 위해.

이젠 내가 치유할 수 있는 사람을

그렇게 기다리는 건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