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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탐험가 Jul 10. 2024

니마코칼데

(feat.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이 어쩌구)

#1


내 앞에 앉은 남자가 나를 보고 있다. 시선은 노트북을 향하고 있고, 손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지만 분명히 나를 의식하고 있다. 부자연스러운 몸짓과 어색하고 과장된 표정. 누군가 지나가고, 의자가 삐걱대는 작은 이벤트들마다 놓칠세라 고개를 들어 쳐다본다. 그때도 사실은 나를 보고 있는 것 같다. 얼굴이 가려운지 자꾸 긁고, 입은 쭉 내밀고 있다. 커피를 다 마시고 얼음이 녹은 물을 바닥까지 빨아 마신다. 뭔가 신경 쓰이는 표정이다. 나겠지. 내 생각하고 있는 거겠지. 눈동자는 아래를 보고 있지만, 시야의 희미한 윗부분으로 나를 보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내가 여기 와서 앉을 때부터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 아까 머리 넘기는 척하면서 고개를 살짝 들었는데 그의 시선을 느꼈다. 자연스럽게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면 그와 눈이 마주쳤을지도 모른다. 아저씨 같은데 왜 자꾸 나한테 관심을 두는 거지? 기분 나쁜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까? 그만두라고 말하기는 애매하다. 그만두라고 말해도 그 남자가 그만두겠다고 할지도 알 수 없고, 그만두겠다는 말을 한다고 해도 진짜 그만둔 것인지 확인할 수도 없다.


결국 나는 커피와 물건들을 챙겨 일어났다. 그가 보이지 않는 구석 자리로 피했다. 뒤통수가 따가웠다. 그가 나를 계속 보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2


내 앞에 앉은 여자가 나를 보고 있다. 시선은 휴대폰과 다이어리를 오가면서 움직이고, 손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지만 분명히 나를 의식하고 있다. 휴대폰을 들었다, 다이어리에 뭔가를 썼다 하고 있지만 딱히 목적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한숨을 푹 쉬기도 하고,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보기도 하면서 뭔가 답답해하는 눈치다. 머리카락을 손으로 꼬는 것에 잔뜩 힘이 들어가 있다.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린다. 흘러나오는 BGM과 리듬이 같다. 의식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 여자는 나를 보고 있는 게 분명하다.


이 여자는 자리에 앉을 때부터 좀 이상하긴 했다. 넓은 테이블 자리에서 왜 내 맞은편을 선택한 걸까? 의아한 표정으로 그 여자를 힐끗 쳐다보았다. 이쁘진 않았다. 아, 어쩌면 나한테 관심이 있는 걸까? 아까 커피를 마시려고 고개를 젖혔다가 이 여자가 움찔하는 걸 봤다. 나한테 감추고 있는 마음이 있는 것이 아닐까? 아닌데, 그럴 리가 없는데. 나는 차은우가 아니니까 그럴 일은 없을 텐데.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어쩌면 그런 걸까? 내가 자기를 의식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 걸까? 그게 아니면 왜 그런 건지 도저히 모르겠다. 나는 이 여자가 신경 쓰여서 견딜 수가 없다. 몸이 부자연스러워졌고, 내 표정이 어떤지 몰라 얼굴을 삐죽거렸다. 누군가 지나가고, 의자가 삐걱대는 작은 이벤트마다 예민하게 쳐다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얼굴에 열이 오르는지 자꾸 가려워졌고, 목이 바짝바짝 탔다. 커피는 애초에 다 마셨고, 얼음이 녹은 물밖에 없었다. 아니, 도대체 왜 자꾸 그러는 거지? 미치겠다. 집중을 할 수가 없네. 자리를 옮길까? 아니, 저 여자 때문에 자리를 옮기기는 싫다. 여기 말고 다른 곳은 싫다. 마음에 드는 곳이 없다.


그 순간 여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짐을 정리하더니 구석자리로 갔다. 너무 다행이었다. 이젠 제발 나에게서 관심을 꺼주었으면 좋겠다.


안녕하세요! '마음탐험가'입니다.
동탄에서 고전 독서 모임과 글쓰기 모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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