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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탐험가 Jul 20. 2024

Good Enough

변명 : 소설 처럼 써보려고 끄적이기 시작했는데, 처음이라 너무 어렵네요. 앞으로 소설을 좀 열심히 읽어보고 오겠습니다. 오늘은 더 이상 머리가 돌지 않아서 여기서 마무리....ㅎㅎ;;..ㅋㅋ;;...ㅈㅅ;;..


“오빠 이거 봐봐!”

영희가 킥킥 거리며 휴대폰을 내밀었다.

“뭔데?”

인스타 피드를 넘기던 영희에게 간혹 보이는 유머 공감 글 같은 거였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라는 데”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내용은 “시나리오 어떤 xx냐?”였다.

‘이거 몇 번 봤던 거네.’

철수는 코웃음을 치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아는 내용이라 웃기지는 않았지만, 영희에게 공감을 표현해 주긴 해야 했으니까. 영희에게 폰을 넘기며 말했다.

“진짜. 시나리오 누구냐?”

“웃기지?”

“응. 웃기네.”

영희가 다시 휴대폰에 빠져들자, 철수의 표정은 굳어진다.

‘그러게. 진짜 시나리오 누구냐? 이 여자랑 같이 사는 건 내 계획에 없었는데…’


철수가 생각하기에 영희는 큰 특징이 없는 여자였다. 너무 이쁘지도, 그렇다고 못생기지도 않았다. 가정에 작은 문제가 있었지만, 금수저가 아닌 집안이라면 누구나 하나씩 가지고 있을 법한 가정사였다. 장인은 적당히 돈을 벌었고, 적당히 술로 인생을 달랬다. 장모는 평생 집안일을 해오다 딸이 시집을 간 이후로는 적적함을 달래기 위해 일을 하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영희의 인생은 특별할 것 없는 인생이었다.

영희는 딱히 꿈이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자기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지 못했다. 대학을 졸업한 다음부터는 여기저기 자신을 받아주는 적당한 일자리를 찾아다녔다. 영희는 무슨 일에든 성실했다. 그러다 보니 웬만한 일에는 일머리가 있는 편이었다. 공부를 열심히 하지는 않았지만, 두뇌 회전은 빨랐다. 센스가 있어서 원리만 깨우치면 나머지는 실행하면서 배워가는 스타일이었다. 어떤 회사에서는 한 정직원의 빈자리를 충분히 채워내기도 할 정도였다. 물론 중소기업이라 가능한 일이었지만, 어쨌든 착하고 밝은 성격에 일도 잘하는 영희는 항상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그때 그 자리에 철수가 있었다. 철수는 훈훈하고 남자답게 생긴 편이었다. 여성에게 인기가 있는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름의 매력이 있어서 항상 여자친구가 있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전문직이었다. 철수는 강남권에서 자라 학원을 전전하며 살았고, 연세대에 입학했고, 남들처럼 취업을 준비했다. 수많은 공모전과 해외봉사 경험들이 다 무슨 소용인가 회의감이 들만큼 취직에 실패하자 우선은 한 중소기업에 몸을 담기로 했다. 치열하게 준비해서 이직을 하리라 생각했다. 어쨌든 평생 회사를 다닐 수는 없을 것 같아서 유튜브와 SNS에 도전했다. 주말에도 노닥거릴 시간은 없었다. 어떻게든 자기를 성장시켜서 뭔가를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철수의 눈에 영희는 의문덩어리였다. 자기 인생에 대해 무책임해 보였다. 단기 계약직에 박봉인데도 일은 왜 그리 열심히 하는지, 심지어 어떻게 그렇게까지 잘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공무원 시험이라도 보든지 해서 어떻게든 안정적인 직장을 잡아야 하지 않을까? 남의 일이라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했지만, 철수의 업무에 영희가 몇 번 참여하게 되면서 그럴 수가 없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영희는 철수에게 일을 좀 더 배우고 싶다며 상담을 요청해 왔다.


“철수님.”

“김철수 대리님이요. 회사에 얼마나 다녔는데 호칭하나 제대로 못 부릅니까?”

“아 네. 김철수 대리님. 저, 제가 궁금한 게 있어서요. 혹시 시간 좀 내주실 수 있나요?”

“회사가 학교입니까? 제가 영희 씨 보모인가요?”

영희를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고 까칠하게 말을 이어가던 철수는 영희가 침묵하자 고개를 들었다. 영희의 눈동자가 촉촉해져 있었다. 철수는 한숨을 내쉬었다.


“웬 한숨이야?”

영희가 거실에서 물었다. 무슨 걱정이 있느냐는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응. 아니야!”

잠깐 생각에 잠겼던 철수는 현실로 돌아왔다. 모니터에는 화면보호기가 돌아가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그때가 문제였네. 그때 나는 왜 안 바빴지? 왜 오지랖을 떨었을까? 그때 조언인지 뭔지 해주는 게 아니었는데. 그때 영희 눈만 안 봤어도 내 옆에 김태희가 있었겠네.’

그러다 웃음이 피식 터졌다.

‘아무리 그래도 내가 김태희에 맞는 급은 아니지.’

“왜 또 웃어? 미친 거야?”

영희가 철수가 있는 방문을 열었다. 철수는 당황하며 영희에게 이렇게 물었다.

“영희야. 내가 너랑 결혼 안 했으면, 김태희 만날 수 있지 않았을까?”

“김태희?”

영희는 잠깐 침묵했다. 뭔가를 생각하는 듯했다. 김태희와 자신을 비교하는 것이 화가 나는 것일까? 난데없이 김태희를 만난다는 헛소리가 어이없는 것일까?

“오빠는 김태희처럼 A급은 아니지…. 만. 엄청 노력을 했을 거고, 그래서 김태희까지는 아니어도 멋진 여자를 만나게 되지 않았을까? 까칠하고 재수 없게 굴다가 오지랖을 떨면서 원래의 따듯한 마음을 보여주면서 여자를 꼬시는 거지. 츤데레 같은 거.”

영희는 말똥말똥 눈을 뜨며 철수를 바라보았다. 철수는 영희의 말에 감동받았다. 영희만큼 자기를 잘 이해해 주는 사람이 이 세상에 또 있을까? 김태희를 만났다면 이런 쿨하고 객관적인 생각으로 나에 대해 말해줄 수 있을까? 철수는 새삼스레 영희랑 결혼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아마 영희의 이런 면에 끌려서 결혼까지 하게 된 것이겠지.

‘시나리오… 이 정도면 BEST는 아니어도 Good Enough 정도는 되겠네.’

철수는 일어나서 영희에게 다가갔다. 영희의 눈동자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영희는 철수의 눈에 훅하고 바람을 불고는 피식 웃으며 거실로 도망갔다.

“나도 사랑하는데, 오늘은 안돼!”

‘이런 젠장! 시나리오 어떤 xx냐?’

철수는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작가에게 자신의 뜻을 어필해 보기로 했다. 시나리오에는 오늘은 안된다고 쓰여있을지 모르지만,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닐 테니까.


안녕하세요! '마음탐험가'입니다.
동탄에서 고전 독서 모임과 글쓰기 모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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