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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굳센바위 Sep 23. 2023

회의감과 도전

공정한 시스템을 위한 도전

환경 분야에서 오랜 기간 일해 오면서, 나는 사람들이 환경에 관심이 없고, 환경 문제를 개선할 동기는 부족하며, 실행되고 있는 방법조차 적절하지 않다는 점에서 회의감을 느꼈다. 그렇다고 누구를 탓하거나 사회를 비판하려는 것이 아니다. 

환경 이슈가 태생적으로 관심을 받기가 어렵고, 현재의 제도적 시스템에서는 제대로 된 동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 한계가 있다. 

환경 이슈는 원인과 결과의 관계가 복잡하다. 이 복잡성이 환경 문제가 주목받기 어려운 대표적 이유다.  "환경, 건강과 너무 닮았다."에서 설명한다. 

인간의 이기심 또한 빼놀 수 없다. 환경은 우리 모두의 것인데, 모두의 것은 결국 아무의 것도 아닌 셈이 된다. 내 것이라고 인식하지 못하면 자연스럽게 관심에서 멀어지게 마련이다.  

여기에 환경 문제가 지구를 위한다는 실감 나지 않는 포장도 관심에서 멀어지는 데 한 몫한다. 


무분별한 먹방과 해외여행 방송, 드라마의 과도한 식탁 차림은 환경에 대한 무관심을 여실히 보여준다.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 배출의 원인 중 하나인 육류 소비는 건강을 위한 단백질 섭취를 위해 그리고 식사의 즐거움을 위해 필요하지만, 과도한 소비는 건강에도 환경에도 좋지 않다. 

해외여행은 다른 나라의 자연과 문화를 경험하는 삶의 활력소지만, 항공이 가장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교통수단임을 생각할 때 여러 방송에서 유사한 형식의 방송은 눈살이 찌푸려진다.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부유한 가정의 10첩 반상을 넘는 식탁은 음식 낭비가 아무렇지도 않은 분위기를 전달한다. 


환경 문제뿐만 아니라 모든 개선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노력이 성과로 돌아오지 않으면 지속되기 어렵다. 특히 개인은 환경과 관련된 노력이 자신에게 직접적인 성과로 돌아오는 것을 알 수가 없다. 그나마 기업은 노력이 성과로 연결되는 것을 파악할 수 있지만, 여전히 일부 기업들만이 노력하는 모양새다. 


동기를 죽이는, 이러한 노력과 성과의 단절은 바로 "불공정"에서 출발한다. 


이 부분이 환경이 건강보다 해결이 어려운 이유다. 개인이 잘못된 생활 습관이나 부적절한 관리로 건강이 나빠지면 자신이 책임을 진다. 하지만 환경 문제는 어떤가?   

일반적으로 부유한 사람들이 환경에 더 많은 부담을 일으키고, 이를 통해 더 많은 이익을 얻지만, 정착 환경 피해에는 덜 노출된다.  

폴 호켄의 저서 비즈니스생태학에 따르면, 인간은 끊임없이 지구에서 자원을 쥐어짜고 있지만, 그 분배는 너무 불공평하다. 선진국에 사는 상위 20%의 인구가 전 세계 자원의 80% 이상을 사용하고 있다. 

국제 구호개발기구 옥스팜과 스웨덴 스톡홀름환경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5년간 전 세계에서 소득 최상위인 1% 부유층이 배출한 탄소량은 하위 50%의 2배가 넘었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의 조사에서는 1961년부터 2010년까지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 300t 이상인 14개 선진국의 1인당 GDP(국내총생산)는 평균 13%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유한 사람들은 안전한 물과 건강 및 복지에 필요한 공공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우수한 지역에 거주한다. 반면, 빈곤한 사람들은 전염 및 기타 질병에 더 취약하고, 예방과 치료를 위한 자원이 부족한 지역에 거주한다. 


부유한 사람이나 국가가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만, 별다른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 자신들에게는 큰 문제가 아니며, 다른 더 중요한 사안이 있다고 판단한다. 그런데, 그들이 정치, 경제적으로 힘이 있다. 환경에 더 큰 피해를 주지만 영향은 덜 받는 자가 힘이 있다 보니 환경 문제 개선을 위한 동기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는 것이다. 

