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lliam Merritt Chase, <The Key Note>, 1915
"치고 싶은 곡 있어요?"
"쇼팽 야상곡 1번이요"
그리고 정적(터무니없는 곡을 불렀음을 감도는 공기로 느꼈다. 원래 무식하면 용감하다.)
"이건 어떨까요?"
하고 선생님이 제안한 곡이 쇼팽 왈츠 10번(Op.69, No 2 in B minor)
왈츠는 다 귀엽고 경쾌한 거 아닌가? 그렇게 밝은 무드는 싫은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선생님이 잠깐 쳐주는 이 곡이 마음에 들었다.
연습한 지 꼭 두 달이 되었음에도 아직 삐걱거리며 치고 있지만
가끔 내가 치면서 내가 울적해지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곡을 매우 애정하며 연습하고 있다.
처음에는 오른손만 그리고는 왼손만, 음악 아닌 음들을 연습하는 것이 그리 재밌지만은 않았다.
그렇지만 나는 이제 이렇게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시간이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는 걸 아는 사람이 되었으니까.
꾸준하게 할 수 있는 근육이 생겼으니까.
이건 모두 요가 덕분.
차곡차곡 삐걱이는 손을 다잡고 음악을 만들어 가다 보면 언젠가는 내가 원하던 쇼팽 야상곡을 멋지게 연주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