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정치의 관계 그리고 세계 평화

4-1,루소 사회계약론

by Plato 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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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대외 관계

(1) 종교와 정치의 관계


초기 사회는 부족장이나 왕이 제사장을 겸하는 제정일치 사회였습니다.


예컨대 ‘단군왕검(壇君王儉)’에서 ‘단군’은 종교적 지배자인 제사장을,

‘왕검’은 정치적 지배자인 왕을 가리킵니다.


이는 고조선이 신을 받들고 하늘에 제사지내는 일을 정치의 핵심으로 삼았음을 말해 주지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종교는 권력 유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습니다.


지도자들은 어느 정도 국가의 틀을 갖추고 나면 통합을 위한 수단으로 종교를 적극 활용했습니다.


로마 제국이 쇠퇴하여 혼란에 빠졌을 때, 콘스탄티누스 황제는 기독교를 국교로 공인하고 그에 걸맞게 힘을 실어 주는 정책을 폈습니다.


기독교 교리를 통일하여 사회 안정과 통합을 이룸으로써,세계 제국으로 뻗어 나가려 한 것이지요.


이를 발판 삼아 기독교는 세계 종교로 거듭날 수 있었습니다.


(2) 시민 종교의 필요성


근대 이전의 국가에서 정치권력은 종교의 신성함을 등에 업고

통치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신을 대신하여 교황이 왕의 권위를 승인해 준 일이나,절대 왕정을 옹호했던 왕권신수설을 그 예로 들 수 있지요.

그러나 계몽의 시대인 18세기로 접어들면서 자연 과학이 발달하고 인간 이성 중심의 사고로 전환되는데,

이는 종교에 대한 비판과 갈등으로 이어집니다.


루소 또한 당시 팽배했던 종교적 불관용에 대해서는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그럼에도 순수 신앙을 중시한 그는 종교의 사회 통합 기능에 주목했고,

기독교를 대신하여 정치권력에 정당성과 신성함을 부여해 줄 대안으로

‘시민 종교’를 내세우게 됩니다.


루소에 따르면, 종교는 인간의 종교와 시민의 종교로 나뉩니다.


인간의 종교는 신의 숭배에만 몰두하는 것으로, 기독교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루소는 내세의 구원을 중시하는 기독교가 신자들을 현실 국가에 무관심하게 만들고, 굴종과 예속만이 미덕이라 설교한다며 비판합니다.


반면, 시민 종교는 교리와 의식이

법으로 규정되어 있고 한 국가에 한정된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신에 대한 숭배와 법에 대한 복종을 결합하여 자신의 조국에 봉사하게 만드는 일종의 신정 정치라 할 수 있지요.


시민 종교의 교리는 사회 규범이므로, 여기에 복종하지 않는 사람은

반국가적․반사회적 행위자로 처벌을 받습니다.


결과적으로 시민 종교는 시민들이 덕과 공동선을 중시하고, 애국심을 갖도록 이끌어 줌으로써 국가의 결속과 통합에 이바지하지요.


근대 국가들이 ‘종교와 정치의 분리’를 헌법에 명시한 이래로,국민으로서의 의무만 다한다면 어떤 종교를 믿든지 인정해 주는 ‘종교의 자유’가 오늘날에는 국민의 기본권입니다.


그러나 기독교를 믿는지의 여부가 재판 결과를 좌우하기도 했던 당시에는

루소의 이런 주장이 신성모독으로 간주될 만큼 급진적인 것이었지요.


『에밀』 4부에 실려 있는 ‘사부아

보좌 신부의 신앙 고백’을 보면

루소의 종교관이 직접적으로 드러납니다.


보좌 신부는 진정한 교리란 신앙과 도덕,

그리고 그것으로 알 수 있는 준칙들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만약 교리에서 시기심 많고 편파적이면서 전쟁과 투쟁을 즐기는

신의 면모만을 보여 준다면, 자신은 성직자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종교와 신을 부정할 것이라 선언하지요.


이는 다른 종교를 배척했던 기독교에 대한 정면 도전이었고,그로 인해 『에밀』과 『사회계약론』은 금서 처분을 받고 불태워져야 했습니다.


(3) 대외 관계와 평화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법으로 통치되는 정부를 수립하여 시민 종교로 사회 통합을 이루었다면, 이제는 대외 관계에서 국가의 안전을 보장할 방안을 찾을 차례입니다.


1713년 생피에르 신부는 『유럽 영구 평화안』에서 군주국 연합체를 제안했고,

루소는 이를 높이 평가하면서도 이상적이라 비판했습니다.


루소가 제시한 대안은 공화국들의 연합체입니다.


그는 권력 유지를 위해 전쟁마저 불사하는 군주의 이기심과 변덕을 믿느니, 전쟁의 피해를 매번 감당해야만 하는 시민의 의지를 믿는 편이

훨씬 합리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한 국가당 한 표’를 평등하게 보장해 주고 공통의 국제법을 따르게 하면,

평화로운 국제 질서를 새로 세울 수 있다는 것이지요.


국제 질서에 대한 루소의 시각은 1795년에 칸트가 발표한

『영구 평화론』으로 계승되었습니다.

(4) 추상화 이해하기


이제부터 추상화를 통해

루소가 말하는 종교와 대외 관계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볼까요?


십자가에 못 박혀 있는 책 한 권.

모진 박해에 항거하는 순교자를 연상시키는 이 책은

루소의 『사회계약론』입니다.


이 책이 기독교의 권위에 도전했다는 이유로 『에밀』과 함께 금서로 지정되면서, 루소는 하루아침에

도망자 신세로 전락했지요.

못 박힌 십자가 뒤로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사람들의 무리가 보입니다.


어두운 그늘이 드리워진 가운데,

이윽고 그 너머로 유럽 지도가 펼쳐지는군요.


루소는 그 당시 유럽 사회에 팽배해 있던 종교적 불관용을 강하게 비판하며

시민 종교를 제안합니다.

모름지기 종교란 이 세상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데 이바지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다른 종교에 대한 관용이 필수입니다.


이것이 『사회계약론』에 담겨 있는 루소의 종교관이자,

그가 시민 종교를 통해 말하고자 했던 종교의 본질이지요.

루소의 사상이 프랑스를 넘어, 유럽 전역으로 퍼져 나갑니다.


구성원 개개인의 자유, 국가의 발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대외 관계에서 평화를 유지하는 일도 중요합니다.


루소가 공화국들로 이루어진 연합체를 제안한 것은 이 때문입니다.


여기서 어깨동무를 한 사람들은 세계 평화를 지키고자 하는

각국의 군주, 또는 공화국을 의미합니다.

여러 개의 십자가와

손을 맞잡고 늘어선 사람들의 무리.

종교와 국가의 차이를 뛰어넘어 모두가 하나 된 세상을 상징합니다.


종교에서나, 대외 관계에서나 중요한 것은 공존의 정신입니다.


‘다르다’와 ‘틀리다’는 서로 다릅니다.


나와 다른 상대방을 ‘틀리다’며 배척하지 않고 너그럽게 포용할 줄 아는 태도야말로 다 함께 행복한 세상을 앞당기는 지름길입니다.


개개인이 공동체의 이익을 고려할 때 더 나은 존재로 거듭나듯,국가도 세계라는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제 역할을 다할 때

더 좋은 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습니다.



Plato 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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