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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대로 동행 Sep 04. 2024

동서문학 캠프 다녀왔어요

Fly me to the moon

우리나라에 여성만 참가가 가능한 동서문학상이 있다는 것을 최근에 알았습니다. 올해 동서문학상이 시행된다는 소식에  사이트에 들어갔다가 우연히 동서문학 캠프 공지글을 보고 지원했습니다.


동서문학 캠프가 마침 파주 출판단지 내의 라이브러리 스테이인 지지향에서 열린다는데 그곳은 처음 생겼을 때부터 제가 늘 가보길 열망하던 곳이었거든요.

 아쉽게도 책을 싫어하는 남편의 비협조로 갈 엄두를 내지 못했던 터였지요. 그런데 그곳에서 행사를 연다니 저를 위한 절호의 찬스라고 쾌재를 불렀지요.


저는 소풍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어린아이의 심정으로 8월 말 캠프 날을 오매불망 기다리며 짐을 꾸리고, 집을 정리하고, 아이들 먹을 것들을 장만하고, 일정에 맞춰 수업도 미리 보강으로 마쳤습니다.


파주는 얼마 만에 가보는지 모르겠네요. 1시간 반의 운전 끝에 당도한 파주. 출판단지가 있는 곳은 마치 외국 어느 교외의 도시처럼 단정하고 깔끔하게 꾸며져 절로 감탄사가 나왔습니다.


안내 데스크에서 접수한 뒤, 숙소 방을 제비 뽑기로 배정받고 당일 글을 제출해서 시상하는 한 장 백일장 글을 작성합니다.


 글을 작성하는 틈틈이 지지향을 둘러보려 배회합니다. 온통 책으로 둘러싸인 아늑하고 고요한 공간. 사람들도 조용히 이동하는 모습이  마치 책으로만 둘러싸인 책나라에 온 듯한 경이로움이 느껴집니다.

글을 제출한 뒤 숙소에 체크인, 짐을 풀어놓은 뒤 동서문학상 심사 위원장이신 김홍신 작가님의 특강이 대강당에서 이어졌습니다.

작가님은 50년 작가생활의 소회를  덤덤하게 풀어놓으시며, 글을 쓰기 위해서는 최소 10년은 몰입해라.

내 주변과 세상에 대해 예민해져라.

일상의 모든 순간, 특히 고난은 좋은 글감이라고 권면하시며 그 예로 자신의 어린 시절 예화 등을 들려주셨습니다. 

노작가의 삶 속 땀과 고뇌가 배인 한 마디 한 마디가 마음에 깊이 박인 시간입니다.


강연 후 백일장 시상식이 있었습니다. 참석자 50명 중 거의 10명 가까이 탄 것 같은데.... 네.... 저는 없었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제가 그토록 사랑하고 가보길 열망하던 공간, 지지향에 있다는 걸로 위안  삼습니다.


시상식 후에는 시, 소설, 수필, 아동문학 부문별로 나뉘어 멘토 작가들과의 토크 시간이 있었습니다.

주최 측에서 참석자들을 위해 각종 음료와 다과를 제공하는 센스를 발휘해 주셨네요.

  저는 수필부문의 이소연 작가와 10여 명 문우들과 대담시간을 가졌습니다.  이소연 작가는 주로 개인적. 일화,  글쓰기 경험 등의 얘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수필은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써라. 범죄 아니면 다 써도 된다.

단 초고는 최대한 장황하게 쓸 수 있는 것을 다 쓴 뒤, 퇴고 때 정리해라.

기발하고 감각적인 글로 독자의 마음을 끌기 위해서는 거꾸로 생각하는 훈련을 해라.

접속사를 가급적 생략하라.

제목은 궁금하게 써라  등의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강원, 경북 등의 전국각지에서 이렇게 열성적으로 글을 쓰시는 분들이 모이다니, 그 에너지만으로도 후끈합니다.


이어지는 이대원밴드의 재즈 공연. 평소에 좀체 듣지 않고 살았던 재즈를 이렇게 가까이서 듣다니, 일상을 벗어난 시원한 일탈입니다.

마지막 Fly me to the moon처럼, 저를 달나라로 데려와준 행복하고 매혹적인 시간이었습니다.


늦은 시간 이제 잠자리로 향합니다. 저와 같이 방을 쓰시는 분은 우연히도 동갑에 오랫동안 글을 써오신 분입니다.

늦은 시간까지 각자의 가정얘기, 글 쓰기에 대한  얘기 등을 나누다 잠을 청합니다.

다음날 아침은 지지향 지하의 활자인쇄 박물관으로 향합니다. 자신의 이름을 넣은 책 표지를 만들어 봅니다. 활자 인쇄 박물관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구경한 뒤, 최종적으로 책을 완성합니다.

자, 이제 짐을 꾸려 집으로 향합니다. 글쓰기라는 공통점으로 전국각지에서 달려온 소중한 문우들.


나이에 상관없이 각자의 자리에서  꿈을 잃지 않고 열정적으로 정진하는 분들을 통해  에너지를 받고  배워가는 시간이었습니다.


아인슈타인이 상상에는 경계가 없다고 했죠.

 저는 꿈꾸는 데에는 경계가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동서문학 캠프는   동서문학상 공모전때 홈페이지로 공지해서 참가자를 모집한 뒤  8월말에  시행합니다.

2년마다 열리니 이제 26년도를 기약해야겠네요.

올해 동서문학상은 10월 1일 마감입니다.


글쓰기에 뜻이 있는 분들, 참여하시고 2026년도 캠프, 기회 되는 분들 많이 다녀오시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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