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래머로 취업 하고자 하는 후배들에게..
이 글은 대한민국에서 SW 개발자로 취업을 할 때 어떤 회사를 선택해야 하는 지에 대한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을 공유하는 글이다. 이 글은 아래의 글로부터 이어진다. 앞 글에서는 주로 규모가 큰 기업에 대해서 나열 하였다. 아직 읽기 전이라면 내용이 이어지니 읽어 보기 바란다.
앞 글에 이어 이제 대기업이 아닌 업체들을 살펴 보자. 이런 업체들을 중견 업체나 중소 업체 정도로 표현 할 수 있을 듯 하다. 이 쪽에서도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다고 보여진다. 하나는 주력 SW제품을 중심으로한 전문 SW 업체, 그리고 SI 프로젝트에 인력을 투입시키는 형태의 SW 아웃소싱 전문 업체로 크게 갈리겠다.
전자는 일반인도 쉽게 접하는 SW를 개발하는 업체들을 말한다. 백신 SW가 주무기인 안철수랩, 알집, 알씨 등의 제품을 주력으로 하는 이스트 소프트, 웹 어플리케이션 모니터링 툴을 제공하는 제니퍼소프트, 디비 모니터링 툴 및 컨설팅을 제공하는 엑셈 등이 있겠다. 연봉은 천차 만별이다. 대기업 저리가라 하는 높은 연봉에 훌륭한 근무환경을 제공하기도 하며, 실력들도 좋다. 하지만 케바케인듯 하다. 회사간 편차가 크며, 평균적으로 보았을 때 대기업에 비해서는 낮은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아무래도 특정 솔루션을 개발 및 고객에게 납품해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사용하는 기술의 범위가 다소 좁을 수 있으며, 솔루션을 납품한 고객사에 상주하여 기술 지원을 하는 경우도 많다. 나중에는 고객을 상대하는 기술 영업 쪽의 일을 할 가능성도 높은 편이다. 가장 안 좋은 케이스는 자체 솔루션은 가지고 있는 데 납품한 고객마다 SW의 버전이 모두 다른 경우다. 이는 솔루션 업체가 SI 프로젝트 들어가서 본인들 패키지 SW를 커스터마이징을 하는데 범위가 너무 커서 솔루션의 모습을 잃고 마치 SI 처럼 다시 개발하는 경우다. 이런 경우 해당 솔루션에 대한 책임은 져야 하나 고객에 의해서 변화 무쌍하게 변해버리는 바람에 낮은 품질의 솔루션을 제공할 수 밖에 없고, 결국 고객이나 솔루션 납품 업체 모두 원하는 결과를 얻기 쉽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경우, 업무도 무척 고되다. 하지만 본인들의 솔루션에 비전을 가지고 있고 품질 높은 패키지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라면, 제대로 된 SW 개발 및 패키징, 딜리버리까지 해 볼 수 있는 좋은 곳이기도 하다.
후자는 SW 인력 소싱 업체다. SI성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대형 SI업체나 고객에게 직접 프로젝트 수행 인력을 투입 시키는 회사들이다. 간혹, 규모가 어느 정도 있는 회사이면 프로젝트의 일부 혹은 전체를 책임지고 수행하는 턴키(Turn Key) 방식으로 업무 수행을 하기도 한다. 회사의 소속인 개발자들을 투입 시키기도 하지만, 프리랜서들이 직접 프로젝트 발주사와 계약을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중간에서 인건비의 일부를 수수료로 받으면서 프리랜서들을 투입 시키기도 한다. 이런 회사는 본사의 개념이 사실 크지 않다. 대부분의 인력들은 그때 그때 마다 생성되는 프로젝트에 투입되어 상주 지원 하게 된다. 이 인력들의 기술력은 천차만별이다. 숨은 재야의 고수부터, 마이너스 생산성(?)을 자랑하는 수준 낮은 개발자까지 엄청나게 다양하다. 회사에 들어갈 수 있는 진입 장벽은 위에서 언급한 대기업들에 비해 낮은 편이며, 원하는 기술을 쓰는 프로젝트에서만 일을 할 수도 있다. 그리고 본인이 한 일 (외주 기술 용역)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하지만, 대부분 제품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는 편이다.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도 하면 좋지만, 안 해도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프로젝트 단위로 일을 수행하기 때문에, 프로젝트 중에 바짝 일하고 프로젝트가 끝나면 수 개월동안 쉬는 것도 가능하다. 프리랜서라면 세금이나 보험등의 비용이 급여에서 제외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대기업 인력들도보다 더 많은 페이를 받을 수 도 있다. 정말 필요한 기술인데 인력이 많지 않다면, 그(녀)의 몸 값은 엄청 높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아무래도 협력 업체이다 보니 겪는 서러움(?)이 많을 수 밖에 없고, 급여 역시 평균적으로 다소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갑, 을, 병의 입장이면 갑, 을의 소위 말하는 갑질들을 받아내야 한다. 일도 힘들다. 야근 및 휴일에 근무하는 건 태반인데, 특별 수당 받기도 쉽지 않다. 그리고 프로젝트가 많지 않은 경우 일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 할 수도 있다. 이런 단점들이 존재하지만, 위 업체들의 진입 장벽이 높아서 입사하지 못 하는 경우에는 경력을 시작하기 좋은 곳일 수도 있다. 실은 필자도 이런 업체에서 경력을 시작 했었고, 몸은 힘들고 고단 했지만, 매일 매일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실무에 부딪히면서 얻은 경험들이 필자에겐 좋은 자양분이 되었다. 만약, 어설픈 실력을 키우기 위해서 프로그래밍 학원을 다니면서 세월을 까먹느니, 차라리 튼실한 중견/중소기업에 취업하여 급여를 받으면서 실무에 발을 담그는 것이 백배 좋지 않을 까 싶다. 잘 찾아보면 알토란 같은 기업들도 꽤 많다.
