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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탐험가 Jul 12. 2024

문득이

내 마음은 쫓겨난 종지기다. 종 잡을 수가 없다. A다 싶으면 곧 B로 바뀌고 B다 싶으면 곧 A’로 바뀐다. 순간순간 모니터링하지 않으면 내 마음이 왜 그러는지 알 수 없을 때가 많다. 변화를 촉발하는 이유나 원인이 무엇인지도 파악되지 않았다. 보통은 내가 마음을 정할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우울증이 빚쟁이처럼 찾아온다. 의욕과 의지를 급격하게 바닥으로 끌어당겨 곤두박질치게 만든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당황스러워한다. 그러니 어떻게 하겠는가? 내 마음이 하자는 대로 하는 수밖에.


며칠 전 갑자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을 집어 들더니 앉은자리에서 몇 권을 읽었다. 쌓아 두고 언제 읽나 한숨만 쉬던 책들을 척척 다 읽었다. 도서관에서 새 책도 빌려오고 책장에 먼지 쌓인 책도 뽑아왔다. 다시 독서 시즌이 돌아온 걸까? 책을 다시 읽다니 이처럼 반가운 일이 또 없었다. 하지만 의아한 마음이 떠나지 않았다. 내 마음의 어깨를 붙잡고 물었다.

“왜 마음이 바뀐 건데? 그냥 궁금해서 그래. 말은 해줄 수 있잖아.”

책을 읽어야 한다며 그토록 다그치던 때나, 책에 대한 갈증에 고통스러웠을 때조차도 책을 집어 들지 않았었다. 의무적으로 읽어내야 할 것들만 쳐낼 뿐, 책 읽기를 즐기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러면서도 “저는 책 읽는 거 참 좋아해요!”라고 말하고 다니는 모습이 얼마나 가증스러웠던가? 항상 불친절하고 침묵하기만 했던 내 마음이 간혹 답을 해오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지금 같은 순간이었다.

“너 글 쓰는 거 보니까, 안 읽으면 안 되겠더라.”


비웃고 비꼬는 차가운 말투. 그리고 보니, 내 마음은 침묵했던 게 아니었던 것 같다. 저따위로 말하니까 짜증 나서 내가 듣지 않았던 것일 뿐. 속을 알 수 없고, 자기 생각만 옳다고 하는 저 태도. 나는 저게 너무 싫다.

그럼 쟤는 왜 저따위로 말하느냐고? 그건, 잠깐만 물 좀 마시고 와서 대답하겠다. 그건, 뭐. 그건, 내가 말을 듣지 않으니까 그렇겠지. 나는 왜 쟤 말을 듣지 않느냐고? 듣기가 뭐, 듣기가 싫어서 그런 거 아닐까? 그렇지 않을까? 지, 지금은 내 마음이 종잡을 수 없다는 부분만 이야기하도록 하자. 어쨌든 글을 쓰는 건 나니까.

앞으로 내 마음을 ‘문득이’라고 부를까 보다. 내 지난 글들에서 그렇게 논리와 톤이 확확 바뀌고, 사건과 서술이 띄엄띄엄 넘어가는 이유는 바로 이 문득이 때문이다. ‘문득’이라는 말이 왜 그리도 많이 들어갔는지. 그래도 비하의 의미는 아니다. 그냥 문득 생각이 바뀌고, 문득 행동이 달라지는 것에 의미를 부여해 보는 거다. 그러다 보면 문득이를 더 많이 이해하게 될 날도 오리라 생각하면서.


글을 마치려니 문득이가 문득 그렇게 말한다.

“무슨 글을 써야 할지 모르겠어서, 책을 읽으면서 마음의 창고를 좀 채우고 싶었어.”

빨리도 답하네. 여하튼 맞다. 글을 올리다 보니 문득 작가들은 어떻게 썼는지 궁금했다. 에세이는 어떻게 쓰는 건지, 에세이를 읽으면 무엇을 얻을 수 있는 건지 진심으로 알고 싶어졌다. 그런데 문득 쌓아둔 책을 살펴보며 나는 웃어버리지 않을 수 없었다. 유명한 고전 몇 권과 필사하는 책 하나, 그리고 글쓰기 방법론 몇 권. 그 많은 책들 사이에서 에세이는 찾을 수 없었기에.


안녕하세요! '마음탐험가'입니다.
동탄에서 고전 독서 모임과 글쓰기 모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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