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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탐험가 Jun 05. 2024

내향적인 아빠의 결심

“오빠, 유치원에서 뭘 하길래 사람들이 율이(가명)를 이렇게 잘 알아봐?” 어느 주말, 아들과 놀이터를 다녀온 아내가 내게 물었다. “응? 별거 안 했는데? 조용히 스마트폰 보고 서있는데?” 혹시 내가 학부모들 구설수에 오를 만큼 잘못한 일이 있었나? “아니, 율이 엄마시냐고, 원에서는 매일 아빠만 보는데 반갑다고, 몇 분이 그러시는 거야. 율이랑 같은 학년도 아닌데.” “아~ 그러셨어? 엄마를 처음 봐서 반가우셨나?” 아무렇지 않은 척 반문하며 말을 맺었지만, 사실 당황스러웠다. 엄마들이 말없이 다 지켜보고 있었다니.


고백하자면 나 같은 내향인에게 아이 등하원은 쉽지 않은 일이다. 아이를 기다리는 그 몇 분 동안에는 영원한 침묵이 흐르곤 한다. 간혹 친한 엄마들이 대화를 나누기도 하지만, 미세먼지 소리도 들리겠다 싶은 때가 많다. 어색함을 피해 구석으로 도망가 시선을 스마트폰에 맡긴다. 시간이 흐르기만을 바라고 있다 보면 아이가 구원자처럼 나타난다. ‘드디어 탈출이다!’ 아이를 격한 기쁨으로 환영한다. 손으로 안경을 만들어 유리통창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크게 아이 이름을 부르며 안아주기도 하고, 아이를 높게 들어 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 후에는 아이를 데리고 멀리 도망가 버리는 것이다. 그러니까 나에게는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둘 여유가 없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그럴 리가 없지 않은가? 내가 선재도 아닌데 엄마들이 나를 지켜볼 이유가 없지. 그저 자의식이 과했던 것뿐이다. 엄마들 사이에서 아빠가 눈에 띄는 건 당연하다. 자주 보면 자연스럽게 기억하게 된다. 그러면 뭘까? 어쩌면 그분들이 나와 함께 ‘학부모 토크’를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그분들 입장에서도 나에게 말을 거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지 않았을까? 그래서 아이 엄마를 보고 반갑게 인사했을지도 모른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문득 좀 더 마음을 열고 다가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은 자주 마주치는 엄마들 얼굴부터 확실히 외워야겠다. 다음부터는 내가 먼저 알아보고 인사해야겠다.


안녕하세요! '마음탐험가'입니다.
동탄에서 고전 독서 모임과 글쓰기 모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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