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서점에 주문한 책들이 도착했다. ‘9권의 책’ 중 7권은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선정한 추천도서들의 목차를 훑어본 후 골랐고, 가장 기대되는 책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이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문영미 교수가 쓴 ‘디퍼런트’라는 책도 추천도서 목록에 있었지만 이미 읽은 책이라 구입하지는 않았다. 이 책은 흔히 언급되는 ‘차별화’를 차별화된 관점으로 바라보는 좋은 책이므로 일독을 권한다.
2011 삼성경제연구소 선정 ‘CEO가 휴가 때 읽을 책 17선’ [1]
수백에서 수천 명이 자신의 귀중한 시간을 투자해 참여하는 교육 과정을 만드 때 ‘보다 깊이 있는 Contents’를 만들기 위해, 또한 강의를 할 때 ‘보다 의미 있는 Comments’를 말하기 위해, 그리고 칼럼을 쓸 때 ‘보다 밀도 있는 Concepts’를 갖추기 위해, 필자는 평소에 꾸준히 책을 읽으려 한다.
글의 시작을 ‘9권의 책’으로 열었으니 책 읽기의 ‘9개의 편견’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기로 하겠다.
[편견 1] 요약본을 보면 된다?
대학 교재에서 흔히 활용되는 방식이 ‘요약’이다. 아무리 방대하고 복잡한 이론도 몇 페이지로 요약할 수 있다. 심지어 그 이론의 활용점과 한계점까지 몇 줄로 요약된다.
이런 이유로 필자도 마이클 포터 Michael Eugene Porter가 주창한 산업분석, 가치사슬, 경쟁우위, 원가우위 전략, 차별화 전략 등의 개념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저서인 '경쟁우위 Competitive Advantage'와 '경쟁전략 Competitive Strategy'을 사서 읽어보니 그런 생각은 ‘알고 있다는 착각’에 지나지 않았다.
‘경쟁우위’만 해도 조동성 교수가 번역한 한글판 기준으로 무려 745페이지나 되는 책이다. 베개로 써도 될 만큼 두꺼운 책에 담긴 방대한 이론을 몇 페이지 요약본만으로 알고 있다고 착각했으니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필자는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의 책은 되도록 원전을 읽으려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제프리 페퍼 Jeffrey Pfeffer의 ‘증거경영’, ‘지혜경영’, ‘권력의 경영’,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Clayton M. Christensen의 ‘미래 기업의 조건’, ‘성장과 혁신’, ‘혁신 기업의 딜레마’, 게리 해멀 Gary Hamel의 ‘꿀벌과 게릴라’, ‘경영의 미래’처럼 대가 大家로 불리는 이의 저서를 한꺼번에 구입해 오래된 저서부터 최근 저서까지 읽는다. 이런 방식으로 책을 읽으면 그 사람의 사상이 어떤 방향으로 진화해 가는지도 볼 수 있다.
[편견 2] 쓸 데 없는 책도 있다?
필자가 구입한 ‘9권의 책’ 가운데 후쿠오카 신이치라는 생명과학과 교수가 쓴 ‘나누고 쪼개도 알 수 없는 세상’을 지난 금요일(7월 29일) 저녁에 친구 부친상 조문을 가며 버스 안에서 읽었다. 책에서 일부를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퀴놀레이트 포스포리보실 트랜스퍼라제에 의해 신경세포독 퀴놀린산은 즉시 무해한 물질로 변환된다. 그러므로 그러므로 신경세포가 퀴놀린산에 노출될 위험은 피할 수 있다. 적어도 이 효소가 상주하며 항상 맡은 임무를 열심히 수행해 주는 동안은 말이다.’
이렇게 전문용어로 꽉 찬 구절이 이 책에 자주 등장하는데 읽어도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렇다면 이 책은 필자에게 ‘쓸 데 없는 책’이었을까? 생명공학에 대한 무지로 전체 내용을 하나로 엮을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몇 가지 재미있는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 이 책 덕분에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은 다음과 같다.
LA에 가면 석유재벌 폴 게티(J. Paul Getty)가 세운 ‘장 폴 게티 미술관’이 있음.
