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나는.
어느새부터인가 마음을 닫고 살았다.
더 이상 상처 받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 너무나 컸던 탓일 거다.
그러면서 내게 다가오는 모든 사람들을 여과 종이에 거르듯이
거르고 또 거르면서 유대를 이루지 않고
적정한 선에서 여과지에 거르며 살아오고 있었다.
여과지가 자신의 몫을 다해
걸러내지 못하고
탁해지면 더러워질 테니까.
그렇다면 다시 종이를 끼우고
또 오랜 시간을 거르며 살아야 할 테니까
내가 살아오며 쌓아왔던 것들이 무너지고
다시 밑에서부터 쌓아야 할 테니까.
그러다 어느 순간
닫힌 마음에 허락도 없이
마음대로 들어오던 사람을 만났다.
내가 얘기하지 않아도
나를 너무나 잘 알고 있던 한 사람을
나를 드러내지 않으려 했지만
나를 숨기고 있었지만
나를 다 안다는 듯이
그렇게 파고들었다.
나는 아무런 방어도 하지 못한 체
그렇게 그 사람을 허락했다.
그 사람도 나와 같음을.
그 사람도 나와 같은 상처를 가지고 있음을
어쩌면 나보다 더 상처가 큰지도 모른다.
그렇게 그 사람을 만났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파고 들어와
허락도 하지 않은 내 속에
자신의 뿌리를 내리고
그렇게 내 속에서 자라났다.
우린 그렇게 서로에게 위안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은 그렇게 길게
유지될 수 없었다.
우린 또 서로에게 상처가 되었으니까.
.
.
.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같은 상처를 안고 사는 사람들의 눈에는
다 보이나 보다
내가 아무리 감추려
숨기려 해도
그렇게 파고들어
나를 다 알 수 있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나 또한,
더 닫게 되는지도 모른다.
사람이라는 사람과의 관계를
나를 알아봐 주며
이젠 내가 보듬어 주고
내가 쓰다듬어 주며
상처를 알기에
그 상처를 치유해주는 법을
배우기 위해.
이젠 내가 치유할 수 있는 사람을
그렇게 기다리는 건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