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잖아?
중국어 공부를 시작한 지 1년이 되었다. 중간에 두 달쯤 쉬기도 하고, 예습 복습을 철저하게 하는 것도 아니고, 겨우 일주일에 한두 번 학원을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전부였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1년을 지속해왔다.
이제는 기본적인 단어와 문장들은 익숙해졌다. 더듬더듬 중국어로 질문을 할 수 있고, 바디랭귀지를 섞으면 간단한 회화 정도는 할 수 있다. 1년 동안 치열하게 공부한 사람들에게는 미약하게 보일 수 있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기에 점차 재미와 욕심이 생기는 중이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스스로에게는 굉장히 뿌듯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인생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기에 이뤄낸 결과이기 때문이다.
인생의 전환점이 언제냐고 물어보면 ‘고시공부를 때려치웠을 때’라고 말하곤 한다. 고시공부를 하고 있을 때까지의 나는 완벽주의적인 강박이 있었다. 완벽한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지키려 스스로를 압박했다. 인류의 약 20%쯤 내가 세운 계획을 실천할 수 있을까 싶은 아찔한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스스로를 압박했다. 잘하고 있었는데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완벽주의적인 성향은 모든 것을 빨리 포기하게 했다. 완벽하지 않다는 것은 쓸모없는 것과 같았기에.
고시공부를 때려치우면서 그동안의 완벽주의적인 나를 버렸다. 조금 부족해도 부족한 것 그대로를 드러내고, 모자라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다. 다만, 무엇인가를 ‘지속’하는데 굉장히 큰 노력을 하고 있다. 시작하기 전에 오래도록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고, 시작한 거면 실력이 빨리 늘지 않더라도, 시간이 모자라도, 피곤하고 지치고 슬럼프를 겪더라도 놓지 않으려 한다. 완벽하게 하는 것보다 오래도록 지속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인생에 내가 완벽하게 하지 못했기에 손해 보는 일이 얼마나 될까? 완벽한 이상형을 만나지 못해도 그럭저럭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고, 완벽하게 좋은 글을 쓰지 못하지만 그럭저럭 기록이 쌓여간다. 완벽하게 예쁘지 못해도 예쁜 구석이 있고, 1등을 하지 않아도 행복하다.
그러나 무엇인가를 포기하면 인생에 손해 보는 일이 생긴다. 관계가 어렵다고 마음을 닫으면 진짜 소중한 사람을 얻을 수 없고, 부자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관심을 끊으면 평생 가난함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완벽하게 글을 쓸 수 없다고 포기했다면, 영원히 나아지지 못할 것이다.
인생은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의 것이다.
인생은 완벽함보다 지속성이 중요한 경기이다.
1등을 하려고 스피드를 올렸다 지쳐 쓰러지기보다는
결국 피니시라인에 도착해서 손을 흔들고 싶다.
우아하고 아름답게,
by. 쏘블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