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의 전작 '탁월한 사유의 시선'을 매우 흥미롭게 읽었기에 이번 책 <건너가는 자>의 선택도 주저함이 없었습니다. 반야심경에 대한 해석이 주된 내용이라 다소 어렵게 느껴지긴 했지만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전 책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탁월함은 반복이고 과정이다. 스스로 규율을 만들고 지키며 끊임없이 반복하면 시선이 높아지고 탁월함에 이를 수 있다"는 메시지가 읽혔습니다. 좁고 편향된 시각으로만 세상을 바라보고 자신만의 기준을 고집하며 생각을 바꾸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비판의식도 느껴졌습니다.
더운 여름 시원한 카페에서 천천히 생각하며 읽으면 좋을 책입니다. 관심있는 분께 추천드리며, 제가 큐레이션한 9가지 내용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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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감정과 본능을 극복하고 얻어진 능력을 '지적 능력'이라고 합니다. 자연스러운 감정에 따르면 사람은 조그만 것도 과시하고 싶어집니다. 겸손은 그래서 수준 높은 지적 능력임을 모두가 알지만 행하기가 그렇게 어렵습니다. 겸손한 사람이 겸손하지 않은 사람보다 더 성공할 확률도 커지고, 더 나은 사람이 될 확률도 커지는 것입니다.
2. 지적으로 성장하면, 시선이 더 높아집니다. 더 높아진 시선을 가지면, 매사에 더 좋은 선택을 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더 좋은 선택이 반복되면, 크고 작은 성취를 이룰 가능성이 더 커질 것입니다. 크고 작은 성취를 얻는 것을 보고 다른 사람들이 복이 많다고 해주는 것입니다.
3. 깨달음에 이르고 싶은 사람이라면, 혹은 지적으로 좀 더 진일보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자신만의 규칙을 정해서 부단히 반복해야 합니다. 깨달음이라고 하는 어떤 묘한 경지는 누가 단순한 행위를 오랫동안 반복하느냐로 결정됩니다. 계율은 지켰다 안 지켰다 하거나 잠깐 지키다 마는 일이 아닙니다. 평생 지키는 것입니다. 그것이 삶이 될 때까지.
4. 누군가를 존경하는 태도는 겸손하고 성숙한 사람의 태도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적인 한 분야에 자신의 선택으로 자신을 던진 지식인이라면, 최고가 되겠다는 야망을 품고 최선을 다해 정진해야 하기도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어중간한 상태에서 어중간한 직업인으로 살다 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다시 말해 최고가 되겠다는 야망을 품으면, 아주 오랜 후에는 가능하겠지요. 다만 너무 빨리 누군가를 존경할 필요는 없습니다.
5. 앎이 실천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용기에 관한, 절제에 관한, 생각에 관한 아무리 깊은 지식을 가지고 있더라도, 절제나 용기나 생각을 구체적으로 행하는 일은 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세계에서 정작 필요한 것은 행이지, 앎 자체가 아닙니다. 행하면 반드시 알게 되지만, 앎은 행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6. 저는 이 세상에 힘든 일은 하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힘들어하는 자신이 있을 뿐이죠. 자신의 기준을 최대한 줄이고, 그냥 눈앞에 닥친 일을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면 되고, 그러다 보면 멀리가게 된다 생각하고 삽니다. 이상과 꿈을 지키는 것과 기준을 지키는 일은 다른 일이니까요.
7. 우리가 익숙한 세계를 벗어나서 전혀 다른 새로운 세계로 건너가려 할 때, 이 세계나 저 세계에 대한 지적 이해가 관건인 것은 아닙니다. 두 세계에 대한 지식은 오히려 방해가 되기도 합니다. 기존의 이해나 지식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어떤 묘한 내면의 동작과 행위가 필요합니다.
8. 한국 사회에서는 대답 잘하는 사람을 똑똑하다 하고, 자꾸 질문하는 사람을 이상하게 보기도 하는 현상이 있습니다. 아직 지식 생산국이 아니라 지식 수입국이니까, 아무래도 대답에 더 기울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영역이든지 생산은 질문에서만 나옵니다. 그러니 전혀 새로운 차원을 도모할 때는 기존의 지식에 푹 빠져 있는 똑똑함보다는 어딘지 모를 황당무계함이 오히려 더 적합할지도 모릅니다.
9. 이해와 인식을 실천과 삶으로 구현한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앎과 이해가 실천의 단계까지 내려오려면, 거기에 자기 전체가 반응하는 특별한 울림을 경험해야 합니다. 그것을 우리는 감동이라고 하는데, 감동은 이해와 인식의 차원과 다른 방식의 반복적인 자극으로 만들어집니다. 그것을 여기서는 주문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내가 나와 하는 약속인 주문을 계속 다시 걸고, 다시 걸고, 다시 거는 수밖에 없습니다. 반복하고, 반복하면, 감동이 일어나고, 감동이 일어나면 변화가 일어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