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제자들이 졸업할 때, 선생님으로서 느낀 묵직한 감정

by 모마

첫 제자들이 졸업하던 날, 저는 생각보다 훨씬 말이 없어졌습니다. 축하의 순간인데도 마음 한쪽이 묵직하게 내려앉는 느낌이었습니다. 몇 년 동안 교실에서 함께 숨 쉬었던 아이들이었고, 매 주마다 그들의 문장과 표정을 곁에서 지켜봤던 아이들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한순간에 “이제 나의 학생이 아니라, 각자의 길로 떠나는 사람들”이 되어 버린 것 같았습니다. 교실 문 앞에 서서 아이들이 차례로 떠나는 모습을 보는데, 웃음도 나오지만 깊은 여운이 먼저 찾아왔습니다.


졸업식이 끝난 뒤, 한 아이가 저에게 다가와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선생님, 중학교 가서도 글쓰기 계속 할게요.” 그 짧은 문장을 듣는 순간, 마음속 어딘가에서 오래 눌러 놓았던 감정이 터져 나오는 것 같았습니다. 이 아이에게 제가 무언가를 남겼다는 사실, 그리고 그게 점수나 실력이 아닌 ‘글을 좋아하는 마음’이라는 사실이 너무 깊게 와닿았습니다. 선생님이라는 역할은 아이들을 바로 눈앞에서 크게 바꾸는 일이 아니라, 오래 천천히 스며드는 마음을 건네는 일이라는 걸, 그날에서야 비로소 실감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손을 놓는 일’의 의미를 배운 날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제가 붙잡지 않아도 저마다 자기 속도로 자랍니다. 국어 강사의 일은 그저 옆에서 잠시 머무는 것이고, 결국 아이들은 스스로의 세계로 걸어가야 합니다. 졸업식 날의 묵직한 감정은 바로 그 사실 때문에 생기는 것 같습니다. 기쁨과 서운함, 안도와 허전함이 동시에 밀려드는 복합적인 감정. “이제 너희는 괜찮다”라고 보내 주는 마음이 되기까지, 선생님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돌아오는 길, 저는 아이들이 썼던 문장 몇 개가 자꾸 떠올랐습니다. 서툴렀지만 솔직했고, 짧았지만 깊었던 그 문장들. 첫 제자들의 졸업은 제게 하나의 이정표가 되었습니다. 누군가의 성장에 잠시라도 닿아 있었다는 사실, 그 곁에 있었다는 시간들이 제 삶을 조금 더 따뜻하게 바꿔 놓았다는 사실을 확인한 날. 그래서 그 후에도 아이들이 떠나는 순간은 늘 조용하게 마음을 흔듭니다. 선생님으로서 가장 큰 감정은 결국 이렇습니다. “함께했던 시간이 정말 고마웠다”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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