The Getty Center Los Angeles [2]
국경의 한 지점을 ‘경계 이편과 저편’에서 촬영하기 위해 출국, 비행, 입국 등에 드는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 와타나베 고(GO WATANABE)라는 사진작가가 있음
카뮈의 ‘시시포스의 신화’에 다음과 같은 문구가 있음.
"신은 시시포스에게 쉬지 않고 바위를 산 정상을 향해 밀어 올리라는 형벌을 내렸다. 하지만 산 정상에 이르면 바위는 자신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다시 굴러 떨어지고 말았다. 무익하고 희망 없는 노동보다 더 무서운 형벌은 없다는 신의 생각은 분명 어느 정도 타당했다."
경계선을 완화시키는 ‘디포커스(Defocus) 기법'으로 그림을 바라보면 전체를 볼 수 있음.
"회화를 감상할 때 나도 모르게 연필 자국이나 물감이 겹쳐 칠해진 부분에 시선이 간다면, 살짝 뒤로 물러나 그림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곳에서 멈춘 다음, 서서히 눈을 가늘게 뜨며 일부러 초점을 고정시키고 다시 그림을 본다."
이렇게 4가지를 새롭게 알고 느끼게 되었으니 이 책은 ‘쓸 데 있는 책’이다.
혹시 쓸 데 없어 보이는 책을 만나면 속독으로라도 반드시 끝까지 읽는 것이 좋다. 어떤 책이든 ‘한 문장’ 이상 건질만한 게 있다면 그 책은 분명히 쓸 데가 있는 유용한 책이다.
[편견 3] 무조건 많이 읽는 것이 좋다?
지금까지 몇 권을 읽었다며 다독(多讀)을 자랑하는 분들이 있다. 혹은 ‘다독’을 하기 위해 연초에 ‘올해 반드시 200권을 읽겠다’라는 식의 목표를 잡는 분들도 있다.
정량적인 목표에 따라 책을 읽는 ‘다독’은 남들에게 자신이 얼마나 책을 열심히 읽는지 알리는 데에는 효과적이지만,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이 책 저 책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읽는 방식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 이러한 ‘무차별적 다독’이 지나치면 잡다하게 아는 것은 많은데 생각의 초점이 명확하지 않은 사람이 될 수 있다.
세계적인 경영 컨설턴트로 유명한 오마에 겐이치는 30대 이후부터 매년 한 가지 주제를 정해 집중적으로 공부해 왔다고 한다. 공부를 하되 취미나 교양을 쌓는 정도에서 그치지 않고 그 분야의 전문가를 넘어서 책을 쓸 수 있을 정도로 깊이 연구한다고 한다.
실제로 그는 2001년에 ‘중국’을 주제로 공부를 했고, 2002년에는 공부한 바를 토대로 ‘차이나 임팩트’, ‘중국 시프트’, ‘중화 연방’ 등 세 권의 책을 출간했는데, "지금까지와는 다른 독특한 시점이 인상적이었다. 게다가 다른 문헌보다 정확해서 중국인이 자국을 바로 아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는 메시지를 중국의 정부 고관으로부터 받았다고 한다. [3]
‘다독’을 하되 오마에 겐이치처럼 주제가 있는 ‘차별적 다독’이 되어야 하겠다.
필자도 프로젝트를 하다 보면 2~3개월 동안 하나의 주제에 대해 수십 권의 책, 수백 편의 연구자료를 읽는데, 컨텐츠가 완성되는 시점이 되면 해당 주제에 대해 예전에는 몰랐던 많은 것들을 배우고 깨닫게 된다.
이렇게 하나의 주제에 대해 ‘다독’을 하고 나면, 그 주제에 대해 충분히 고민을 하고 제대로 쓴 책과 여기 저기에서 이 내용 저 내용 짜깁기한 책을 감별할 수 있는 눈도 가질 수 있게 된다.
