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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탐험가 Jun 30. 2024

걷기 중간점검

오래 걷다 보면 달리는 사람을 관찰하게 된다. 달리는 모습들이 다양하다. 어떤 사람은 마라톤 대회 티셔츠를 입고 바람처럼 달려 나간다. 어떤 사람은 올림픽 국가대표처럼 화려한 복장을 입고 파트너와 함께 달린다. 긴 생머리를 찰랑 거리며 가볍게 달리는 사람도 있고, 반려견과 함께 천천히 달리는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람은 얼굴이 벌게져서 땀에 범벅이 되어 달리기도 하고, 무표정하게 아무런 소리 없이 달리는 분들도 있다. 몇 차례고 나를 앞질러 가는 분들을 보면 너무나도 멋져 보인다. 특히, 달리는 사람에게서 소리가 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내가 달릴 때는 항상 고통스러운 숨소리와 땅바닥을 쿵쿵 찍는 발소리와 옷이 서로 비벼지는 소리가 났기 때문이다. 나도 언젠가는 저런 느낌으로 달릴 수 있을까?


며칠 전 7000보쯤 걷는데, 이제는 발목 쪽 통증도 없어졌다는 걸 발견했다. 아픈 곳이 없는 걸 보니 몸이 걷는 것에 적응된 것 같았다. 그래서 조금 달려보기로 했다. 한 200m를 보통 속도로 달려보는데, 숨이 턱까지 찼다. 그것보다 무릎과 정강이가 아팠다는 게 더 문제였다. 그리고 오늘 다시 달리기에 도전했다. 무릎 때문에 달리기가 겁이 났다. 마음을 준비시키느라 반바퀴를 더 걸었다. 그래도 이걸 안 뛰면 다음에도 마음먹기가 어려울 것 같았다. 그래서 달렸다. 달렸더니 역시나 무릎과 정강이에서 신호를 보냈다. 발바닥에 느껴지는 충격도 문제였다. 러닝화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장비 핑계는 대지 않기로 했다. 선납지 옆의 다원중학교 트랙이 우레탄이니 앞으로는 거기서 무리하지 않고 달려보기로 했다. 한 바퀴가 300m 정도 되는 걸로 알고 있다. 우선은 한 바퀴로 시작해서, 조금씩 늘려나가는 것으로 도전해 보기로 했다.


그래도 달리기를 생각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발전이다. 만약 걷기가 아니라 달리기부터 시작했다면, 몸이 견디기 힘들었을 것 같다. 운동하지 않던 시간 동안 몸이 많이 망가져 있었으니까. 아마 열정 가득한 며칠이 지난 다음에는 갖은 핑계를 대며 집에서 못 나갔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천천히 꾸준히 가자는 전략은 유효했다고 생각한다. 달리기에서도 천천히 꾸준히 가보려고 한다. 관두네 어쩌네 소리가 나올까 봐 겁이 나기는 하지만, 그때 가서 관두는 것이 전혀 뛰지 않는 것보다는 낫겠지. 정말이지 이 정도면 많이 성장했다. 그리고 멈추지만 않는다면, 당분간은 계속 성장할 것 같다. 그러니까 정말 잘했다. 그렇게 스스로를 칭찬해 주기로 했다.


안녕하세요! '마음탐험가'입니다.
동탄에서 고전 독서 모임과 글쓰기 모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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