적극적인 논의의 우선순위를 보면 안다. 오존층 문제를 보자. 러브록 교수의 책 가이아에 따르면 오존층 파괴로 인한 건강 상 피해는 주로 백인들이 노출되었다. 인종적으로 자외선에 대해 백인이 약하다. 동양인은 자외선이 어느 정도 증가하더라도 피부암에 걸릴 염려가 거의 없다. 환경 문제 중 상황이 파악된 후 가장 적극적으로 대책이 추진되고 개선 성과가 나타나는 분야가 바로 오존층 파괴인 것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기업들이 환경 문제 해결에 적극적이지 않는 것 역시 불공정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기업에서 발생시키는 환경오염을 처리하는 데 드는 비용의 대부분을 기업 외부에서 부담한다. 국가와 국민, 소비자와 지역사회가 알게 모르게 이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이를 외부화 비용이라 하는데, 환경 문제로 인한 영향을 경제적 가치로 분석한 영국의 트루 코스트에 따르면, 2008년 전 세계 3,000개 기업의 외부화 비용이 이익의 1/3 이상으로 2조 2천억 달러, 한화 2,600조 원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의 2021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는 재무적 가치와 사회경제적 가치에서 훼손된 환경적 가치를 뺀 나머지를 지속가능경영의 가치라고 표현하고 있다. 사실 재무적 가치와 사회경제적 가치로 표현된 내용은 기업을 위한 수익이고, 환경적 가치는 말 그대로 환경비용을 외부화한 것이니 상쇄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 사회적 가치에서 안전보건과 반부패 등 부정적 비용이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환경적 가치에서도 유해물질과 토양 등 누락된 항목이 있다. 불합리한 점들이 있지만, 환경적 가치를 계산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여기에 계산된 1조 8천억 원이 외부화된 비용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기업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불공정이 어떠한 형태로 환경 문제 해결을 가로막고 있는지를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동기가 명확하지 않다 보니, 환경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방법 역시 설득력이 부족하다. 대표적으로 불편한 방법이 재활용과 플라스틱이다. 탄소중립 역시 마음에 들지 않는다. 환경에 관심 있거나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시는 분들은 의아해할 수 있지만, 다른 시각의 주장을 넓은 마음으로 바라봐 주셨으면 한다. 

재활용이 폐기물의 배출을 줄이지 못한다. 사실 늘어나고 있다. 

플라스틱이 문제가 아니다. 사실 모든 물질은 환경 부하가 있다. 물질이 아니라 사용, 나아가 전과정(life cycle)을 기준으로 환경 문제 해결을 추진해야 한다. 

탄소중립으로 기후변화라는 환경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탄소중립은 경제적 헤게모니에 가까우며, 기후변화는 온실가스 저감뿐 아니라 기후위기 적응이라는 총체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여러 부정적인 상황에서도, 올바른 관심을 가진다면 보람된 성과를 낼 수 있고, 동기를 만들어 낼 가능성 역시 경험했다. 유럽연합에서 발표하고 있는 탄소국경조정세, 이른바 탄소관세, ESG 공시제도들은 보다 강력한 동기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수단으로 보인다. 


궁극적으로, 불공정을 개선해야 우리 사회가 유지되고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데 추호의 의심도 없다. 하지만 불공정이 나아질 것 같지가 않다. 그리고 불공정을 변화시킬 자신도 없다. 다시금 회의감이 든다. 


환경오염 문제에서 내가 피해자라는 생각이 실상은 가해자에 속한다는 깨달음에 억울함이 책임감으로 바뀌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시작했다. 그것은 글을 쓰는 것이었다. 

글로 변화를 이끌어 낸다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도전 가치는 있다고 생각한다. 환경과 관련된 공정이 우리 사회가 나아지는 방향임에는 확실하다고 믿는다.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는 환경 문제의 실상, 동기가 부여되도록 환경의 가치가 인정될 수 있는 기준, 올바른 방법을 찾아낼 수 있는 환경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과 다양한 연결 고리를 다뤄보고자 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환경 문제의 근본 원인은 불공정이며, 불공정을 변화시키려면 시스템이 달라져야 한다. 시스템에 대한 구루들의 명언들을 소개해본다.   

통계학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으로, 사실에 근거하여 사람들의 잘못된 인식을 바꾸고 오해와 편견을 극복하는 데 헌신해 온 한스 로슬링(Hans Rosling) 박사는 그의 저서 FACTFULNESS에서 이렇게 말한다. "악당을 찾지 말고 원인을 찾아라. 영웅을 찾지 말고 시스템을 찾아라."

전 세계에서 활용되는 경영시스템 구조인 PDCA(Plan-Do-Check-Act) 사이클을 창시한 품질경영의 대가 윌리엄 에드워드 데밍(W. Edwards Deming) 박사는 "사업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면 94%는 시스템 때문이며 단지 6%만이 사람에 기인한다"라고 하였다. 

폴 호켄(Paul Hawken)은 기업가이자 환경운동가이며 저술가다. 기업과 환경의 관계를 사업 구조와 철학적 관점에서 논리적으로 풀어낸 그의 글들에 대해 고개를 숙이게 된다. 그의 저서 비즈니스생태학(The Ecology of commerce)에 호켄이 추구하는 시스템이 표현되어 있다. “좋은 일 하기가 전혀 어렵지 않은 시스템, 의식적인 이타심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행동 하나하나에 의해 더 나은 세상이 이루어지는 시스템”이 바로 그것이다. 

독일에서 태어난 영국의 경제학자로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의 창시자인 에른스트 슈마허(Ernst F. Schumacher)는 저서 작은 것이 아름답다(Small is beautiful)를 통해 환경 이슈가 인간 사회에 미치는 피해를 설명하면서 "인간 중심의 경제로 이러한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라고 역설하고 있다. 

현대 경제학의 창시자라 불리는 영국의 존 메이나드 케인즈(John Maynard Keynes)는 “경제적 진보는 종교와 전통적인 지혜가 언제나 거부하도록 가르치는 인간의 강한 이기심을 이용하는 경우에만 비로소 실현될 수 있다.”라고 주장한다. 


환경문제를 해결하려면 시스템을 개선해야 하며, 새로운 시스템은 인간의 이기심을 이용하여 인간이 자연스럽게 환경을 고려하며 행동할 수 있도록 하여 인간 중심의 경제로 변화해 나가는 것이어야 한다. 


머릿속에 있는 것을 다음의 표로 정리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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