프랑스에서는 1년에 몇 권의 책을 읽느냐에 따라 다독자, 중독자, 소독자의 세 층위로 분류하는데 연간 20권 이상을 읽는 사람을 '다독자 (grand lecteur; 그랑 렉퇴르)'로 부른다고 한다. IFOP(프랑스 여론 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프랑스인의 20%가 ‘다독자’라고 한다. [4]
1년에 20권 이상 읽으면 프랑스에서도 ‘다독’이라고 하니 굳이 몇 권을 읽었느냐에 목맬 이유는 없을 것 같다.
[편견 4] 폼 나는 책을 읽어야 한다?
책을 들고 다니려면 되도록 영어도 좀 섞여있고, 어려워 보이는 책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 하지만 책은 시계나 핸드백이 아니므로 꼭 멋있을 이유는 없다. 그 책에서 내가 무엇을 얻고 배울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필자는 최근에 핸드폰으로 네이버 웹툰을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다.
재미있게 본 웹툰으로는 ‘신과 함께’, ‘폭풍의 전학생’, ‘쿠베라’, ‘용의 아들 최창식’, ‘비흔’, ‘호랭총각’, ‘탈(TAL)’, ‘굿모닝 스페이스’, ‘혈액형에 관한 간단한 고찰’, ‘달빛머리’, ‘쌉니다 천리마마트’, ‘커피우유신화’, ‘삵의 발톱’, ‘야! 오이’, ‘소년전[Limit]’, ‘들어는 보았나! 질풍기획!’, ‘이말년 씨리즈’, ‘연애세포’, ‘LOST’, ‘아부쟁이’, ‘타임인조선’, ‘노블레스’, ‘테제’, ‘은하연인전’, ‘쎈놈’, ‘3단합체김창남’, ‘빠삐냥’, ‘입시명문사립정글고등학교’ 등이 있다.
꽤 많이 봐서인지 이제는 새로운 웹툰을 찾기보다 이전에 보던 웹툰에서 매일 업데이트 되는 회차만 챙겨보고 있다. 웹툰을 보다 보면 ‘사각컷 속의 즐거운 상상여행’이라는 네이버 웹툰의 표어처럼 상상력이 자극되는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사각컷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기발한 상상력을 발휘해 그림을 그리고 스토리를 이어가는 만화가 분들이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나이가 들었다고 폼 나는 책만 보려고 하지는 말자.
만화를 보면 단절된 이미지들을 머리 속에서 연결하며 우뇌 트레이닝을 할 수 있고, 만화가의 독창적인 아이디어에서 창의력을 배울 수 있다. 가끔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만화에 빠져 보는 것도 괜찮겠다.
[편견 5] 깨끗하게 읽는 것이 좋다?
필자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새 책처럼 깨끗하게 책을 읽는 것을 좋아했다. 이 습관이 깨진 것은 AMA Korea에 계셨던 박재원 대표 덕분이었다. 필자가 빌려 드린 책을 표시하며 봐도 되겠냐고 해서 괜찮다고 답했고, 며칠 뒤 그 책은 많은 줄이 그어진 채로 돌아왔다. 책에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에 검은 색 볼펜으로 줄을 쳤고, 줄을 친 부분 중에서도 핵심이 되는 단어와 문구는 두 세 번 더 줄을 쳐 강조했다.
필자도 그때부터 기존 습관을 버리고 책에 줄을 긋고, 여백에 메모하는 습관을 가지기 시작했다.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면서 책을 읽을 때에는 펜을 쓰기 어려우므로 중요한 페이지의 모서리를 살짝 접기도 한다.
책에 표시를 하며 보는 방식은 고등학교 시절 교과서보다 많이 봤던 ‘수학의 정석’을 보는 방식과 유사하다. ‘수학의 정석’은 두꺼운 책이라 한 번 공부해서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문제 번호 옆에 연필로 표시해 가면서 공부를 하면 보다 효과적으로 공부할 수 있었다.
이 방식을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처음 볼 때 풀리지 않는 문제에 연필로 살짝 / 표시를 한다. 두 번째로 책을 볼 때에는 / 표시가 되어있는 문제를 중심으로 보는데, 그 중에 풀리는 문제가 있으면 / 표시 왼쪽에 사선을 그어 V 표시를 만든다. 세 번째에도 / 표시가 되어있는 문제만 보는데 풀린 문제들은 X 표시로 수정한다. 네 번째로 책을 보기 전에 남아있는 / 표시를 확인해 모두 ☆ 표시로 바꾼다.
