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기다려주기

커피 얼음이 녹고 있다. 글을 쓰려고 앉았는데, 갈피가 잡히지 않는다. 주제가 몇 번이나 바뀌었다. 사랑에 대해서, 개인 방송에 대해서, 누군가를 나락으로 보내는 사회에 대해서. 생각이 떠오르는 대로 글자를 계속 나열해 보았다. 하지만 글이 빙빙 돌았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의무감에 꾸역꾸역 채워나가는 그런 글을 굳이 쓸 필요가 있을까? 음악은 계속 흐르고 있다.

오늘은 글이 안 써지는 날이라며 노트북을 덮으려니 오기가 생긴다. 뭐라도 써서 마무리는 지어야지. 나 같은 초보자는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전에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고 했다. 마음속에 있는 것을 글로 토해내는 작업. 더 이상 나오지 않을 때까지 하고 싶은 말을 다하라고, 끝까지 밀어붙이라고 했다. 그래서 매일 글을 썼던 것 아닌가? 오늘도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심호흡을 하며 쉼표를 찍어본다. 자세를 고치며, 커피도 한 모금 마신다. 휴대폰도 보고, 하품도 한다. 글이 잘 써지지 않는 것은 모든 글 쓰는 사람의 일상 아닌가? 글을 쓰지 못한다고 큰일이 생기는 건 아니다. 글을 쓰려는 지난 몇 시간의 노력이 의미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이 모든 것이 과정 아닌가? 조급할 필요는 없다.

기다렸더니 마음이 작은 깨달음을 준다. 아까 쓰려고 했던 글들이 왜 산으로 갔는지 알 것 같았다. 글에 주장을 담으려고 했었다. 내 생각을 거침없이 밝히고 싶었다. 그런데 자신이 없었다. 논리와 근거가 미약했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말이 있었구나.’ 알려준 나 자신에게 고마웠다. 주장하는 글은 좀 더 성실하게 준비해서 다음 기회에 쓰기로 한다. 오늘은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느낌과 생각을 표현하는 이 글로 만족하기로 한다.

안녕하세요! '마음탐험가'입니다.
동탄에서 고전 독서 모임과 글쓰기 모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에 대해, 모임에 대해 궁금하시다면 아래 링크트리로 와주세요!
https://linktr.ee/inner._.explor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