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해야 하나?
1. 2022년 8월경 전세사기 사건 확인
2022년 8월 말경 KBS 시사직격팀으로부터 인천 미추홀구에 이상한 전세계약이 있는데, 그곳 상황에 대해 법률자문을 요청받았다. 당시 KBS 담당 PD는 인천 미추홀구에 공동주택이 있는데, 소유자 명의는 모두 다른데, 실질적으로는 건물주가 한명이고, A주택의 명의상 건물 소유자가 B주택의 공인중개사이고, C주택의 주택관리업체 대표라고 하였다. 당시 나의 반응은 “에이, 설마, 그게 말이 되나요? 그거 입증하면 대박”이라고 답변하였는데, 결국 2022년 10월 7일 KBS 시사직격에서는 “집없는 죄, 전세보증금과 회장님” 편에서 미추홀구의 전세사기 사건을 정면으로 보도하였고, 당시 건물주는 모든 사실을 인정하였다. 주택 임대차에 대한 나의 상식이 통째로 허물어지는 사건이었다.
2. 인천지검의 수사 결과
그 후 밝혀진 인천지검의 수사 결과에 따르면, 미추홀구 전세사기는 이른바 건축왕으로부터 불리었던 남모씨가 실질적인 임대주택의 건축주이자, 주택의 소유자였고, 남모씨가 소유하고 있던 2,700여세대의 명의를 그 휘하 직원들의 명의로 소유권 등기를 해놓고, 그 휘하 직원들이 공인중개사 및 그 주택의 관리업체까지 모두 장악하고 있었다. 그 주택의 세입자로 입주하기 위해서는 건축왕의 직원이었던 공인중개사의 중개가 필수적이었고, 그로 인해 건축왕은 본인이 소유하던 주택의 전세금에 대한 시세 조종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이에 대해 인천지방검찰청이 2023. 6. 27. 남모씨에 대해 기소한 2차 공소장의 내용은 아래와 같이 기재되어 있다. 2차 공소장은 2021. 3. 22.경부터 2022. 7. 2.경까지 372명의 피해자들로부터 전세금 명목으로 합계 304억 5,580만 원을 교부받았다는 혐의이다. 1차 기소 사건 피해자 191명, 전세금 148억원에 대한 사기 사건(2023고단1562)에 이은 2차 사건이다. 1차와 2차 사건을 합산하면, 피해자 563명, 전세금 452억이다.
“피고인 남OO의 타인 명의를 이용 임대사업 계획
피고인 남OO는 2009.경 인천 미추홀구 일대에서 소규모 아파트, 비라 등 주택을 신축하여 임대사업을 진행하기로 하고, 금융권 동일인 대출 한도 제한 등을 회피하기 위해 타인 명의로 토지를 매입하고, 대출을 받아 주택을 건축한 다음, 자신이 운영하는 타인 명의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통해 임차인들과 전세계약을 체결하는 방법 등으로 임대사업을 영위하기로 마음먹었다.
이에 피고인 남OO는 그 무렵 피고인 홍OO 등과 명의신탁 약정을 체결하고, 위 수탁자 명의로 토지를 매입한 다음 금융기관 PF 대출을 통해 공사비를 마련하고, 자신이 운영하는 건설사를 이용하여 그 토지에 소규모 아파트, 빌라 등 주택을 건축하고, 그 주택에 대해 위 수탁자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친 다음 위 주택을 담보로 준공 대출을 받아 기존 PF 대출을 정산하고, 자신이 고용한 피고인 은OO 등 공인중개사 명의로 개설하여 운영중인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통해 위 주택에 대해 임차인들과 전세계약을 체결하고, 임차인들로부터 교부받은 전세보증금으로 위와 같이 발생한 대출 이자 및 직원 급여 등 사업 비용 일부를 충당하거나, 새로운 주택의 건축 자금으로 지출하는 등 이와 같은 방법을 반복함으로써 2021.경 약 2,700여 채에 이르는 주택을 보유하면서 임대 사업을 영위하기에 이르렀다.
‘행복공간을 만드는 사람들’ 조직을 통한 사업 운영
피고인 남OO는 2013. ~ 2014.경 인천 미추홀구 경원대로 869, 2층에 사무실을 마련하여 자신이 회장, 피고인 전OO을 재무이사, 그 외 자신이 고용한 피고인 홍OO, 은OO 등을 구성원으로 하여 ‘행복공간을 만드는 사람들’이란 단체를 조직하고, 기획공무팀, 중개팀, 주택관리팀으로 나눈 다음, ‘기획공무팀’은 사업계획서 작성, 사업의 수지 분석, 인·허가 관련 업무, 경리 및 급여 지급 업무를, 자신이 고용한 공인중개사들 명의로 개설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소속 직원들로 구성된 ‘중개팀’은 자신이 건축한 주택들에 대해 임대차 계약 등을 중개하는 업무를, ‘주택관리팀’은 주택들의 관리 및 하자보수 업무를 각각 담당하도록 하고, ‘행복공간을만드는사람들’ 소속 직원들을 상대로 ‘기도회’ 또는 체육대회를 개최하여 직원들 간의 교류 및 단합을 시도하였고, 주간회의, 비상대책회의, 실장회의 등 명목으로 주기적으로 회의를 개최하여 사업경과를 보고받았다.”
