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포미

봄에 만나 여름에 꽃 피운 사랑

<오프닝>
한여름 오후. 선풍기가 더위를 날려 보내려 신나게 돌아가지만, 무더위를 식히기에는 어림없다.
초등학교 2학년인 ‘나’는 아파트 다용도실 문을 열고 기다린다.
보통은 보일러 소리만 그윽하게 나지만, 내 시선은 보일러가 아닌 갈색 털로 장식된 종이박스로 향해 있다.
박스 안에는 갈색과 노란색이 섞인 귀여운 중닭 한 마리가 있다.
이름은 포미.
나는 혼잣말처럼 말한다.
“오늘도 덥다, 포미야. 선풍기 쪽으로 올래?”
그 말을 들은 것처럼 포미가 고개를 앞뒤로 흔들며 걸어온다.
바로 그 순간, 나의 그 여름은 시작되었다.

<1장 – 만남>
봄이 시작될 무렵, 학교 앞 문방구 옆 학교 정문에서는 ‘병아리 100원’이란 글씨가 쓰인 박스가 보였다.
작은 상자 안에는 수십 마리의 노란 병아리들이 삐약삐약 울고 있었다.
나는 책가방을 멘 채로 그 앞에 쪼그려 앉았다.
눈이 반짝이는 병아리들 중, 유독 애처롭게 삐약대며 움직이는 두 마리를 골랐다.
병아리 아저씨는 병아리를 건네주며 말했다.
“여기 있다~ 잘 키워 봐라.”
집에 돌아온 나는 엄마 몰래 종이박스 안에 병아리를 놓았다.
작은 손으로 병아리 아저씨가 준 모이를 주고, 작은 그릇에 물을 담아 주었다.
병아리는 먹이를 몇 번 쪼는 듯하더니, 이내 못 살겠다는 듯 삐약삐약 소리를 세차게 읊어댔다.
하지만 얼마 후, 한 마리는 고개를 축 늘어뜨리고 대자로 누워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그날 처음으로 생명의 끝을 보았다.
그리고 살아남은 한 마리에게 이름을 붙였다. 포미.
왜 그렇게 지었는지는 모른다. 어감이 너무 포근하고 좋았다. 그뿐이었다.
노란색과 너무 잘 어울린다는 게 내 생각이었다.

<2장 – 여름과 성장>
포미는 하루가 다르게 컸다.
털이 부드러운 솜뭉치 같던 시절은 순식간에 지나갔고,
이제는 꼬리깃도 생기고, "삐약"보다는 "꼬꼬"에 가까운 소리를 냈다.
나는 매일 포미의 식단을 챙겼고,
포미는 내 손에서 먹이를 받아먹었다.
내 방 창가에 앉아 공부를 하다가도,
포미가 소리를 내면 달려가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여름방학이 되자 우리는 더 많은 시간을 함께했다.
밖에 나갈 때는 어깨 사이에 포미 얼굴을 넣고 할머니 집에 갔다.
포미는 어두워지면 잘 숨었다고 생각해서 조용히 있었다.
동네 친구들이 포미를 보게 되면
다른 아이들은 “병아리다!” “좀 색깔이 이상하고 크네!” 하면서 몰려왔고,
나는 괜히 으쓱하면서도 조심스럽게 포미를 더 꼭 껴안았다.

그 무렵, 아빠는 집에서 닭 냄새가 나고 시끄럽다며 마음에 들어 하지 않으셨다.
아빠는 이렇게 설득하며 말했다.
“이제 저 정도면 잡아먹어야지. 중닭이 제일 맛있는데.”
나는 그 말을 듣고 벌벌 떨며 울었다.
“포미는 친구야… 먹는 거 아냐.”
아빠는 헛기침을 하며 방을 나갔다.
하지만 아빠는 포기하지 않았다. 두 번째 설득할 때는 앵무새로 바꿔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나에게 포미는 이제 단순한 닭이 아니었다.
반려닭이었다. 포미를 저버리는 건 있을 수 없었다.

<3장 – 이별의 날>
그날은 무척 더운 날이었다.
그래도 포미와 놀고 싶은 마음에 학교가 끝나자마자 곧장 집으로 왔다.
포미는 다용도실에 갇혀 있다가 내가 오면
파드득 소리를 내며 내가 오는 것을 알아차렸고,
나는 재빨리 문을 열어 포미에게 자유를 선사했다.

포미는 나를 엄마처럼 따랐다.
나를 따라다니며 내게 마음을 주었다.
하지만 이내 나는 부담을 느꼈다.
혹시라도 더 커지면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부모님이 싫어하는 소리를 듣는 것도 나의 몫이었다.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포미가 따라오면 나는 도망가기 시작했다.
그게 어느덧 놀이가 되었고,
포미는 그런 줄도 모르고 나에게 멀어지기 싫어서 빠르게 졸졸 따라다녔다.

그러다 일이 터졌다.
장난으로 따라오는 것을 막으려고 문을 닫았는데...
그만 포미가 그 문에 끼어버린 것이다.
너무 순간적이었고 찰나였다. 나에게는 그것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포미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고,
끼였던 포미의 목은 커다랗게 부어올랐다.

1분 동안 처참한 비명을 지르더니,
점차 목소리가 약해지다가 이내 목이 축 처지고 힘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
그게 포미의 마지막이었다.

나는 어쩔 줄 몰라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제발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내가 포미 대신 문에 끼었더라면,
내 손가락을 포미 목 대신 내줬더라면…
그냥 손가락만 꺾이고 끝났을 텐데.

내 자신이 너무 원망스러웠다.
하나뿐인 포미를 잃은 나는 큰 좌절에 휩싸였다.
흐느끼며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절망스럽게 포미를 손에 안은 채 계속 불러댔다.
나의 얼굴이 붉어지고 눈물이 뺨을 타고 줄줄 흘렀다.

<4장 – 애도>
얼마 지나지 않아 부모님이 오셨고,
산에 묻어주자는 말에 고개를 떨구며
산에 올라 포미를 묻었다.
포미를 묻은 후, 나는 집에 돌아와 조용히 일기장을 펴고 글을 썼다.
“넌 나의 여름이었어. 날 기억해 줘. 꼭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나자.”

<클라이맥스 포인트 – 진짜 사랑의 의미>
포미를 묻고 내려오는 길, 바람이 살짝 불었다.
그 바람 속에 포미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삐약…”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속삭였다.
“안녕, 포미야. 다음 여름에도 와 줘.”
그리고 나는 알게 되었다.
네가 나의 첫사랑이었다는 것을.
넌 절대 대체될 수 없는 존재라는 걸.
넌 나에게 사랑을 가르쳐주고 떠났어.
넌 스승이고, 내 자식이고, 친구였어.
고마워, 포미야.

<엔딩>
그날 이후, 나는 병아리를 키우지 않았다.
누가 닭이 귀엽다고 해도, 나는 그저 미소만 지었다.
그리고 가끔, 일기장을 꺼내 그 페이지를 다시 읽는다.
‘199X 년 여름. 포미와 함께한 나의 계절.’
여전히 그 페이지는 물기로 약간 울어 있지만,
그건 포미가 남긴 가장 따뜻한 흔적이다.

<에필로그 – 그리고 오늘>
나는 가끔 그 아파트에 간다.
놀이터에선 다른 아이들이 술래잡기를 한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포미를 떠올린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포미야, 보고 싶어. 이제 곧 너를 만날 수 있겠지.”
언젠가 다시 만난다면, 이번엔 꼭
더 넓은 마당이 있는 집에서,
닭장도 크게 만들고,
그때는 너를 끝까지 지켜줄게.
사랑해, 포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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