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겨울은 춥고 가난했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던 나는 홍대입구역 2번 출구 근처의 반지하 공간에서 생활을 했다. 낮도 밤도 모두 깊은 우주 같아서, 영원히 잠들어 있을 수 있을 것만 같은 그런 방이었다. 원룸 치고는 열 평 정도로 공간은 제법 넓었다. 그전까지 함께 살고 있던 부모님의 집에선 책 몇 권과 컴퓨터를 제외하곤 아무것도 가지고 나오지 않았다.
텅 빈 공간에 시간이 지나면서 매트리스가 들어오고 책상이 들어왔다. 일하던 스튜디오에서 사용하지 않게 된 소파를 받아 와 놓아 두었고, 촬영 소품이었던 협탁도 집까지 들고 왔다.
모든 것이 처음이었던 나에겐 그럴듯한 생활공간이었다. 매일이 불안하고, 불투명한 것들 투성이었지만 무언가 설레는 가능성에 대한 희망이 나를 살게 했다.
많은 사람들이 스쳐 지나갔다. 집에 있는 시간보다 대부분의 시간 동안 나는 어딘가를 향하거나 달리고 있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가까워진 사람들은 모두 닮은 구석이 있었다. 그 무렵의 나는 온전하게 사랑받고 살아온 사람들과 친구가 되는 방법을 몰랐다.
기억에 남아 있는 계절은 이상하게도 모두 겨울뿐이다. 모든 것의 시작점과 마지막이 될 것만 같은 계절. 귀와 볼이 아플 만큼 바람은 차갑지만, 무엇보다 따스함을 기억하고 꺼내어 볼 수 있는 시간들.
예전의 겨울과는 다르게 주변의 많은 것들이 변했다. 일하는 공간과 집, 주변을 둘러싼 사람들 모두 지난겨울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아졌다. 서글프지만 어쩌면 조금은 성실하게 살아온 어른이 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한가운데에 선 나는 과거의 겨울들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지켜지지 않는 체중과, 더는 젊어 보인다고 말할 수 없는 외모를 제외하고는 아마도 그대로일 것이다.
어느새 첫눈이 내렸다고 한다. 직접 보지는 못 했지만, 소식을 듣자마자 커튼을 열어보니 창가에 눈 자국이 남아 있었다. 며칠 전에는 트리의 장식도 마쳤다. 틈이 날 때마다 캐럴을 찾아 듣는다.
깊이 숨을 쉬면 차가운 공기가 온몸을 가득 채운다. 푸른빛을 띠는 기분 좋은 선명한 기운이 마음을 두드린다. 겨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