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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인후 Jul 12. 2024

업계 유명인을 뽑았더니 일보다 외부 평판관리만 한다고?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특히 자신의 방식이 성공을 가져다줬다면.

여름의 끝자락,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어느 날 저녁이었다. 서울의 한 루프탑 카페에서 IT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한 기업의 대표와 마주 앉았다. 그의 얼굴에는 피로와 고민의 흔적이 역력했고, 커피 잔을 만지작거리며 그는 한숨 섞인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몇 달 전에 업계에서 꽤나 유명한 분을 임원으로 모셨어요. 처음엔 정말 기대가 컸죠. 하지만..."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먼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분이 회사 일보다 자신을 알리는 데만 열중하는 것 같아요. SNS 활동, 외부 강연, 인터뷰... 물론 그 자체로는 나쁘지 않지만, 우리 회사의 당면 과제와는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아요."


그의 말을 들으며, 그 임원의 입장도 상상해 보았다. 아마도 그는 오랜 시간 지금의 인지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 왔을 것이다. 밤낮없이 일하고, 끊임없이 공부하고, 네트워크를 쌓아온 결과가 지금의 '유명세'였을 것이다. 그에게 이 평판은 단순한 명성이 아닌, 자신의 전문성과 가치를 증명하는 자산이지 않을까.



대표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니, 문제의 근원은 더 깊은 곳에 있었다. 


"사실 우리가 필요했던 건 사무실에 앉아 주어진 업무를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할 사람이었어요. 화려한 이력보다는 실무에 강한, 말 그대로 '일 잘하는' 직원 말이죠."


이 말을 듣는 순간, 이 상황이 단순히 한 임원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채용 과정에서부터 회사의 니즈와 지원자의 성향이 맞지 않았던 것이다. 마치 정교한 시계 수리에 대형 망치를 사용하려 한 것과 같았다.


"그래서 결국 그분을 보내드려야 할까 봐요." 대표는 무거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의 눈에는 고민의 그림자가 깊게 드리워져 있었다. "하지만 이게 과연 옳은 결정일까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사무실 창밖으로 보이는 서울의 야경이 마치 이 상황의 복잡함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수많은 빛들이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모습이, 이 난제 속에서 해답의 실마리를 찾으려는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침묵을 깨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그분을 애초에 알게 된 것도 그분의 유명세 때문이 아니었나요?"


대표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그의 눈빛에서 불편한 진실을 마주한 사람의 당혹감이 읽혔다.


나는 말을 이어갔다. "업계 내 그의 인지도가 곧 그의 평판이자 능력이라고 판단해서 적극적으로 영입에 나선 게 아닐까 싶은데요."


이 말에 대표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표정에서 자신의 결정을 되돌아보는 복잡한 감정이 엿보였다.


"그러면 이렇게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요?" 내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분의 강점을 회사에 맞게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보는 거죠. 예를 들어, 그분의 네트워크와 영향력을 회사의 마케팅이나 신규 거래처 개발에 활용한다든지..."


대표의 눈이 천천히 커졌다. 그의 얼굴에 미묘한 변화가 일었다. 마치 어두운 터널 끝에서 희미한 빛을 발견한 사람처럼, 그의 표정이 조금씩 밝아지기 시작했다.



"그렇군요..." 그가 중얼거렸다. 그의 목소리에 활기가 돌았다. "지금까지 우리는 그분을 우리 틀에 맞추려고만 했지, 그분의 특별한 능력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는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그 순간, 카페의 분위기가 달라진 것 같았다. 대표의 눈빛에서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느껴졌다. 

"그분의 유명세와 네트워크가 우리 회사에 어떤 가치를 줄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해보지 않았던 것 같아요."


대표는 잠시 말을 멈추고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사실 우리 회사가 지금 새로운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인데, 그분의 영향력이 큰 도움이 될 수 있겠어요. 외부 강연이나 인터뷰도 회사의 비전을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고요."


그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이어 말했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 것 같아요. 특히 자신의 방식이 성공을 가져다줬다고 믿는 사람은 더더욱 그렇고요. 하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그 특성을 회사의 성장 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서로 윈윈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대표의 목소리에는 이제 확신이 서려 있었다. 그의 눈빛은 이전의 고민과 피로 대신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기대로 빛났다.


"지금 생각해 보니, 제가 너무 좁은 시각으로 상황을 바라봤던 것 같아요. 그분의 특성을 문제로만 여기지 말고, 어떻게 하면 우리 회사의 강점으로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해 봐야겠어요."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결심한 듯 말을 이었다.


"내일 아침 첫 일정으로 그분과 미팅을 잡아야겠어요. 함께 회사의 비전을 공유하고, 그분의 강점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진솔하게 대화를 나눠봐야겠습니다."


이 순간, 대표의 표정과 말투에서 문제 해결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발견한 사람의 활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생각의 전환은 단순히 한 직원과의 갈등 해결을 넘어, 회사 전체의 인재 경영 방식을 재고하는 계기가 될 것 같았다.


대화는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고 이어졌다. 인재 채용의 중요성, 조직 문화의 형성, 그리고 리더십의 역할까지. 이 모든 것이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카페를 나서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네온사인들이 밝게 빛나는 도시의 풍경은 마치 각자의 개성을 뽐내는 사람들 같았다. 그리고 그 빛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야경은 다양성이 만들어내는 시너지를 보여주는 듯했다.



문득 영국의 저명한 교육학자 켄 로빈슨 경의 말이 떠올랐다. 


"재능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납니다. 우리의 임무는 그것을 발견하고 육성하는 것입니다."


그의 말처럼, 우리는 모두 다른 형태의 재능을 가지고 있다. 조직의 역할은 그 다양한 재능을 발견하고, 그것이 가장 잘 발휘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아닐까? 로빈슨의 통찰이 비단 교육 분야뿐만 아니라 기업의 인재 경영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밤하늘의 별들처럼, 모든 사람은 각자의 방식으로 빛난다. 그 빛을 억누르거나 바꾸려 하기보다는, 그 빛이 가장 아름답게 빛날 수 있는 자리를 찾아주는 것. 그것이 진정한 리더의 역할이자, 우리 모두가 갖춰야 할 지혜가 아닐까? 이 밤의 대화가 남긴 여운과 함께, 그 질문은 오랫동안 마음속에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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