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아이들 표정을 떠올리는 시간
수업이 끝난 뒤 교실에 혼자 남아 있으면, 방금 전까지 가득 차 있던 소리들이 서서히 가라앉습니다. 연필 긁는 소리, 의자가 움직이던 마찰음, 아이들이 서로 부르던 이름들. 모든 소음이 사라진 자리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이상하게도 아이들의 표정입니다. 그날따라 유난히 집중하던 눈빛, 몰래 하품을 참던 얼굴, 자신 있게 손을 들던 순간의 표정들. 교실이 비어 있을수록 그 얼굴들은 오히려 더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칠판을 천천히 지우다 보면, 수업 중 아이들이 던졌던 질문도 함께 떠오릅니다. “선생님, 저는 왜 이 부분이 슬퍼요?” “이 문장은 왜 그렇게 들려요?” 질문을 할까 말까 망설이며 눈과 입술을 번갈아 움직이던 모습까지 그대로 기억납니다. 그 작은 표정의 변화 속에는 아이들의 용기와 두려움, 기대와 궁금함이 다 들어 있습니다. 저는 그 표정들을 떠올리며, 과연 그 마음에 내가 충분히 닿았을까 스스로에게 조용히 물어봅니다. 오늘의 설명이 그 아이에게 ‘이해’가 되었을지, 아니면 그냥 지나가는 말처럼 사라졌을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교실 구석을 정리하다 보면, 아이들이 남기고 간 아주 작은 흔적들이 보입니다. 조금 구겨진 색종이 조각, 연필심이 부러져 버린 채 놓인 필통, 급하게 접힌 독서록. 그런 사소한 것들만 봐도 그 아이의 하루가 떠오릅니다. “오늘은 좀 지쳐 보였지.” “아까 발표할 때 엄청 용기 냈었는데.” 이처럼 표정은 말보다 많은 이야기를 남깁니다. 수업 시간에는 미처 읽어내지 못한 마음들이, 조용한 교실에서 하나씩 천천히 해석됩니다.
그래서 저는 이 시간만큼은 서두르지 않습니다. 교실의 공기가 완전히 잦아들 때까지, 아이들의 표정 하나하나를 마음속에서 천천히 되감습니다. 좋은 선생님이 되는 건 거창한 기술보다, 이런 시간을 놓치지 않는 마음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혼자 남은 교실에서의 이 조용한 회상은, 내일 아이들을 다시 만나고 싶게 만드는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