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다닐 때는 하루의 흔적이 대부분 회의록으로 남았습니다. 누가 어떤 의견을 냈는지, 다음 주까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숫자와 계획이 중심이 되는 기록들이었죠. 하지만 교실에서의 하루는 전혀 다른 결을 가지고 흘러갑니다. 아이들의 말투, 분위기, 수업 중 떠오른 작은 깨달음 같은 것들이 더 큰 의미를 가지기 때문에, 저는 회의록이 아니라 수업 일지로 남기고 싶은 문장이 많아졌습니다.
이를테면, “오늘 3교시, 글쓰기를 유난히 어려워하던 아이가 처음으로 자기 생각을 두 문장이나 적어 냈다.” 같은 기록입니다. 이건 누가 봐도 사소한 일처럼 보일 수 있지만, 교실에서는 그 사소함이 아이의 ‘다음’을 바꾸는 출발점이 됩니다. 또 “수업 시작 전 복도 의자에 혼자 앉아 있던 ○○가, 오늘은 먼저 질문을 건넸다” 같은 문장도 남겨 두고 싶습니다. 말 한마디의 변화가 아이의 마음을 읽는 단서가 되기 때문입니다.
가끔은 수업 중 제가 했던 말이 제 마음을 먼저 울릴 때도 있습니다. “틀릴까 봐 걱정돼도 괜찮아. 우리는 천천히 배우는 거니까.” 이 문장을 쓸 때면, 아이를 향한 말이면서 동시에 제 자신에게도 던지는 말이라는 걸 깨닫곤 합니다. 이런 문장은 회사의 회의록에는 절대 등장하지 않지만, 교실에서는 하루의 핵심 같은 문장이 됩니다.
그래서 이젠 하루를 정리하는 밤이면, 해야 할 업무 목록 대신 “오늘 아이들이 보여 준 새로운 표정”이나 “아이들이 만든 문장에서 발견한 마음의 결”을 적어 놓습니다. 숫자 대신 마음을 기록하는 일. 그 변화가 제게는 아주 조용하지만 확실한 성장처럼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