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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성 Sep 11. 2019

일도 하고, 애도 보며 저탄고지 먹는 방법

[저탄고지 후기 ②] 저탄고지를 실천하기 위해 나는 무엇을 먹나


저탄고지 식단을 실천하기로 마음먹고 냉장고를 열었다. 먹을 게 없었다. 과일, 채소, 빵, 갖가지 밑반찬 등 대부분 탄수화물이었다. 지방은 냉동실에 있는 삼겹살과 고등어 정도? 하루 식사 총량을 100%라고 한다면 지방을 70~75%(210~270g)까지 먹어야 하는 저탄고지 식단. 턱도 없었다. 장을 다시 봐야 했다.


 저탄고지 시작, 무엇을 샀나 


평생 다이어터였던 난 익숙하게 마트에서 대량의 채소(탄수화물)를 샀고 닭가슴살(단백질)도 주문했다. 이번엔 분명 다른 점이 있었다. 삼겹살 1kg(지방&단백질)도 장바구니에 담았고 난생처음 MCT오일(지방)과 낯선 브랜드의 외쿡 버터(지방)도 직구했다.


저탄고지 식사를 하루 식사 총량을 100%라고 한다면 대략 탄수화물은 5~10%(50g 이하), 단백질은 20~25%(150~200g), 지방은 70~75%(210~270g)를 먹는다.


정말 지방을 이렇게나 먹어도 될까? 대부분의 저탄고지 식단 입문자들이 그랬을 것처럼 나 또한 의구심이 들었다. 그러나 결제를 한 순간, 돌아갈 방법은 없었다.


결제를 한 순간, 돌아갈 방법은 없었다.


무엇보다 난 탄수화물에 예민했다. 그래서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와 통곡물로만 탄수화물을 섭취하기로 했다. 하루 탄수화물 섭취량은 5~10%(50g 이하)밖에 되지 않지만 이를 채우려면 삼시 세끼 채소를 산더미처럼 먹어야 한다. 주중엔 시간이 없어 주말에 일주일 치 양을 한꺼번에 준비하려니 채소 준비에 품이 많이 들었다.


양상추, 샐러리, 오이 등을 씻고 썰어 김장하듯 큰 보울에 담아 뒤적뒤적 섞었다. (김장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았지만...) 집에 있는 반찬통을 총출동시켜 꾹꾹 눌러 나눠 담았다. 아이들은 낯선 풍경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첫째 아이가 뭐 하는 거냐고 묻자 남편은 "엄마가 코끼리 밥 주러 간대"라고 장난을 쳤다. 그... 그래, 좀 많긴 하네. 그래도 이걸 다 먹어야 한다네.


그리고 본격적으로 시작된 나의 저탄고지 식사.


엄마 코끼리 밥 주러 가


 아침, 점심, 저녁 뭘 먹을까? 


아침은 먹지 않는다. 6시 30분이면 집을 나서야 해서 아침 식사를 챙겨 먹을 새도 없다. 두 시간 걸려 회사에 도착하면 기운도, 입맛도 없다. 진한 블랙커피를 한 잔 털어 넣으면 점심시간까지는 버틸 만한 정신이 돌아온다. 최근엔 저탄고지 열풍으로 출시된 여러 브랜드의 방탄 커피 믹스, 컵 커피를 먹기도 한다.


나는 필요를 못 느껴 안 먹는 것이지만 끼니를 챙겨야 하는 사람이라면 굳이 굶을 필요는 없다. 살을 더 효과적으로 빼기 위해 16:8 간헐적 단식(하루 중 16시간 굶고 8시간 동안 먹는 식이 방법)을 같이 하면 좋다고도 한다.


점심 식사는 핵심이다. 하루 중 나를 위해 가장 잘 챙겨 먹는 끼니이기 때문. 이를 위해 정성스럽게 장을 보고 채소를 다듬지 않았던가. 열심히 저탄고지 도시락을 먹는다. 채소 150~200g, 100% 통밀빵 2조각, 닭가슴살 100g, 버터 약 30~50g으로 구성한다.


저녁은 대충 때운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저녁 8시. 가족들은 이미 저녁 식사를 마쳤다. 친정엄마와 남편은 아이들을 먹이며 정신없이 저녁 식사를 했을 테다. 나를 위해 별도의 저녁 상을 차려달라는 건 어불성설이다. 그래서 저녁 메뉴에서 밥을 빼고 샐러드와 버터, MCT오일을 곁들여 먹는다.


아이들 때문에 저녁 메인 메뉴는 대부분 고기(소고기, 돼지고기, 오리고기 등)나 생선, 계란이기 때문에 쌀밥 없이 이것만 먹는다. 여기에 샐러드 100g과 버터 30-50g을 추가한다. 자기 전 MCT오일을 밥숟가락으로 한두 스푼 먹는다. 참, 샐러드 드레싱은 올리브 오일과 발사믹.


