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극의 희극> 출간후기 2.
퍼스널 에디터로 부터 연락을 받고 나는 어리석게도 '이제 됐다!' 고 생각했지만, 이제 된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본격적으로 원고쓰기에 들어갔다. 써놓은 글이 있으니 그걸 엮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경기도 오산이었다. 원고를 쓰는 과정에서 진짜 내 글쓰기 실력이 나오지 않으면 계약은 언제든 엎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진짜 글쓰기는 이제부터다!!
내가 당시에 '술' 과 함께 연재중이었던 글이 '강남으로 이사간 이방인' 에 관련한 것이었는데 편집자님이 보시기에 각각의 원고에서 좋은 글을 발췌하고, 엮고 싶었는데 연결고리가 상당히 애매했다. 술로 쓰자니, 강남은 너무 진지한 주제라 결이 안맞고, 강남에 초점을 맞추자니 술이 갈 곳 없이 겉돌았다. 기획이 이렇게나 중요하다. 처음부터 이 둘을 엮을 계획이었거나, 한 쪽을 다른 한 쪽에 맞췄었더라면 수월하게 진행되었을텐데. 나에게는 그런 후회도 어울리지 않는게, 애초부터 그래야겠다는 큰 그림같은 것이 없었다. 그리고 그게 바로 출판사와 편집자의 역량에 맞닿아 있는 부분이라는 걸 원고를 쓰면서 알게 되었다.
편집자님은 두 개의 브런치북에 산발적으로 던져져 있는 '괜찮은' 원고들을 보시고는, 그 두 주제 사이의 거의 유일한 접점인 '남편' (사실 나는 어떤 주제에 대해 쓰든 남편이 계속해서 글에 난입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다,,,,,,,,)에 관해서 새로운 글을 더 써보자고 제안하셨다. 나는 그 두 주제 사이의 유일한 접점이 남편인 줄도 사실 몰랐다,,,,,,,,,,,,,,,, 허허. 그리고, 실제로 나는 출판사에서 연락을 받은 이후로 더 많은 원고를 '새로이' 쓰는 형벌을 받아야 했다. 그러니 정말 출판사에서 연락을 받았다고 좋아하기에는 너무나도 이른 것이다,,,,,, 기획은 달라질 수 있고, 새롭게 원고를 써야할 수도 있다는 점 역시 염두에 둬야한다.
그 때부터 나는 글감을 수집하고 글 하나 하나를 써내려갔다면, 편집자님은 그걸 엮고 꿰어서 작품으로 만들어주시는 분이셨다. 나는 나무를 봤고, 편집자님은 숲을 보셨다. 편집자님은 어떤 생각이실지 몰라도 작가와 편집자의 취향이나 궁합이 이 부분에서 굉장히 중요하지 않을까, 한다. 의견이 다르면 합의를 도출하기도 쉽지 않고 지향점이 비슷해야 원하는 기획에 대한 아이디어도 쉽게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저자 이정원의 강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컨셉을 대략적으로 그려놓고 본격적인 원고 집필에 들어갔다. 첫 책을 쓰는 신인작가의 경우, 나는 한 꼭지씩 받아서 피드백을 하고 수정해서 다음 꼭지로 넘어가는 식으로 전체 탈고를 한다.
하지만 신인작가라도 ‘케바케’다. 그렇게 한 꼭지씩 숙제 검사하듯 원고를 받으면, 당근과 채찍의 피드백과 긴장감에 동기부여를 느끼고 잘 따라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갑갑해서 도망가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다.
이정원 저자는 명백히 후자로 보였다. (원고를 보면 대충 감이 온다.) 이런 경우에는 세밀한 피드백으로 한 꼭지씩 완성도를 갖추기보다 일단 속도감 있게 초고를 쓰도록 한다. 그렇게 한 권을 탈고한 후 전체적인 퇴고를 거치는 식으로 원고를 만들었다.
<상극의 희극> 에 실린 기획자 코멘트의 일부다. 나는 초고를 빠르게 완성한 편이었는데, 알고보면 편집자님의 셈이 있었던 거다. 책은 그런 시간들 속에서 탄생했다. 거듭된 나의 고민과 반복된 편집자님의 번뇌 속에서 조금씩 조금씩 티안나게, 그러나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는 작업이었다. 책 한 권을 세상에 내어놓기까지 얼마나 많은 수고와 노력이 필요한건지 절감했다.
연결고리! 연재를 하면서 더 꼼꼼하고 세심한 기획을 했다면 어땠을까, 에 대해 후회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앞으로 다시 어딘가에 연재를 하게 된다면 좀 더 촘촘하고 꼼꼼하게 계획을 세우고 좀 더 멀리 보면서 글을 써봐야겠다는 결심을 할 수 있었던만큼 <상극의 희극> 의 탄생은 나에게 그 자체로 크나큰 배움이었다.
이제 책이 나오는 일만 남았는데, 그렇다면 이제 정말 끝일 것인가. 그럴리가!!
-독자들과 만나는 방법에 관하여
는 또 다음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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