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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탐험가 Jun 01. 2024

어제보다 조금 더 걷기

걷기 시작한 지 일주일째, 목표가 생겼다. 어제보다 조금 더 걷기. 오늘은 10,805보를 걸었다. 첫날에는 선비처럼 걸었는데 오늘은 몸을 좀 앞으로 기울여서 속도를 높였다. 아직은 발목이 좀 아픈 편이어서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잘 내린 결정인 것 같다. 예전에 한참 많이 걸었던 때만큼 컨디션이 올라온다면, 그때는 뒷산에 잠깐 오르거나, 운동장 트랙을 달리려고 한다. 천천히 즐기면서 강도를 높여가다보면 언젠가는 올림픽 금메달을 따게 되지 않을까?


아직 본격적인 여름은 아니지만, 오후의 태양도 따갑다. 저녁을 먹고 해가 보이지 않을 때 걸으러 나간다. 저녁의 바람이 선선해서 상쾌함이 느껴진다. 노을이 빛을 잃고 하늘이 파란색에서 까만색으로 바뀌기 시작할 때 가로등에 불이 켜진다. 그 짧은 시간을 보고 있는 게 짜릿한 느낌이 들곤 한다. 매일 똑같은 코스라서 지겨울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매일 좋아서 더 걷고 싶다.


걷다 보면 다양한 사람들을 보게 된다. 운동장에서 공을 차는 청소년 친구들, 같은 방향으로 걷는 아주머니들, 역방향으로 뛰어 몇 십 번 마주치는 젊은 청년, 아기와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는 부부. 며칠 연속 비슷한 시간에 산책하니 벌써 낯이 익은 사람들도 있다. 가끔은 썸을 타고 있는 젊은이들이 부럽기도 하고, 엄마와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딸이 부럽기도 하다. 언젠가는 그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를 갖고 있는지 들어보고 싶다.


몸은 여전히 무겁다. 그런데 일주일 걸었다고 코어와 허벅지가 딱딱해지기 시작한다. 이건 대단한 일이 아니다. 그저 실 같던 근육이 조금 부풀어서 꽉 찬 지방을 누르는 것뿐이다. 몸을 여기저기 만져본다. 걷기만 한다고 큰 운동이 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뭔가 살 빠지는 기분이 드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이 참에 감량을 해볼까? 내가 생각하는 적정 몸무게가 되려면 10kg 이상 감량해야 할 텐데. 에이. 아니다. 욕심을 내지 말자. 지난주 보다 조금 덜 나가는 걸 목표로 하는 건 어떨지.


계속 걷다 보면 몸이 걷는 리듬에 익숙해지는 때가 온다. 그때는 듣던 음악을 끄곤 한다. 세상이 고요해지고 묵묵하게 걷고 있는 내가 더 느껴지는 시간이다. 아직은 몸이 아프긴 하지만 최대한 긴장을 풀어보려고 한다. 몸에서 힘을 최대한 뺀다. 아직은 자세가 많이 흔들린다. 급할 것 없다. 천천히 바뀔 때까지 기다려주면 된다. 애쓰지 않아도 된다. 나머지는 내 몸이 알아서 해줄 거다. 어제보다 조금 덜 긴장하기.


안녕하세요! '마음탐험가'입니다.
동탄에서 고전 독서 모임과 글쓰기 모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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