사실 이 식단이 저탄고지, 완전무결 식단에 정확하게 부합하지는 않는다. 영양소 비율과 양을 정확하게 측정하기 어렵고 칼로리 계산하느라 스트레스만 받던 식습관을 반복하고 싶지도 않았다. 큰 원칙 두 가지만 마음 깊이 새기고 먹고 있다. '탄수화물은 적게, 지방은 많이', '탄1:단2:지7'.


버터는 채소 사이사이에


 주말에도 가능해? 


주말에는 저탄고지 식단을 지키기가 매우 어렵다. 혼자일 때도 '치팅데이'랍시고 주말엔 한껏 풀어지기 일쑤였는데. 어린아이 둘을 돌보면서 내 식단을 지키는 건 더욱 대단한 의지와 노력이 필요했다. (우리 주변엔 정말 탄수화물이 많다...)


집에 있을 땐 챙겨둔 식재료를 먹으면 됐다. 문제는 외식이었다. 아이들은 꼭 밥 아니면 면을 먹어야 해서 난감했다. 나만 따로 먹을 수도, 도시락을 싸갖고 다닐 수도 없었다. 먹을 수 있을 때 같이 먹어야 하는 상황이니 내가 맞출 수밖에. 흰쌀밥은 빼고 반찬만, 돈까스는 튀김옷을 벗기고, 크림 파스타는 국물만 먹으며 임기응변을 발휘했다. 피자나 면 요리처럼 대안이 없을 땐 양을 2조각, 1/3로 적게 제한했다. 가끔 생각이 나면 포션 버터를 들고나가 틈틈이 먹었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처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다.


가장 어려웠던 건 군것질. 특히 아이들의 간식을 절대로 먹지 않는 것이었다. 아이들과 붙어있으면 아이스크림, 과자, 사탕, 젤리 등을 습관적으로 먹었다. 하지만 저탄고지를 하기로, 내 몸을 내가 컨트롤하겠다고 마음먹으면서 유일하게 절대적으로 금지한 부분이다. 웬만하면 '절대'라는 말에 가둬 단언하지 않지만 이것만큼은 필요했다. 앞서 얘기한 내가 저탄고지를 하는 이유 중 하나, 나는 탄수화물과 당의 노예였기 때문이다.



 고기는 그만 


처음 2주간은 저녁에 삼겹살과 소고기를 매일 먹었다. 가족들이 좋아해 고기를 자주 먹는 편이었는데 저탄고지 식단과 맞물리면서 시너지 폭발. 신나게 먹었다. 그리고 문제가 생겼다. 아이들에겐 변비가, 나에겐 죄책감이 찾아왔다.


채식을 한 적도 없지만 내 생에 이렇게 많은 양의 고기를 매일 먹은 적도 없었다. 매일 시뻘건 고기를 보고 있자니 나 살자고 대량 살생에 매일 일조해도 되는 것인지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양질의 단백질과 지방을 고기로 매일 섭취하면 좋겠지만 동네 마트에서 산 고기는 완전무결 저탄고지에서 권하는 '목초 먹은 소'고기일리 없었다. 양질의 고기를 매일 먹기엔 가정 경제에도 타격이 컸다.


죄스러운 마음으로 굳이 '목초 먹은 소'도 아닌 고기를 더 이상 매일 먹을 순 없었다. 고기를 줄이기로 했다. 회사 동료도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었다. 그래서 고기 대신 오일과 버터로 지방 섭취를 대신한다고. 올리브, 아보카도, MCT 오일과 버터, 치즈 섭취를 늘리고 고기는 3-4일에 한 번 먹기로 했다.


 저탄고지 5개월, 지금은? 


저탄고지 식단을 유지한 지 5개월이 됐다. 여전히 점심 도시락을 싸고 버터와 오일, 고기로 매일 일정량의 지방을 섭취한다. 2주도 못 채울 것 같았는데 벌써 5개월이라니.


이번 달 들어 조금 흐트러지긴 했다. 지난주엔 4개월 동안 한 번도 먹지 않았던 과자(새우깡)를 먹었다. 어제는 공교롭게도 생크림 케이크와 초코 아이스크림도 먹었고. 후회하거나 죄스러워하진 않는다. 몸으로 느끼는 바도 전과는 확연히 다르다.


무엇이 저탄고지 식단을 5개월 동안 유지하게 만들었는지, 몸과 마음에는 어떤 변화가 나타났는지...는 다음 편에서. 이번 추석 고비를 잘 버티고 돌아올 수 있길.



다시, 건강해지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탄수화물 폭식에서 벗어나 내 몸을 콘트롤하고 '가장 강력하고 맑은 자아'를 얻기 위해 저탄고지 식단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극적인 다이어트 성공기는 아닐테지만 건강을 위한 일상의 작은 성취들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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