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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는 시선
by Movie Street Nov 30. 2018

잔망스럽고 단도직입적인 스릴러 <부탁 하나만 들어줘>

관객을 들었나 놨다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해

[사진 출처: 다음 영화]

제목: 부탁 하나만 들어줘(A Simple Favor)

감독: 폴 페이그

출연: 안나 켄드릭(스테파니 役), 블레이크 라이블리(에밀리 役), 헨리 골딩(숀 役)

#1시간 57분 #스릴러 #반전 #비밀 #여성 #벡델 테스트 #서스펜스 #미스터리


*해당 리뷰는 [브런치 무비 패스]의 지원으로 시사회에 참석하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토록 잔망스럽고 단도직입적인 영화라니. 영화 시작 5분 만에 관객의 혼을 쏙 빼놓는다.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의 <부탁 하나만 들어줘>는 서사를 위한 완급조절 따위는 안중에 없다는 듯 거침없이 고공행진한다. 예측하기 버거울 정도로 서사를 비틀고 또 비틀어버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게 조잡하지 않다는 것이 이 영화의 매력이다. 그에 더해 배우들의 열연과 작정하고 쓴 듯한 B급 감성의 대본까지. 영화의 결 자체는 다르지만 <부탁 하나만 들어줘>는 조던 필레 감독의 <겟 아웃>에서 느낄 수 있었던 놀라움과 호기심을 경험하게 한다.



 

오프닝만으로는 영화를 파악하기 어렵다 [사진 출처: 다음 영화]

 

 주인공 스테파니가 인터넷 방송을 통해 "5일 전, 에밀리가 실종됐어요"라고 말하며 시작되는 <부탁 하나만 들어줘>. 두 사람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사람 좋은 싱글맘 스테파니와 까칠한 워킹맘 에밀리는 각자의 아이들이 절친이 됨에 따라 뜻하지 않게 자신들도 절친이 된다. 폴 페이그 감독은 극과 극의 두 사람이 공명하는 과정을 비밀스럽고 유머러스하게 보여준다. 특히, 꼬일 대로 꼬여버린 에밀리가 툭툭 내뱉는 대사는 영화의 킬링 포인트다.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실소를 막아낼 자신이 없다.

 얼마나 유머러스하냐면 영화 초반까지는 '코미디 장르가 아닌가'라고 진지하게 고민하며 보게 될 정도다. <부탁 하나만 들어줘>에서의 코미디는 블랙 코미디에 가깝다. 폴 페이그 감독은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다'는 상투적인 명제를 블랙 코미디로 비꼰다. 비밀을 공유하자는 에밀리의 제안으로 두 사람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어두운 과거를 털어놓는다. 더 어두운 과거는 여전히 드러내지 않은 채. 서로가 끝끝내 밝히지 않았던 은밀한 어두운 과거는 코미디라 여겨졌던 영화의 장르를 전환시키는 서사적 장치로 작용한다.


어떤 삶을 살아왔든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다 [사진 출처: 다음 영화]

 

 스테파니에게 에밀리는 동경의 대상이다. 직장, 집, 배우자 모두 완벽해 보인다. 그런 그녀가 사라졌다. 비밀만을 남겨 놓은 채로. 오지랖 넓은 스테파니가 에밀리의 비밀을 파헤치기 시작하면서 영화의 장르는 순식간에 코미디에서 미스터리로 변모한다. 에밀리를 알았던 모든 이들은 스테파니에게 그녀는 '지독한 거짓말쟁이'이었다며 진절머리를 냈다. 하나둘씩 드러나는 에밀리에 대한 기괴하고 음침한 과거들. 과연 무엇이 진실일까. 관객은 스테파니의 시선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

 영화의 매력 역시 스테파니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스테파니 役을 맡은 '안나 켄드릭'은 탄탄한 연기력과 특유의 활발한 에너지로 그 중압감을 성공적으로 견뎌낸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스테파니의 시선과 점점 일체화되는 듯했으나 그녀가 털어놓지 않은 어두운 과거가 드러남에 따라 관객은 그녀와 강제로 분리된다. 일말의 배신감마저 느껴진다. 스테파니와 에밀리가 숨기고 있는 어두운 과거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금기시되는 행위들이다. 관객 입장에서는 충격적이고 또, 혼란스럽다.


반전의 끝에서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진실은 무엇일까 [사진 출처: 다음 영화]

 

 반전에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는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부할 수가 없다. 반전 이후에 또 다른 반전이 존재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알고 싶어진다. 이 부분에 있어 '맥락이 없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는데 나름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며칠 전 있었던 술자리에서 한 시나리오 작가가 '반전을 위한 반전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던 게 떠오른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은 단어 그대로 반전을 위한 반전이었다. 거칠게 마무리되는 감이 없지 않았다. 스릴러 영화의 클리셰가 겹쳐졌기 때문인지 충분히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진행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영화의 결 자체에 대해서는 굉장히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부탁 하나만 들어줘>는 엄밀히 말하자면 '코미디 - 미스터리 - 호러 - 스릴러'로 구성된 복합장르다. 폴 페이그 감독은 각각의 장르가 갖는 장점을 보존하기 위해 꽤나 고심한 것으로 보인다. 시나리오 자체가 탄탄하다. <부탁 하나만 들어줘>는 블랙 코미디를 표방한 영화들이 저지르는 '나르시시즘', '형식주의'에 갇히지 않고 산뜻하게 모든 것이 개방된 현대 사회에서 '한 개인이 갖는 비밀'을 예리하게 파고든다.    

      



 스테파니는 '비밀은 버터와 같다. 잘 번지고 심장에 해롭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지워내려 할수록 번져버린 비밀과 그로 인해 빚어진 파국. 비단 영화의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부탁 하나만 들어줘>는 한바탕 크게 웃은 뒤 찾아오는 정적 속에서 자신의 비밀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는 법이니까. 오랜만에 비밀을 다룬 유머러스하고 감각적인 영화가 탄생한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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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 연재: http://www.lunarglobalstar.com/news/articleView.html?idxno=24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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