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조금 다른 직장입니다”
회사에 있을 때는 ‘직장인’이라는 말이 너무나 명확했습니다. 명함이 있었고, 보고서가 있었고, 실적과 회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국어 강사가 된 뒤 주변에서 종종 이런 말을 듣습니다. “선생님은 좋겠다, 회사원 같지 않아서.” 그 말에 저는 늘 조심스럽게 대답합니다. “교사도 직장인이에요. 다만… 조금 다른 직장이죠.” 그 두 문장 사이의 간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스스로도 자주 고민합니다.
우선, 교사 역시 분명한 ‘직장인’입니다. 수업 시간표가 있고, 업무가 있고, 책임이 있습니다. 몸이 조금만 아파도 수업이 비니까 긴장해야 하고, 아이들 안전은 단 한 번도 예외 없이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feedback을 받아야 하고, 학기마다 계획을 세워야 하고, 예상치 못한 변수에 매번 즉시 대응해야 합니다. 하루 종일 서서 말하고, 표정을 읽고, 교실의 공기를 조절하는 일은 엄연히 노동입니다. 감정 에너지를 많이 쓰는 만큼 퇴근길의 피로는 회사에서의 피로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 점에서 교사는 누가 뭐래도 ‘직장인’입니다.
그런데도 제가 이 일을 ‘조금 다른 직장’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이 노동이 숫자가 아니라 사람을 기준으로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회사에서는 성과가 보고서와 지표로 남지만, 교사의 세계에서는 그날 아이의 표정, 한 문장, 작은 변화가 성과가 됩니다. “선생님, 오늘은 글이 좀 쉬웠어요”, “이 시 읽고 기분이 좋아졌어요” 같은 말이 하루 전체를 밝히고, 느린 성장을 오래 지켜보는 과정이 일의 의미를 결정합니다. 회사에서는 일이 쌓일수록 마음이 닳는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교실에서는 일이 쌓일수록 마음이 더 부드러워지는 순간이 생깁니다. 이 감정의 결이 다르다는 점에서 교사의 일은 확실히 ‘다른 종류의 직장’이기도 합니다.
결국 저는 이 두 문장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교사도 직장인입니다”라는 자각은 저를 현실에 단단히 붙잡아 두고, “그래도 조금 다른 직장입니다”라는 감각은 이 일을 사랑하게 만들어 줍니다. 책임과 의미가 동시에 주어지는 자리, 피곤하지만 다른 종류의 충만함이 따라오는 자리. 이 둘이 공존하는 곳이 바로 교실이고, 저는 그 교실에서 직장인으로서의 성실함과 교사로서의 감정적 민감함 사이를 매일 오가며 살아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