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냐 원화전 따뜻한 동심을 찾아서

상상력과 질감 표현

by 인사라


볼로냐 원화전, 디자이너의 시선으로 다녀온 기록겨울 끝자락, 설연휴에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볼로냐 원화전을 다녀왔다. 디자이너로 일하며 늘 화면 속 결과물만 보다가, 오랜만에 ‘원화’를 직접 마주하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 그래서 올해도 자연스럽게 볼로냐 원화전을 찾게 되었다.



전시 정보

전시명: 2025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59th (제59회 ‘Bologna Illustrators’ Exhibition’)

기간: 2025년 12월 27일 ~ 2026년 3월 28일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 (서울 서초구)

관람 등급: 전체관람가 (누구나 입장 가능)

운영시간: 보통 오전 10시 ~ 오후 7시 (입장 마감 약 18시 20분) / 매주 월요일 휴관


전시 내용

세계 각국 일러스트레이터 77명의 원화 약 380점 이상이 전시됩니다.

이번 전시는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볼로냐 아동 도서전(Bologna Children’s Book Fair)*의 대표적인 일러스트 부문 전시가 한국에 소개되는 것으로, 최신 글로벌 그림책 일러스트 트렌드를 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


입장료 & 할인

일반 성인권: 약 15,000원 (판매처에 따라 변동 가능)

어린이·청소년권: 약 10,000원




전시장에 들어서자 종이의 질감과 물감의 결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디지털 작업에 익숙해진 손과 눈이 잠시 멈춘다. 볼로냐 원화전은 단순히 예쁜 그림을 모아둔 전시가 아니라, 작가의 사고 과정과 실험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자리라고 느꼈다. 선 하나, 여백 하나에도 의도가 담겨 있다.


세계 각국의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참여한 만큼 표현 방식은 무척 다채롭다. 어떤 작품은 색을 과감히 덜어내고 구도로 긴장감을 만든다. 또 다른 작품은 화면을 가득 채운 색면과 패턴으로 감정을 밀어붙인다. 볼로냐 원화전을 거닐다 보면 ‘이야기’가 어떻게 시각 언어로 번역되는지 자연스럽게 체감하게 된다. 상상력이 구체적인 이미지로 변환되는 순간을 목격하는 기분이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구도였다. 인물과 배경의 배치, 시선의 흐름, 장면 전환을 암시하는 프레이밍이 치밀하다. 책장을 넘기는 리듬까지 계산된 듯한 장면 구성은 UX 설계와도 닮아 있다. 나는 작품 앞에서 한참을 서서 화면 분할을 따라가 보았다. 이 장면이 왜 이렇게 안정적인지, 혹은 왜 불안하게 느껴지는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런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점이 볼로냐 원화전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표현 기법 역시 풍부하다. 연필의 거친 선, 아크릴의 두터운 질감, 콜라주의 레이어,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혼합까지. 각각의 기법은 단순한 스타일이 아니라 서사를 강화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볼로냐 원화전을 통해 표현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라는 사실을 다시 배운다. 어떻게 그릴 것인가보다 왜 이렇게 그렸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한다.





관람객 중에는 아이도 많았지만, 디자이너나 창작자로 보이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모두가 조용히 작품 앞에 서서 오래 바라본다. 볼로냐 원화전은 결과물의 화려함보다 과정의 진정성을 보여준다. 그래서 오히려 담담하다.


전시를 다 보고 나오며 생각한다. 상상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훈련된 시선에서 비롯된다고. 다양한 표현 기법과 구도를 반복해서 관찰하는 경험이 결국 나의 디자인 언어를 확장시킨다. 볼로냐 원화전은 그런 훈련의 장이었다. 화면을 구성하는 힘, 이야기를 압축하는 힘, 여백을 남기는 용기를 배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머릿속에는 아직도 여러 장면이 겹쳐 떠오른다. 디자이너로서 나는 매일 기획과 제약 속에서 일한다. 그러나 볼로냐 원화전에서 본 작품들은 제약 안에서도 무한한 상상력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표현은 결국 선택의 문제이고, 구도는 태도의 문제다.


그래서 올해의 볼로냐 원화전은 나에게 작은 다짐이 된다. 더 많이 보고, 더 깊이 생각하고, 더 용감하게 표현하겠다고. 상상력과 표현기법, 그리고 구도에서 얻은 다채로운 경험을 작업 속에 천천히 녹여내겠다고 다짐한다. 담담하지만 오래 남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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