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좋아해서 음악회사에 들어갔다. 벌써 8년 차가 되었다.
"무슨 일 하세요?"
"음악회사 다녀요."
"뮤지션이에요? 작곡? 피아노?"
"아니요. 뮤지션을 돕는 일을 해요."
"아이돌 키우는 거예요?"
"아니요. 아, 영화 [비긴 어게인] 보셨어요? 거기 남자 주인공 직업 생각나세요? 그런 일해요."
처음 만나는 사람과 대화할 때 나는 나의 직업을 이렇게 설명한다. [비긴 어게인] 이란 영화가 나오기 전엔 설명하기가 더 어려웠다. YG나 SM과 비슷한 형태인데 아이돌을 키우는 건 아니고 뮤지션을 서포트하면서 홍보하는 건데 블라블라. 어렸을 때부터 음악회사에 들어가야겠단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우리나라 교육에서 장래희망란에 '음악회사에서 일하기'를 쓸 만큼 다양한 걸 가르쳐주진 않는다. 나도 남들처럼 국영수 중심으로 공부했고, 선생님이 꿈이었다. 수학교육과에 가서 수학선생님이 되어야지 라는 생각으로 10대 시절을 보냈는데 하늘은 내가 수학선생님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는지 사범대는 택도 없는 소리의 수능 점수가 나왔다. 이과를 나왔으니 자연스레 공대에 진학했고, 정말 어느 하나도 나와 맞는 것이 없었다.
'앞으로 내가 이걸 평생 해야 한다고? 어떻게 살지?'
전공의 기초만 배웠을 뿐인데 든 생각이었다. 3학년 시간표를 짜는데 머리가 하얘졌다. 그러다 한 레이블의 인턴 채용공고 글을 발견했고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시간표를 짜다 말고 당장 지원서를 썼고, 난 합격했다. 그리고 휴학을 했다. 그렇게 음악회사에 다니는 첫 발걸음을 떼었다.
음악회사에 다니면서 늘 받는 질문이 있다.
"음악 전공하셨어요?"
"어떻게 음악회사에서 일하게 되셨어요?"
혹은
"저도 음악회사에서 일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해요?"
여느 회사를 가봐도 그렇듯이 딱 맞는 전공으로 책상에 앉아 있는 사람은 보기 드물다. 특히 음악회사는 더 그렇다. 아직 우리나라에 'music business'라는 전공이 학사과정에 제대로 꾸려져 있지 않으니까. 그리고 있더라도 고등교육까지는 이런 직업에 대한 꿈을 꾸기 힘든 환경이 사실이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사람들은 음악제작자들을 브라운관을 통해 매주 만나게 되었고 '음악기획자'라는 직업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이곳에서 일할 수 있고 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은 명쾌하게 하기 어렵다. "그냥 좋아서 하다 보니 이곳까지 오게 되었어"가 늘 내가 하는 대답이다.
어떻게 하면 음악회사에서 일할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하려고 시작한 글은 아니다. 햇수로 8년 차가 되었지만 아직도 모르는 게 너무 많다. 그냥 난 음악회사에 다니고 있고, 이곳은 아이돌 회사가 아니니까, 브라운관에서 보이는 음악회사가 아닌 다른 장르의 음악회사 이야기를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영화 [비긴 어게인] 같은 로맨스가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건 영화고 난 현실에 있다. 그래도 재미있게 일하고 있으니 가끔 헛소리를 남겨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