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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탐험가 Jun 02. 2024

좀 더 나다운 책 읽기로

또 또 시작이다. 책상에 책을 쌓아두기 시작했다. 7월부터 여는 ‘왕초보 고전 독서클럽’을 준비하기 위해 2권, 이번 주 수요일에 있는 ‘동탄에서 고전 읽기’ 모임을 위해 읽고 있는 1권, 좋아하는 독립서점 ‘갈피책방’에서 독서모임을 한다기에 1권. 누군가의 리뷰에 홀려서 괜히 빌려본 책 1권, 마지막으로, 글쓰기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 제목만 보고 빌린 책 1권. 총 6권이면 많은 것은 아니지 않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는 안다. 이 중에 읽지 않을 책이 있다는 걸 말이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읽지 않을 것을 알지만 가지고 싶은 욕망을. 읽어내는 속도보다 더 많이 욕심내는 자신을.


예전엔 책 욕심이 많았다. 세상에는 읽을 책이 너무나도 많은데, 시간은 한정되어 있었다. 계속 읽었고, 그 이상으로 책을 샀다. 책의 권수가 많아질수록 뿌듯했었다. 읽을 책이라면 언젠가는 읽게 되겠지 생각하며 책장을 가득 채웠다. 사람들이 내 책장을 보며 감탄하는 게 좋았다. 도서관에 가면 대출 가능한 최대 권수를 빌려왔다. 다 읽지 못해서 반납하러 가면 또 그만큼 빌려왔다. 집에는 항상 책이 가득했다.


하지만 나는 지쳐가고 있었다. 몇 백 권의 책들이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 어떤 책을 읽고 있으면 다른 책들이 나를 재촉했다. 책장에 꽂혀서 도무지 나오지 않는 좋은 책들만 몇십 권이었다. 과제처럼 읽고 쳐내기에 급급했다. 이 모든 것을 다 클리어하고, 성장해내야만 했다. ‘나는 독서모임 클럽장이야. 내가 고전 읽자고 사람들에게 말하고 다니잖아. 더 많이 읽어야 해.’ 내 마음은 쫓기고 있었다. 읽다 보니 분명히 다 읽었는데도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 책이 많았다. 내가 썼던 서평을 다시 봐도 희미하게만 기억날 뿐, 읽었던 내용의 대부분을 까먹었다. 무의식 어딘가에는 남아있을 거라 스스로를 위로하는 것뿐이었다. 행복했던가?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욕심을 버리기로 했던 거다. 책장에 있던 책을 다 끄집어냈다. 다시 책장에 꽂힐 수 있는 기준은 딱 하나였다. “읽을 책인가?” 수많은 책들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그제야 깨달았다. 이 모든 책을 다 읽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새 책도, 귀한 책도, 아끼던 책도 앞으로 읽을 일이 없다 생각하니 더 이상 내 것이 아니었다. 친구네 책방에 책들을 갖다주었다. 남은 건 알라딘에 팔았고, 그래도 남은 건 버렸다. 집에 돌아와 책장을 보니 앙상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한 권 한 권 살펴보니 이 책들이 오히려 나를 더 잘 설명하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문득 대학생 때 존경하던 한 선생님이 생각났다. 그분은 다독가였는데 집에 책이 한 권도 없었다. 책을 사서 다 읽으면 필요한 사람에게 준다고 했다. 책을 꼭 소유하고 있을 필요는 없다며. 혹시 책을 더 많이 읽다 보면 나도 그분처럼 될 수 있을까? 책장 없는 다독가로 살다가, 딱 한 권의 책을 가슴에 품고 관 속에 눕는 것. 내가 가야 할 길은 그런 길이 아닐까? 우선은 안 읽을 책부터 반납하고, 읽던 책을 마무리해야겠다. 그다음은 그 후에 생각해도 늦지 않으리라 본다.


안녕하세요! '마음탐험가'입니다.
동탄에서 고전 독서 모임과 글쓰기 모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에 대해, 모임에 대해 궁금하시다면 아래 링크트리로 와주세요!
https://linktr.ee/inner._.explor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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