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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탐험가 Jul 04. 2024

민들레는 그저 피어있다

[모라도 클럽] 네번째 숙제 (주제 : 발견)

민들레는 문득 피어있다. 이 소박한 꽃이 내 시선의 목적지가 된 건 아이 덕분이다. “노란 민들레다!!” 존재감 없는 그 꽃을 강렬하게 받아들이는 아이의 경탄은 무의미 속에서 의미를 창조해 내기 시작한다. ‘왜 굳이 여기에 피어있는 걸까?’ 마음속으로 질문을 던져 본다. 민들레는 노란 꽃잎을 활기차게 펼쳐 보일 뿐이다. 밤낮이 몇 번 바뀌고, 아이는 다시 내 시선을 그곳으로 이끈다. 이번에는 이륙 준비를 마친 씨앗이 깃털을 달고 봉오리에 계류 중이다. ‘지난번 그 노랑이와 이 털북숭이는 같은 아이일까?’ 가끔 궁금할 때도 있지만, 굳이 그 답을 찾아보지는 않는다. 민들레는 바로 그 자리에 피어있다.


민들레는 자기를 변명하지 않는다. 꽃잎처럼 보이던 노란 것들이 사실은 하나하나의 꽃이라는 것, 씨앗으로 보였던 것이 사실은 열매라는 것, 다 똑같이 생긴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국적이 다르다는 것. 민들레는 “제발 나를 오해하지 말아 줘!”라고 토로하지 않는다. 노랑이는 어떻게 털북숭이로 바뀌는지, 그 모든 과정이 지나면 길었던 꽃대가 어디로 가는지, 바닥에 넓게 펼쳐진 잎들은 어떻게 되는지. “나에게 관심을 가져줘!”라고 소리치지 않는다. 민들레는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 자기 자신으로 피어있다.


민들레는 우울해하지 않는다. 안 피거나, 성의 없이 피지 않는다. 바람이 이끌면 투덜대지 않고 따라간다. 시멘트 사이의 조그만 틈을 찾아내 그곳에 뿌리를 내린다. 철쭉의 그늘 아래서도 꽃대를 높이 세운다. 강렬한 분홍 사이에 당당히 노란 아름다움을 보이며 서있다. 아무도 없는 구석진 곳에서 햇빛을 못 보더라도, 심지어는 밟히고 꺾이더라도 “삶이 버겁다. 남들보다 힘들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민들레는 입을 꾹 닫고 최선을 다해 피며 생명을 찬양한다. 그 생명의 신실함은 겨울에는 잠시 눈에 가려지지만, 봄이 오기만 하면 여지없이 어딘가에 나타나 홀로 미소 짓고 있는 것이다.


민들레는 그저 피어있다. 아무 말도 없다. 하지만 그 침묵의 존재는 삶을 가르치고, 누군가를 살려낸다. 셀 수 없이 많은 사람과 셀 수 없이 많은 민들레가 있지만 그 하나하나가 귀하다는 걸 생명으로 증명해 낸다. 누군가 보고 있지 않아도 홀로 최선을 다해 아름다우며, 짓눌려도 반드시 다시 일어난다. 민들레는 그렇게 살아내고, 자라나고, 피어난다.


안녕하세요! '마음탐험가'입니다.
동탄에서 고전 독서 모임과 글쓰기 모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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