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강사가 되고 난 뒤, 제 일기 쓰기 습관은 눈에 띄게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하루를 기록한다기보다 하루를 ‘정리’하려는 마음으로 일기를 썼습니다. 오늘 한 일, 기분, 일정, 결론. 회사 생활의 언어는 늘 요약과 결론이 필요했고, 제 일기 역시 그런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교실에 서기 시작하고 아이들의 문장을 매일 읽다 보니, 자연스럽게 제 일기의 얼굴도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크게 달라진 건 일기에 감정의 묘사가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쓴 글 속에는 숨기지 않은 마음들이 담겨 있습니다. “오늘 아빠가 늦게 오셔서 좀 속상했다”, “나는 창문에서 햇빛이 들어올 때 기분이 좋아진다.” 회사에서는 보기 어려운, 꾸밈없는 문장들. 그 문장들을 읽다 보면 저 역시 하루를 감정의 온도로 기록하게 됩니다. “오늘 아이가 읊은 한 문장 때문에 마음이 밝아졌다”, “수업 중 한 아이의 표정이 오래 남았다” 같은 식으로요. 기록의 중심이 사건에서 마음으로 옮겨졌습니다.
또 하나의 변화는 일기 분량이 훨씬 짧아졌지만, 더 진해졌다는 점입니다. 예전에는 하루를 오래 설명해야만 기록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글은 짧을수록 오히려 더 또렷했습니다. “선생님, 오늘은 제가 글을 잘 쓰고 싶어졌어요” 같은 한 줄이 제 머릿속에서 오래 울릴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도 하루를 한 단락으로만 써 내려가는 때가 잦아졌습니다. 길지 않아도, 그날의 온도는 충분히 남더군요.
그리고 마지막 변화는 일기를 ‘남기기 위한 글’이 아니라 ‘살아내기 위한 글’로 쓰게 됐다는 점입니다. 회사에 다닐 때는 일기가 스트레스의 배출구였다면, 지금의 일기는 제가 다시 선생님으로 돌아가기 위한 작은 충전과 같습니다. 어떤 날은 “오늘 내가 건넨 말이 과연 괜찮았을까”를 적으며 스스로를 돌아보고, 어떤 날은 “이 아이는 언제 이렇게 자랐지?”라며 감사한 마음을 써 내려갑니다. 일기는 더 이상 감정의 쓰레기통이 아니라, 수업을 더 잘하기 위한 작은 연습장이 되었습니다.
국어 강사가 된 뒤, 제 글쓰기 습관은 누군가를 가르치는 직업답게 더 섬세해지고, 더 마음을 닦아내는 방향으로 바뀌었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아이들이 자라는 만큼 제 일기 역시 계속해서 새로운 얼굴을 가지게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