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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그리뜨 May 26. 2024

미시간의 제 2의 도시, 그랜드 래피즈

호텔, 맛집, 미술관

그랜드 래피즈는 미시간 주 내 디트로이트 다음 가는 제2의 도시다. 미시간은 겨울엔 춥고 여름엔 찌기로 유명한데 그래서인지 자동차 플레이트에는 미시간을 winter, water wonderland라고 표현하고 있다. 긴 겨울엔 온 세상이 하얘서 다들 스키를 즐겨 타는 듯하고 여름에는 미시간에 있는 많은 호수들에서 워터 액티비티를 즐기는 듯하다. 그랜드 래피즈에 담당 프로젝트가 생겨서 원하든 원치 않든 당분간은 그랜드 래피즈에 출장을 다녀야 한다. 시카고 같은 곳에 프로젝트가 있었으면 좋았으련만.


첫 출장은 그랜드 래피즈 다운타운에 있는 암웨이 그랜드 플라자, 큐리오 콜렉션 바이 힐튼에 머물렀다. 지도를 대충 보고 힐튼 큐리오 콜렉션이니 중간은 하겠지, 하고 예약했는데 만족스러운 스테이였다. 운이 좋게 업그레이드를 받아 두 면이 통창문으로 되어있는 고층의 방을 받았는데 (타워 쪽에 스테이 할 것) 도시를 세로로 관통하는 그랜드 강에 동치미 살얼음 마냥 동동 떠있는 얼음들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시렸다.



첫 출장의 호텔 스테이가 맘에 들어서 두 번째 갔을 때도 암웨이에 머물기를 원했는데 무슨 이벤트가 있었는지 호텔에 방이 하나도 없어 회사 동지가 찾아놓은 다운타운의 남쪽에 있는 캐노피 바이 힐튼에 머물기로 했다. 암웨이 그랜드 플라자가 클래식한 느낌이라면 캐노피 바이 힐튼은 건물이 신식에 현대적인 분위기였다. 둘이 다르게 좋은 느낌이라 다음에 가면 어디에 머물러야 할지, 둘의 스타일이 너무 달라서 비교하기가 어렵다.



시애틀에서 그랜드 래피즈는 직항이 없는 데다 비행시간도 길고 시차도 3시간이나 나기 때문에 일부러 일요일에 날아갔다. 화요일에 워크샵을 가기 전 월요일은 여유롭게 호텔에서 일을 하면서 브런치를 즐겼다.



겨울 방문 때는 눈이 길거리에 많이 쌓여있고 추워서 호텔 앞에 걸어 다닐 수 있는 식당 위주로 다녔었는데 두 번째 방문 때는 워크샵에서 만난 사람이 다운타운 말고 강의 서쪽 bridge street에 가보라며, 그랜드 래피즈의 푸드신이 위치한 곳이라며 Butcher's union이라는 식당을 추천해 줬다. 같은 프로젝트를 서포트하는 옆팀 파트너와 우리 이렇게 촌동네 오는 것도 서러운데 출장 와서 한 번씩은 근사한 식사를 하자! 고 다짐하고 그동안 찾아 헤매던 브러셀 스프라우트(방울 양배추) 디쉬를 먹게 되었는데 맛있었지만 짜서 죽는 줄 알았다. 브러셀 스프라우트도 짜, 안심 스테이크에 딸려 나온 야채들도 짜, 애피타이저로 시켰던 빵도 짜... 마지막에 시킨 크럼블리 한 사과 스트루델(?)에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얹어져 있는 디저트는 되게 달디 단것이 맛있었다 단짠단짠.  

 

 Bridge Street, Grand Rapids
Butcher's Union










큐리오 콜렉션에서 도보 거리에 있는 음식점을 찾다가 발견한 Beacon Corner Bar에서 먹었던 맛있던 랍스터롤. 바로 옆집에 위치한 Sanchez A Tapa Bistro도 타파스들이 괜찮았는데 결정적으로 상그리아랑 빠에야가 맛이 없었다.












