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

– 그날, 나는 손님보다 더 위로받았다

by YUSE


지금도 그 사람의 얼굴이 흐릿하게 떠오른다.

매일 보던 단골도 아니었고

대화를 많이 나눈 적도 없었다.


그런데 그 사람은

내가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아무렇지 않게 문을 열고 들어와

당연하다는 듯 커피를 주문했다.


그게 전부였는데,

나는 이상하게도 그날

처음으로 숨을 쉴 수 있었다.



무너질 것 같은 날이 있었다


매출이 떨어지고

주방 기계는 고장 나고

직원은 갑작스레 그만두겠다고 했고,

나는 내 탓 같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날따라 공간 전체가

내 불안한 감정을 그대로 반사하는 것 같았다.

평소 같으면 활기찼을 음악도

화분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도

왜 그렇게 나를 밀어내는 기분이었을까.



그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평소처럼 앉아 커피를 마셨고

책을 한 장씩 넘겼다.

그 조용한 리듬이

마치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나는 그 순간 깨달았다.

손님은 내게 돈을 내고 커피를 마시러 오는 게 아니라,

어떤 날은 나를 위로하러 오는 사람이기도 하다는 걸.


그 사실 하나로

그날의 고장과 낮은 매출이 그리고 내 혼란이

모두 조금은 견딜 만해졌다.



이름도 연락처도 모른다


그 사람은 몇 번 더 오다가

어느 날부턴가 오지 않았다.

가게를 닫기 전까지도 다시 만나지 못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짧은 몇 번의 방문이

여전히 내 기억 속에서는 가장 선명하다.



나는 지금도 때때로 생각한다


그 사람은

그때 나의 무너짐을

알고 있었던 걸까.


아니면

모르고도 그런 위로가 가능한 사람이

세상엔 존재하는 걸까.


그 질문은 지금도 남아 있고

그날 받은 위로는

아직도 내 안에서 유효하다.



그 손님에게 하고 싶은 말


그때 정말 고마웠습니다.

아무 말 없이,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와주셔서.


당신은 모르겠지만

그날, 그 자리에 당신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나는 다시 하루를 버틸 수 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그 손님이 두고 간 안경)


작가의 이전글《가게 문을 연 첫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