여기까지 오면 ‘수학의 정석’에 있는 모든 문제가 난이도별로 분류된다. 즉 가장 힘든 문제는 ☆ 표시, 그 다음은 X 표시, 그 다음은 V 표시, 가장 쉬운 문제는 아무 표시 없음으로 구분되는 것이다.
평상시 책을 읽을 때에도 표시를 하면 나중에 그 부분만 찾아 읽어도 그 책의 진수(眞髓)를 확인할 수 있고, 자신의 메모를 보면 그 책을 읽을 때 어떤 생각을 했는지 알 수 있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는 수학이 취미였던 변호사 페르마(Pierre de Fermat)가 그리스의 디오판테스가 저술한 아리스메티카(Arithmetica)라는 수학책을 공부하며 그 책의 여백에 메모로 남겼던 난제이다. '나는 이 정리에 대해 아름다운 증명을 발견했으나 책의 여백이 너무 좁아 적을 수가 없다.'라는 얄미운 메모가 덧붙여져 있었는데 결국 1993년 프린스턴 대학의 한 수학교수가 350년 만에 증명을 하게 된다. [5]
여러분이 책 귀퉁이에 무심코 적은 메모가 후세에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만큼 유명해질지도 모를 일이다. 책을 너무 깨끗하게 읽지는 말자.
[편견 6] 빌려 읽어도 상관없다?
책의 구입 비용을 생각하면 도서관이나 지인에게 빌려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평소에 빌려 읽더라도 좋은 책은 반드시 구입해서 소장해야 한다. 이는 [편견 5]와 연결되어 있다. 책에 편하게 줄을 긋고, 메모하고, 접으면서 보려면 반드시 내 책이어야 한다.
또한 책을 소장하고 있으면 몇 년 뒤 책장에서 다시 꺼내 읽을 때 처음에 무심코 스쳐 지나갔던 것들을 새롭게 이해하고 느낄 수 있다.
술 한 잔 했다고 치고 그 돈으로 책을 사자.
[편견 7] 평소 생각에 부합되는 게 좋은 책이다?
어떤 책을 끝까지 읽고 나면 그 책이 나에게 미치는 영향은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평소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아 편하게 읽은 책
2. 나에게 별 영향을 주지 못 하고 잊혀지는 책
3. 평소 생각하는 바와 달라 읽는 동안 불편했던 책
이 세 가지 중 어떤 책이 가장 도움이 되는 책일까?
창의적 관점에서 보면 3번이 정답이다. 제프리 페퍼와 로버트 서튼이 함께 쓴 ‘증거경영 Hard Facts’을 보면 이런 ‘불편한 진실 Inconvenient Truth’이 자주 나타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인재 전쟁 The War for Talent’ 같은 경영 관련 베스트셀러들은 기업 성과에 영향을 주는 독립변수(요인)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 ‘인재 전쟁’의 경우 독립변수는 여러 종류의 인재 관리 관행들인데, 독립변수에 대한 데이터는 인재 관리 관행이 도입된 이후의 기간 동안에 발생한 자료에서 수집된다. 제대로 된 연구라면 인재 관리 관행 도입 전과 도입 이후의 성과자료를 비교했어야 했다. 그러나 이 책뿐 아니라 많은 책들에는 인과관계의 오류가 있다. 모든 인과관계를 따져 보는 연구에서 원인이 결과보다 먼저 발생해야 한다.
‘인재 전쟁’은 맥킨지 컨설팅의 연구 결과에 근거한 것으로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되어 큰 호평을 받기도 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한동안 ‘인재 1명이 10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말까지 유행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증거경영’에서는 오히려 이 책에 치명적인 오류가 있다고 주장한다. 스탠퍼드 경영대학원과 공과대학의 교수로 있는 두 사람이 허튼 말을 했을 리는 없을 테고, 그렇다고 온전히 받아들이기도 불편하다.
