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면 새집의 계약이 시작된다. 지금 사는 집의 이전 계약이 끝나지 않아서 바로 갈 수는 없지만, 마음 한구석에 어렴풋이 새로운 생활의 그림이 그려진다.
많은 분을 만나고 있다. 덕분에 일을 하지 않아도 몹시 분주한 매일이다. 마감해야 할 데이터도 있는데, 크고 작은 문제들도 생기고 그래서 그런지 좀처럼 마음의 여유가 없다.
오늘 낮잠을 자고 일어나기 전까지 줄곧 컨디션이 그리 좋지 않았다. 일어나 블라인드를 올리고 커튼을 열었다. 눈 부신 빛이 집안을 가득 채웠다. 항상 듣던 음악을 틀었다. 원래 있던 반절 정도의 가구가 빠져나간 공간은 여느 때보다 매력인 소리가 울려 퍼졌다.
사라진것들을 굳이 채워 넣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저 빈 자리에 무엇이 있었더라, 며칠만 지나도 선명하게 기억나지 않았다. 무엇을 위한 존재였을까. 무엇을 채우려 했던 걸까.
따뜻한 볕의 냄새와 희미한 먼지 냄새가 난다. 아직은 4월, 많은 일들이 있었던 계절이다. 좋아하던 것들도, 그리 좋아하지 않았던 것들도 마지막까지 말을 걸어볼까? 망설이던 당신도 아마도 조금은 그리워질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