게임 쪽에도 규모가 큰 회사가 많다. 엔씨소프트나 넥슨과 같은 회사이다. 이런 회사들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고급 기술을 활용한 SW개발자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게임 서버 개발이라던지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개발 하는 것은 다른 회사에서 개발하는 SW와는 차원이 다르다. 그리고 아무래도 게임에 대한 애착은 당연히 필요한 소양 중에 하나가 아닐까. 아쉽게도 필자는 게임 회사에 대한 경험이 전무 한지라 장단점을 논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판단이 되어서 이 정도로만 언급하겠다. 한 가지 확실 한 것은 본인이 게임을 좋아하고 게임을 직접 만들어 보겠다는 의지와 실력이 있다면 충분히 안정적이고 좋은 대우를 받으며 근무 할 수 있는 회사들이 존재 한다는 사실이다. 한국에서는 런칭되지 않았지만, 한국 개발자들을 고용하여 해외에 게임을 런칭하는 해외 업체도 찾아 볼 수 있다.
해외를 언급 하였으니, 내친김에 해외 업체들도 한번 살펴 보자. 한국에는 상당히 많은 해외 업체들의 한국 지사가 위치하고 있다. 대부분이 이름만 대면 알만한 업체들이 대부분 서울에 지사를 가지고 있다.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IBM, 오라클, 아카마이 등이 대표적으로 알려진 업체들이다. 대부분 높은 연봉과 훌륭한 복지, 세계 최고 수준의 엔지니어들과 함께 일 할 수 있고, 기회가 되면 해외 지사로 옮기는 것도 가능하다. 경력에도 좋다. 글로벌 업체에서 경험을 쌓고 싶다면 아주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곳에도 많은 단점들이 존재한다. 일단 해외 업체가 한국에 지사를 두는 경우가 대부분 어떤 경우 일까?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한국 고객들에게 본인들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 가장 크다. 대부분의 롤이 고객을 상대하는 롤이 많다. 직접적인 영업이나 마케팅 조직은 당연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영업 인력들을 기술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기술 영업이라던지, 직접 고객을 상대해야 하는 일이 많다. 필자가 알기로는 직접 SW를 개발하는 조직을 갖춘 한국 지사는 구글이나 페이스북 정도 인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에 아마존이 클라우드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함에 따라 많은 클라우드 엔지니어들이 고용 된 정도이다. 그리고 아무래도 한국지사에는 학벌이 상대적으로 높은 인력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다. 한국에서 나온 대학 뿐만이 아니라 해외에 유명한 대학 출신 인력들도 많다. 그리고 많은 자유가 주어지는 대신에 많은 책임이 주어진다. 자연스럽게 치열한 경쟁을 할 수 밖에 없고, 한국 기업에 비해서는 조직내의 유대관계가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사수 부사수 이런 개념이 아예 없는 걸로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SW개발을 시작하는 초보 개발자에게 좋은 조건인지는 다소 의문이다.
간혹가다가 이런 해외 업체가 한국의 개발자들을 채용하여 본사로 데려가는 경우가 근래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구글이나 아마존 본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국 개발자들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인 걸로 보인다. 이런 경우는 SW 개발자로서는 좋은 경력을 쌓을 수 있을 것이고 SW 본고장에서 제대로 된 SW개발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좋은 보수와 좋은 일을 해야 한다는 전제 하다.