저번 겨울 방문 중 어느 저녁엔 너무 추운 데다 눈까지 펄펄 날려서 나가기가 귀찮아 호텔 루프탑 식당에서 먹었던 스테이크 디너. 맛도 그저 그랬고 비싸기만 비쌌는데 영수증에 지불하고자 써놓은 팁보다 식당에서 3불을 더 차지하는 바람에 카드 내역과 영수증이 매칭이 안돼서 출장 경비처리를 하는데 몇 번을 퇴짜를 먹어야만 했던 불쾌감을 줬던 식당. 호텔에 전화해서 결제 내역을 수정해야 하는 귀찮은 사무를 해결해야 했다. 음식도 그 정도 값 주고 먹을 맛은 아니었던 것 같은 좋지 않은 경험.



평상시엔 스타벅스를 가지 않는데 출장만 가면 파블로스의 개처럼 아침마다 그렇게 스타벅스를 찾아 헤맨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당을 때려 넣거나 커피 마셔서 좋을 것도 없는데. 그나저나 스타벅스의 아침 랩이 꽤 맛있다. 저번 출장 때 처음 먹어봤던 베이컨 소시지 에그 치즈랩을 따뜻할 때 먹고는 매우 만족스러워서 이번 출장의 첫날엔 시금치, 페타 치즈와 선드라이드 토마토가 들어있던 랩을 먹었는데 채식(?)이라 그런지 속도 편하고 맛있어서 다음부턴 이걸로 쭉 갈 예정. 이번에도 베이컨 소세지 에그 치즈랩을 한번 먹었었는데 아무래도 스피나치 페타 파가 된 듯하다. 암웨이 호텔은 건물 안에 스타벅스가 있었고 큐리오 콜렉션은 호텔이 있는 블락 코너에 처음 보는 픽업 전용 스타벅스 매장이 있었다 그래서 사진도 열심히 찍었던 것 같은데 카메라에 없어서 구글 사진으로 대체.  매장에서 직접 주문을 할 수는 없고 (계산대가 없음) 스타벅스 앱을 통해서 주문한 뒤 픽업만 가능한 지점이라 안에 바리스타 둘, 음료 꺼내주는 직원 하나, 이렇게 세 사람이 근무를 서고 있었다. 아침 6시 30분쯤 들렀는데 벌써 주문이 15개 넘게 들어와 있다는 게 신박했다. 이번 어닝 때 스타벅스 숫자 잘 안 나와서 주가 탱킹했는데


암웨이 호텔 플라자 로비, 호텔 내 스타벅스
그랜드 래피즈의 스타벅스 픽업전용매장 by David Rozendal from Google Photos, Google Map Street View Photo



그랜드 래피즈에 첫 출장을 가던 때엔 워낙 일정이 갑작스럽기도 했고 그랜드 래피즈에 뭐 볼 게 있겠어라는 생각으로 기대를 1도 하지 않고 갔는데 호텔 바로 앞에 그랜드 래피즈 미술관이 있는 것이 아닌가. 미술관은 차를 타고도 찾아가는데 도보거리 미술관이면 들러보지 않을 수 없다. 미술관 바로 앞에는 겨울에 운영하는 야외 아이스링크도 있었다. 날이 영하로 추워서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지만.


디트로이트의 미술관 퀄리티에 감동한 것이 얼마 되지 않았던 터라 미시간의 다른 미술관을 방문해 볼 기회라니. 미술관이 크지는 않았지만 아무도 없는, 미술관 전체를 대여한 것 같은 여유로운 경험을 했다. 전통적인 그림보다는 최근의 작품들과 미시간 출신들의 작품이 많았고 색감이 풍부한 그림들이 많았다. 시간이 많지는 않아서 르누아르 작품 두 점, 피카소의 작품 한 점을 보고 휘리릭 미술관을 빠져나왔다.


미술관 정문 입구 내부
르누아르
모네를 생각나게 하는 그림 한점, 피카소
시간의 흐름: 자연에서부터 산업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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