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탐험가 Jul 02. 2024

당신의 행복을 바라는 글

얼마 전 우노 다카시의 [장사의 신]이라는 책을 읽었다. ‘장사의 신’은 저자의 별명이다. 그는 일본 요식업계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 중 하나다. 장사를 얼마나 잘해야 그런 별명을 가지게 될까? 그의 책을 읽으면 손님을 생각하고 즐겁게 해 주며 가게를 운영하는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좋은 가게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된다. 자영업자가 아니더라도 손님의 입장에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더 좋았던 부분은 그가 직원들을 성장시켜 새로운 가게를 차려주고 장사를 돕는 모습이었다. 아무런 대가 없이 누군가에게 자신의 것을 나눌 수 있다니, 얼마나 멋진 사람인지. 그런 과정을 통과하면서 사장과 직원의 관계는 아버지-자녀의 관계로 변할 만큼 깊어진다. 그는 자기에게 온 사람들을 진심으로 아낄 줄 아는 사람이었다. 좋은 게 좋은 관계가 아니라 쓴소리도 하고 화도 내는 진정성 있는 마음. 사람을 그렇게 대하는 우노 다카시의 장사 철학에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을 추천한다. 수많은 추천도서 목록 속에 머무르지 않고 어서 당신에게 읽혔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책 얘기를 꺼낸 이유는 다카시의 마음이 나에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오늘은 어떤 걸로 손님을 즐겁게 해 줄까?” 장사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이 생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나의 말투로 바꾸면 이렇다. “내가 뭘 해야 당신이 행복할까?” 이 마음을 언제부턴가 내 마음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나는 오로지 나 자신만 들여다보기에 바빴기 때문이다. 나의 자아성찰을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내 배꼽의 때까지 알고 싶은 건 아니지 않을까? 그건 내 아내도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 결국 내가 아무리 자아에 초점을 맞추더라도, 읽는 사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 이것은 공적인 글쓰기의 특징이고, 오늘의 주제의식이다. 나의 글은 당신을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


이 과제가 어려운 이유는 한 가지 조건이 더 붙어있기 때문이다. ‘당신을 행복하게 하면서 반드시 나도 행복할 것.’ 당신과 나. 우리가 동시에 행복할 수 있는 글은 어떤 글일까? 베스트셀러와 유명한 작가의 책을 뒤적여봐도 잘 모르겠다. 그런 글은 당신을 행복하게 하겠지만,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지 못한다. 내가 쓰는 글은 당신도 보다시피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글은 아니다. 그러면 어떻게 할까? 나를 외면하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글을 써야 할까? 아니면, 그냥 내 비밀 일기장에다 더 자세한 독백을 써 내려갈까?


극단적인 양 갈래의 길에서 나는 잠깐 멈추어본다. 나는 내 행복이 더 중요한 것 같다. 내가 쓰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조금만 더 찾아보고 싶다. 앞으로도 성찰하는 작업은 멈추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지루한 글을 쭉 읽어내려 온 당신이라면, 조금이라도 나를 응원하지 않을까? 의미 없는 좋아요 개수보다는 당신의 스쳐 지나가는 눈동자를 상상하는 것이 더 좋다. 설령 당신과 내가 다시는 글로 마주칠 일이 없게 된다 할지라도, 나는 내 글을 스쳐간 당신의 눈동자의 감각을 잊지 않을 것이다. 내 글에 당신의 자리를 마련하고 싶다. 지금은 너무 좁고 불편할지 모르지만, 조금씩 넓혀나가겠다. 당신이 편하게 머무를 수 있도록. 때로는 당신이 내 마음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내가 통제를 잃게 되는 때가 있더라도 그렇게 하겠다. 혼자 외치는 메아리 같은 글을 읽어주는 귀한 당신을 위해, 나는 잠시 눈을 감는다. 기도와 축복 사이 그 어딘가에서 글로는 다 전할 수 없는 진심으로 당신의 행복을 빌어본다.


안녕하세요! '마음탐험가'입니다.
동탄에서 고전 독서 모임과 글쓰기 모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에 대해, 모임에 대해 궁금하시다면 아래 링크트리로 와주세요!
https://linktr.ee/inner._.explorer


작가의 이전글 미니멀리즘과 세계 평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