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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탐험가 Jun 27. 2024

내향인 클럽장의 모임 생존기

(feat. 동탄에서 고전 읽기 독서모임)

2명은 안된다. 3명도 안심할 수 없다. 일단 4명은 되어야 한다. 그래야 누군가 발언하는 동안 들으면서 적당히 쉴 수도 있다. 다음에 무슨 말을 해야 하나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괜찮다. 대화 참여의 책임감이 줄어든다는 말이다. 내향적인 독서모임 클럽장이 사람들 틈에 가끔 숨을 수 있는 적정 인원수. 안정적이고, 유동적이고, 자유로울 수 있는 이상적인 최소 모임 인원. 그것이 4명이다.


우리 모임에는 항상 4-5명이 꾸준히 참여했다. 그래서 어느 날 아침, 참여 인원이 3명이라는 걸 알았을 때 당황스러웠다. 덜컥 겁이 났던 것 같다. 왜 인원이 줄었을까? 갖가지 부정적인 생각이 마음을 괴롭혔다. 주로 내가 못나서 그렇다는 자기 비하,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사회적 불안, 모임이 망할 것 같다는 두려움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모임 장소에 나온 3명은 분명히 다른 사람들의 빈자리를 느낄 것 같았다. 한 달에 한 번 보던 얼굴을 못 볼 테니까.


‘그냥 모임을 취소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모임에 참여하기로 한 두 분의 마음을 저버릴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모임에 처음 나오기 위해 용기를 냈고, 그 후로 꾸준히 자리를 지켜오신 분들이었다.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좋은 시간을 보내왔던가? 감사한 분들을 두고 모임을 취소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인원이 적어서 대화가 끊어지면, 내가 말을 좀 더 하면 되는 것 아닌가? 대화의 퀄리티가 떨어질까 걱정되면, 충분히 준비해서 가면 되는 것 아닌가? 클럽장으로서 좀 더 책임감을 갖고 노력하면 충분히 해결될 문제들 아닌가? 그래서 사람들에게 카톡을 보냈다. “말 신나게 많이 할 수 있는 날이네요. 기대하면서 기다리겠읍니다!!” 웃는 이모티콘이 달렸다.


생각해 보면 모임 참여율이 오락가락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사람들에게는 개인 사정이 있다. 나처럼 모임을 몇 개씩 꾸준히 참여하는 사람이 흔치 않다. 참여율 때문에 실망하고 답답해하는 것도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감정일 수 있다. 무엇이 두려운가? 만약 사람들이 아무도 나오지 않는다면, 혼자라도 앉아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면 되는 일 아닌가? 만약 지속적으로 신청자가 없다면, 모임을 닫으면 된다. 그건 실패나 망한 것이 아니다. 나라는 존재가 자격이 없다는 의미이거나, 모임이 가치 없었음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충분히 좋은 시간을 보내왔었다면 그 시간을 감사하게 마무리하면 된다. 그리고 앞으로 기회가 되면 모임을 또 열면 되는 것 아닌가? 내가 너무 예민했던 것 같다. 심호흡을 하며 불안을 내보내기로 했다.


그런데 그날 모임에는 총 4명이 나왔다. 오후에 참여의사를 밝힌 분이 있으셨다. 한 명이 더 나오는 게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한참 책 나눔을 하다가 이 이야기를 했더니 멤버들이 ‘에이~’ 하면서 무슨 그런 고민을 하냐고 했다. 클럽장의 노고를 공감한다고 말해주었다. 책 읽는 사람은 책 얘기만으로도 2박 3일을 보낼 수 있지 않느냐고. 나 혼자 있어도 당신과 2시간은 넘게 떠들 수 있다고. 사람들의 진심 어린 격려를 받으며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독서모임은 클럽장만 책임지고 고민하는 모임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모임이라는 걸.


안녕하세요! '마음탐험가'입니다.
동탄에서 고전 독서 모임과 글쓰기 모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에 대해, 모임에 대해 궁금하시다면 아래 링크트리로 와주세요!
https://linktr.ee/inner._.explor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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