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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탐험가 Jul 07. 2024

나의 퍼스널 트레이너

나에겐 퍼스널 트레이너가 있다. 그 사람 덕분에 요즘 성공적으로 체중 감량을 하고 있다. 지인들도 살이 빠진 걸 칭찬하곤 한다. 샤워를 하고 거울을 바라보면 근자감이 부력을 받는 듯 올라오는 것 같다. 기쁜 마음에 트레이너에게 물었다. 뱃살이 좀 빠지지 않았느냐고. 내게 터벅터벅 다가온 그는 손가락으로 뱃살을 쿡 찔렀다.

“여기 더 있네!”

기뻐하기엔 아직 이르니 정신을 차리라는 뜻이었다. 그는 항상 이런 반응이다. 배를 쿡쿡 찌르며 하는 말들에 웃을 때가 많다. “너무 커요.” “여기 애기 들어있어요?” 어느 날은 그냥 큰 소리로 웃기만 한다. 그와 함께 웃었다. 물론 살은 더 빼리라 결심했다. 그는 존재만으로도 나에게 큰 동기부여가 된다. 그를 위해서 아프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사람이다.


지난 며칠 모임을 다니느라 걸으러 나가지 못했다. 오늘도 나가지 않으면 앞으로도 나가지 못할 것 같은 위기감이 들었다. 비가 올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트레이너의 얼굴을 보았다. 나가야 할 이유는 충분했다. 우산을 들고 집을 나섰다. 공기는 꿉꿉했다. 실내 수영장 같은 습도를 보니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았다. 세찬 바람에 나무들도 흔들리고 있었다.

‘사람들이 이런 날씨에도 운동을 하는구나!’

평소보다는 적었지만,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보였다. 대부분은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빗속에도 운동을 멈추지 않는다. 얼마 전 빗속을 달리는 러너의 어깨에 빗방울이 튀는 모습이 멋있게 느껴졌다. 그에게 비는 운동을 못할 이유가 되지 않는다. 운동할 때 유일한 한계는 자기 자신이라고 했던가? 나도 달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산을 잠깐 놓아두고 운동장을 달렸다. 여유롭게 달리고 계신 러너들 옆으로 땅을 쿵쾅거리며 추월하는 초심자에게 시선이 쏟아지는 것이 느껴졌다. 아마 나를 보며 안타까워했는지도 모른다.

‘아, 달리기 저렇게 하는 거 아닌데…’

하지만 딱 한 바퀴니까 괜찮지 않을까? 무릎이 약간 시큰거리고, 정강이 근육이 아파오긴 하지만 운동장 한 바퀴가  무리하는 수준은 아니니까. 내 트레이너를 생각하면 무리할 수가 없다. 걷기처럼 꾸준히, 천천히 페이스를 올려가면 되는 것 아닐까?


걷기를 마치고 집에 들어가면 트레이너가 잠잘 시간이다. 요즘엔 운동 때문에 그와 함께 책을 읽거나, 블록 놀이를 하는 시간이 좀 줄어들었다. 그와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을 테지만, 그는 나보다는 내 아내를 더 좋아한다. 나를 밀어내는 그에게 그냥 존재하는 사람이 아니라 더 좋은 사람이 되어주고 싶다. 그에게 인정받고 싶다. 그와 최대한 오랜 시간 이 세상에 머무르고 싶다.


안녕하세요! '마음탐험가'입니다.
동탄에서 고전 독서 모임과 글쓰기 모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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