개그맨 황현희가 진행하는 ‘불편한 진실’ 코너에서 어린이들의 대통령으로 불리는 국민 캐릭터, 뽀로로가 안경과 모자를 벗으면 M자형 탈모가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폭로(?)한 바 있다.
뽀로로의 불편한 진실 [6]
당장에 ‘불편한 진실’이라 하여 거부하기만 한다면 고정된 생각의 틀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된다. 따라서 평소 생각에 부합되어 그 생각을 더욱 강화시키는 책보다는 평소 생각을 뿌리부터 뒤집어 버리는 불편한 책이 자신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편견 8] 열심히 읽기만 하면 된다?
어떤 책에서 읽었는지 확실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최근 미국에서 파워포인트Microsoft PowerPoint의 폐해에 대한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고 한다. 초등학교에서 파워포인트를 활용한 발표 수업이 많아지면서 아이들이 파워포인트 사용에는 능숙해졌지만, 몇 가지 단어와 간략한 문구 그리고 강렬한 도형과 이미지를 남용하면서 장문의 글을 쓰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필자도 칼럼을 쓰기 시작하면서 이런 현상을 절감했다.
칼럼을 쓰기 전에는 업무상 파워포인트로 제안서, 보고서, 강의안, 교재 등을 만들어 왔는데, 문서의 특성상 간결한 문구와 인상적인 단어의 활용이 핵심인지라 긴 글을 쓸 기회 자체가 없었다. 그런데 막상 장문의 칼럼을 쓰려 하니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고교 시절 본고사 준비를 하며 논술에는 꽤 자신이 있었는데, 그 동안 파워포인트에 완전히 적응해버려 아예 첫 문단을 시작하는 몇 줄의 문장을 쓰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키보드에 손을 얹고 한숨을 푹푹 쉬며 한 달에 한 번씩 긴 글을 쓰는 일을 2년 정도 하니 이제야 긴 글을 쓰는 것이 조금 편하게 느껴진다.
사실 파워포인트 뿐만이 아니라 140자의 트위터, 420자의 페이스북, 문장 몇 개로 끝나는 게시판 댓글, 'ㅇㅇ'과 'ㅋㅋ'과 같은 자음만으로도 뜻을 전할 수 있는 문자 메시지,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 등도 우리가 긴 글을 쓰기 어렵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여러분도 블로그 작성이나 일기 쓰기 등을 통해 장문을 쓰는 기회를 자주 가지시기 바란다.
IT기술 덕분에 간단한 문장 몇 개로 서로 의사소통이 되는 편한 세상이기는 하지만, 긴 글을 쓰지 못 하는 것은 생각의 깊이가 얕고 단편적이라는 반증(反證)이기도 하므로 정기적인 글쓰기를 통해 '깊게 사고하는 훈련'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편견 9] 무작정 쓰기만 하면 된다?
[편견 8]에서 장문의 글쓰기를 정기적으로 하는 게 좋겠다고 했는데, 그러면 어떻게 글쓰기를 해나가는 것이 효과적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한동대 이재영 교수가 쓴 ‘탁월함에 이르는 노트의 비밀’을 추천하는 것으로 갈음하도록 하겠다.
탁월함에 이르는 노트의 비밀 [7]
이 책의 머리말에서 마지막 문단을 발췌하면 다음과 같다.
우리는 경쟁의 소용돌이에서 나를 끄집어내는 일과, 느릿한 걸음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단순함을 지녀야 한다. 그 단순함과 긴 세월을 버텨줄 좋은 도구가 바로 노트이다.
한두 쪽의 간단한 아이디어의 나열이 아니라, 수십 권의 노트를 가득 채울 그런 즐겁고도 큰 주제를 잡고 살아간다면, 어느 순간 남과 많이 달라져 있는 자신을 발견한 것이다.
남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남과 달라지는 것, 그 탁월함에 이르는 과정의 요소로 ‘노트’를 권한다.
책은 우리의 편견을 강화시키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의 편견을 파괴시키기도 한다.
이 뜨거운 여름, 우리의 알량한 편견을 시원하게 날려버릴 만한 좋은 책들을 골라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