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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같은 듯 다른 모습의 철학

아리스토텔레스 윤리학과 정치학

by Plato Won
M.J.Lee 作 철학은 세상을 풍요롭게 가꾸는 물감이다.


“서양 철학은 플라톤 철학의 각주에 불과하다.”

“모든 학문 체계는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비롯되었다.”


스승과 제자의 사이로 만나

그리스 철학의 전성기를 이끈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서양 철학사에서 두 사람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평가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두 철학자는 여러 면에서

뚜렷한 차이를 드러냅니다.


일단 외모와 출신부터 너무 달랐습니다.

플라톤은 잘생긴 외모에 명석한 두뇌,

건장한 체격, 올림픽 레슬링 선수로

출전할 만큼 뛰어난 운동 신경까지,

그야말로 완벽한 조건을 갖춘

아테네 왕족 출신입니다.


이에 비해 아리스토텔레스는

빼빼 마르고 가재 눈에 그다지 호감을

주지 못하는 외모, 대머리에 턱수염도 없으며,

혀 짧은 소리로 말하는 데다,

촌스러운 패션 감각을 지닌

북쪽 변방 도시 출신이었지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학문 세계에서도 대조적인 면모를 보입니다.


플라톤의 핵심 철학 사상은

이데아론입니다.


이데아론은 단순히 감각적 지각이 아닌

지성의 힘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영혼 불변의 진리의 세계를 바라볼 것을

강조합니다. 그런 까닭에 플라톤의 철학은

이상주의 철학, 관념 철학이라 할 수 있지요.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는

스승의 철학이 지나치게 이상적이라고

비판하면서, 경험과 관찰에 근거한

현실주의 철학, 실천 철학을 지향했습니다.


학문의 실천에서도

뚜렷한 차이를 보입니다.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은

앎이 곧 실천이라고 말합니다.

정의를 실천하지 못하는 이유는

정의를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므로

정의를 제대로 학습하는 것이 곧

정의를 실천하는 길이라는 것입니다.


반면, 아리스토텔레스는

앎과 의지를 통해 습성을 들여야

실천이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한 마리 제비가 날아왔다고 봄이

온 것이 아니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에도 알 수 있듯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저서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덕을 매일 실천하여 습관화하여야

몸에 체득된다고 하였습니다.


예술에 대한 유용론에 대해서도

관점이 달랐습니다.


플라톤은 예술을 현실의 모방이고

현실은 진리의 세계인 이데아의 모방이고

예술은 진리인 이데아의 모방의 모방이므로

진리와 두 단계나 떨어져 있으므로

멀리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따라서 예술작품은 인간을 타락시킨다고

말합니다. 호메로스의 시를 보면

신은 부도덕하고 욕망에 사로잡혀있으며

영웅의 모습은 살인을 저지르는

비현실적이므로 교육상으로도

청소년들에게 해롭다고 주장하며

시인 추방론을 주장합니다.

그러나 음악은 청소년들의 감성을

순화하므로 장려하였습니다.


반면 아리스토텔레스는

예술은 현실을 단순히 모방한 것이 아니라

대상이 가진 본질, 즉 에이도스를

지신만의 방식으로 창조적으로 모방한

것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사람들은 그리스 비극을 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교훈을 얻고

인간의 영혼이 한층 고양된다고 주장하며

예술을 장려하였습니다.


플라톤이 예술을 이처럼 부정적으로

본 이유는 예술을 그 자체로 보지 않고

진리의 관점으로 접근하였기

때문입니다.


두 철학자의 사상적 차이는

라파엘로의 그림 <아테네 학당>에서도

극명하게 대비되어 나타납니다.


이상주의자 플라톤은

우주에 관한 저서인 『티마이오스』를 든 채

오른손으로 하늘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주의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윤리학 저서인 『에티카』를 든 채

왼손으로 땅을 가리킵니다.


플라톤이 플라톤으로 태어나 소크라테스가

되었고 새로운 소크라테스로 죽었다면,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으로부터 태어나 아리스토텔레스가 되었고, 아리스토텔레스로

죽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플라톤은 소크라테스로부터 전수받은

철학 사상을 계승, 발전시켜, 스승을 대화자로

내세운 40여 편의 저서를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플라톤의 저서는 대화체인 데다

적절한 비유를 섞어서 읽기 쉽게

기술되어 있지요.


반면에 아리스토텔레스는

아카데메이아 재학 시절부터 스승의 사상을

‘무의미한 매미소리’에 비유하는 등,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자신만의 철학 사상을 추구하였습니다.


그는 강의록 형식으로 200여 편의 기록을

남겼으나, 후대에 제자들이 책으로 집필하여

우리에게 전해지는 저서는 40여 편에 불과합니다.

대학 강의용으로 집필된 것이기에 딱딱하고

이해하기 어렵지요.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 3권은

플라톤이 <국가론>에서 다룬 정치 체제들을 분석, 비판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봤을 때,

스승의 이상 국가론은 현실에서는 실현 불가능한 추상적이고 이상적인 내용들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경험에 근거한 현실적인

대안들을 찾고, 올바른 삶의 형태와

이상적인 국가의 정치 체제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영원불변의 세계에서

진리를 찾고자 했고, 그래서 기하학을

가장 이상적인 학문이라 여겼던 플라톤.


눈에 보이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현실 세계에서

진리를 찾고자 했고, 그래서 자연 과학으로부터

학문의 체계를 세워 나간 아리스토텔레스.


두 사람은 비록 철학적 접근 방법은 달랐지만,

철학의 관심 대상과 목적에서는 서로

일치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인간을 대상으로 개인의 올바른 삶과

이상적인 정치 체제를 연구함으로써

구성원 모두가 행복하게 살아가는 국가를

실현하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서양철학사의 발전은 앞선 철학 사상을

수용한 후 비판하면서 발전하여 왔으며,

그런 관점에서 스승인 플라톤의 철학사상을

비판하며 지신만의 철학 체계를 정립한

아리스토텔레스의 학문적 관점은

서양철학사를 발전시킨 학문적 이득으로

오히려 스승 플라톤의 철학사상을

더 가치있게 만들었다고 평가됩니다.


다른 듯하지만 닮아 있는 두 철학의 흐름은

인류 지성사에 큰 울림을 주었고,

2,40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철학적 사유의 밑거름이 되어

우리들 영혼을 붉게 물들이고 있습니다.


Plato 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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