또 하나의 유형은 해외 업체인데 한국 개발자들을 채용하여 원격에서 근무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도 요즘 쉽게 접할 수 있다. 모바일 데이터베이스 업체인 Realm, 미국 소셜 커머스 싸이트인 thefency 등에서 한국 개발자들이 함께 일을 하고 있다. 필자의 후배 중에는 인도의 테크마힌드라의 직원으로 본인 집에서 재택근무를 하면서 한국 고객(GE 코리아)의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점차 사무실에 모여서 일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한국에서도 이런 일자리가 점점 많이자리라 기대해 본다.
참고로 위 업체들은 대부분 링크드인에 올린 프로파일을 통해 해외의 본사 인사팀에서 연락이 오거나, 국내의 해드 헌터들을 통해서 연락을 받을 수 있으며, 대부분 각 회사의 커리어 페이지에 가면 한국 지사에 올라와 있는 롤을 쉽게 확인 및 지원 할 수 있다. 물론, 영어로 지원해야 하고, 면접도 영어로 진행 된다. :)
마지막으로 살펴 볼 회사의 유형은 바로 근래에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스타트업의 생태계는 위에서 다룬 것들과 무척 다르다. (필자도 직접 경험해 보지는 못 했다.) 스타트업들은 본인들이 발견한 새로운 비즈니스 아이템을 발굴하여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벤처와 같은 개념이다. 대부분 초기 자본이 없어 엔젤 혹은 벤처 캐피탈과 같은 투자회사에서 투자를 받아서 비지니스를 수행한다. 가능성이 높은 스타트업 일수록 유명한 투자 회사에로부터 큰 금액을 투자 받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다.
잘 알려진 스타트업은 로켓 배송으로 빛나는 쿠팡, 피키 캐스트를 포함한 여러 스타트업들을 하나로 묶은 벤처 연합군 옐로 모바일, 배달의 민족으로 유명해진 우아한 형제들 등을 들 수 있겠다. (이런 업체들을 아직 '스타트업'이라고 불러도 되는 지는 모르겠다. ㅡㅡㅋ) 이런 스타트업들의 장점은 아무래도 가능성이다. 앞서 살펴 본 기업들 처럼 입사를 하기 위한 스펙은 필요 없다. 그저 실력만이 중요할 뿐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스타트업일수록 회사의 지분을 더 확보 할 수 있을 것이고, 추후에 회사가 인수되거나 상장하게 된다면 큰 소득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굉장히 가능성이 희박하다. 리스크가 너무 크다. 인원이 적은 회사 일 수록 SW 개발 이외의 일을 할 수 밖에 없다. 본인 사업을 하겠다는 야망이 있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겠다. 회사 경영이나 회계, 마케팅, 영업 등에 참여 할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인 기업에 존재하는 프로세스가 대부분 없어서 계속 만들어가야 하는 부담감이 있을 수 있다.
본인이 가고자 하는 방향이 뚜렸하고, 회사의 비전과 본인의 비전이 맞다고 본다면, 스타트업도 좋은 시발점이 될 수 있다. 혹시나 회사가 망한다고 하더라도, 거기서 배운 기술은 영원히 본인의 것이 된다. 그리고 실패한 경험 역시 본인에게 좋은 경력이 될 수 있다. 필자는 아직 겁이 많아 스타트업에 도전해 보지 못 했지만, 항상 주의 깊게 살펴 보고 있다. 근래에는 조직을 키우고자 하는 스타트업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고, 상대적으로 대기업 경험이 있는 시니어 엔지니어들을 찾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쓰다 보니 생각보다 길어졌다. 조금 더 고민하면 더 다양한 회사들도 소개 할 수 있을 듯 하나, 프로그래머로 사회에 첫 발을 딛기 위한 회사의 대부분의 유형은 도출이 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위의 회사들을 나눈 기준은 모호한 면이 없자나 있다. 대기업인 줄 알았는 데 알고 보니 아닌 기업도 있고, (필자의 첫 직장이 그랬다. ) 듣보잡인데 SW 업계에서는 엄청난 위용을 떨치고 있는 회사들도 있다. 이번 글의 내용들은 여기 저기에서 줏어 들은 것을 상식선에서 하나로 모은 수준으로 이해했으면 한다. 더 자세한 정보들은 인터넷에 널려 있으니 관심 있는 회사들은 직접 찾아 보기 바란다.
다음 번에는 회사가 아닌 기술 적인 관점에서 프로그래머로 취업 하는 전략에 대해서 다뤄 보도록 하겠다. 기술력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분들께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프로그래머로 취업하는 그날 까지..
모두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