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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패터슨 Apr 18. 2019

제16화. 입맛의 취향

그 순간을 떠올리면 군침이 돈다.

느긋하게 먹고 싶지만 난 느긋한 사람이 아니다. 늘 급하다. 항상 실체가 보이지 않는 대상에 쫓기는 기분이다. 느긋한 식사는 언제부턴가 사치가 되었고, 빨리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식사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덕분에 지금은 햄버거를 좋아하는 사람이 되었고 콜라를 즐겨 마시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머릿속에서는 늘 건강이 우선이지만 허기가 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가장 먼저 배제된다. 건강한 음식은 '정성'에 비례하는 경우가 많다. 유통기한이 짧아 먹을 만큼만 사야 하고, 조리 시간도 오래 걸린다. 일상이 정신없을수록 건강한 음식과는 멀어지는 느낌이다. 




건강하지 못한 음식은 대부분 죽어있다. 유통기한이 길고 전자레인지에 몇 분만 돌리면 금세 먹을 수 있는 상태가 된다. 시간 여유가 없을 때 언제든지 빠르게 배를 채울 수 있다. 하지만 만족감은 덜하다.  


해산물을 좋아한다. 평소에 자주 먹는 음식이 죽어있다 보니 날 것의 살아있는 느낌이 좋다. 회는 며칠 동안 먹어도 질리는 법이 없다. 그냥 먹어도 맛있고, 쌈으로 먹어도 맛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비싸다. 그래서 특별한 날이나 약속이 있을 때 주로 먹는다. 



횟집에 가면 밑반찬(스끼다시)이 먼저 나오고, 주문한 회가 그다음에 나온다. 어느 정도 먹었다 싶으면 매운탕을 주문하고 공깃밥으로 마무리를 한다. 앞에서 충분히 탄수화물을 먹고 마무리도 탄수화물로 먹는 우리나라다운 방식이다. 이 순서가 마치 코스 요리 같은 느낌이다. 매운탕을 빨리 먹고 싶어도 순서를 기다려야 하고, 정해진 순서대로 마무리 지어야 다음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이때는 조급함도 사라진다. 느긋하게 회 한 점에 소주를 먹는 그 순간을 떠올리면 군침이 돈다.


글 : 취향마이

그림 : 섭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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