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을 앞두고 있는 지금, 저는 국어 강사라는 직업을 통해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제 인생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앞으로 무엇을 더 이루어야 하지?’라는 목표 중심의 다짐을 적었을 테지만, 요즘 제 마음은 조금 다릅니다. 마흔을 준비하며 떠오르는 다짐들은 화려한 계획이 아니라, 내가 어떤 마음으로 살고 싶은가에 대한 더 작은 고백들에 가깝습니다.
첫 번째 다짐은 빨라지지 않기입니다. 회사에서 오래 일하다 보면 속도감이 몸에 배어 있습니다. 모든 일을 효율적으로, 최대한 빨리 끝내야 한다는 강박 같은 것들. 하지만 교실에서는 다르게 흐릅니다. 아이들이 한 문장을 쓰는 데 걸리는 시간, 마음이 열리는 데 필요한 침묵, 질문이 떠오르는 순간의 느린 호흡들. 그런 장면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저는 삶의 속도를 다시 조절하고 싶어졌습니다. 마흔의 저는 빨라지기보다 깊어지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두 번째 다짐은 말을 아끼는 것입니다. 국어 강사로 살다 보면, 말은 많을수록 좋은 게 아니라 정제될수록 힘을 가진다는 걸 배웁니다. 아이들이 내뱉는 짧은 한마디가 하루를 밝히기도 하고, 제 작은 말실수가 어떤 아이에게는 오래 남기도 하더군요. 그래서 마흔의 저는 덜 말하고 더 듣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아이들의 말뿐 아니라 제 삶의 목소리, 몸의 신호, 마음 깊숙한 곳의 미세한 떨림까지 놓치지 않도록요.
세 번째 다짐은 내 삶을 가르치지 않기입니다. 선생님이라는 자리에 있다 보면, 나도 모르게 ‘정답’을 쥔 사람처럼 행동하게 됩니다. 하지만 교실에서 가장 많은 깨달음을 주는 건 아이들이고, 그들의 시선은 늘 예상 밖의 문을 열어 줍니다. 마흔 이후의 저는 누군가에게 정답을 주려고 애쓰기보다, 그저 함께 생각하고 옆에 머물 줄 아는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삶을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삶을 같이 건너는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를 너무 폄하하지 않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서른아홉에 새로운 길을 시작하면서 스스로를 의심한 시간이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난 1년 동안 아이들과 함께 쌓은 순간들은 제게 작은 확신을 주었습니다. ‘내가 선택한 길이 틀리지 않았구나’라는 확신. 마흔의 저는 조금 더 단단해지고, 조금 더 나를 믿고, 조금 더 오래 이 길을 걸어보고 싶습니다.
이런 사적인 다짐들은 크게 대단한 계획은 아닙니다. 오히려 아주 사소하고 일상적인 마음의 방향들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제 알게 됐습니다. 인생을 바꾸는 건 거대한 목표가 아니라, 하루의 조용한 마음가짐이라는 것을. 마흔을 준비하는 지금의 저는 그 조용한 다짐들을 한 줄씩 다시 적어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