3. 건축왕의 강원 토지 개발 사업 투자
(시사저널 2023년 5월 1일자 기사, 욕망이 부른 몰락…빚으로 쌓은 건축왕의 '모래성', https://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262244)
그 후 인천 주택사업에 매진하던 남씨는 2017년 들어 강원 토지 개발사업에 눈독을 들이게 되었다. 최문순 전 강원지사의 주요 공약이던 동해시 망상지구 개발사업이다. 강원도 산하 동해안권경제자유구역청(이하 동자청) 주도로 지금도 진행 중인 이 사업은 복합리조트 등 건설을 목표로 한 초대형 프로젝트다. 이 사업을 선점하기 위해 남씨는 특수목적법인(SPC) 동해이씨티국제복합관광도시개발(이하 동해이씨티)을 설립한 후 2018년 1월 망상지구에 속한 동해시 괴란동 178만㎡짜리 임야를 낙찰받았다. 낙찰가는 143억원이었다. 당시 남씨 측은 임대보증금 등으로 재원을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동자청은 2018년 11월 망상 3개 구역 중 1지구의 개발사업자를 동해이씨티로 선정하였는데, 남씨는 위 시행자로 지정받기 위하여 2018. 1. 31.경 자신 소유 부동산에 채권최고액 120억 원으로 하는 근저당권을 설정해주고 대출받은 금원을 위 사업을 위한 토지를 매수하는데 사용하였다. 또한 위 개발 사업에 대한 실시계획승인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세입자들로부터 수령한 임대차 보증금을 위 사업자금으로 투입하였다.
그러나 동해이씨티는 동해안권 경제자유구역 망상 제1지구를 둘러싸고 동해시와 갈등이 심화되어, 2022.경 위 개발사업에 대한 실시계획인가를 받지 못하게 되었다. 그 결과 남씨의 재정상황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였고, 세입자들 중 일부는 신규 또는 갱신 전세계약을 체결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전세주택에 대한 임의경매 절차가 개시되는 등 전세입자로서의 법적 지위가 매우 불안정한 상태가 발생하였다(남모씨 2심 판결, 인천지방법원 2024노693 판결 참조).
4. 인천지방법원의 사기행위 개시 시기 판단(인천지방법원 2024노693 판결 참조)
인천지방법원은 위와 같은 사정 등을 종합하여, 남씨는 자신이 보유한 주택에 임의경매절차가 개시되기 시작하고, 동해이씨티의 사업진행에 차질이 생긴 2022년 1월경부터는 전세기간 종료 후 세입자들에게 전세금을 적시해 반환해 줄 의사나 능력이 부족하였다고 판단하였다.
한편 남씨가 2021년 3월 21일과 6월 23일경 '자금상황이 어려우니 임대차보증금을 증액하라'는 문자 메세지를 다른 직원들에게 전송하였다고 하더라도, 이것만으로는 남씨의 자금경색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을 인식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판단하면서, 남씨의 사기행위의 개시 시기를 2022년 1월로 판단하였다.
위와 같은 인천지방법원 항소심의 판단에 따르면, 남씨는 2022년 1월부터 사기를 쳤는데,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2022년 8월경부터 경매에 들어가는 주택을 보거나, 전세금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비로소 사기를 인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5. 인천지방법원의 공인중개사법 위반죄 무죄 판단(인천지방법원 2024노693 판결 참조)
그리고 2025. 1. 23. 미추홀구 전세사기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었는데, 상고가 기각되면서, 항소심 판결이 확정되었다(대법원 2024도15455). 이와 관련하여 항소심 재판부는 공인중개사가 직접 임대인이 아니었다는 이유로 공인중개사법 위반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였다. 그러나 이미 이러한 공인중개사의 행위가 불법이라는 데 모든 국민들이 공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상고기각 판결을 선고하여 항소심의 무죄 판결을 확정하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2005년 대법원 판결(대법원 2005. 10. 14. 선고 2005도4494 판결)을 근거로 공인중개사의 ‘직접거래'란 중개인이 중개의뢰인으로부터 의뢰받은 임대차 계약 직접 상대방이 되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좁게 판단하였는데, 이에 따르면 공인중개사가 직접 임대인이 된 경우에만 공인중개사법위반죄로 처벌할 수 있을 뿐, 미추홀구 전세사기 사건과 같이 바지임대인과 공인중개사가 서로 역할을 바꿔가면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공인중개사법 위반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만약 제대로 기소되지 않아,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것이라면, 검찰은 이 사건 공인중개사법 위반죄에 대해 다시 한번 제대로 기소를 해야 할 것이다. 미추홀구 전세사기에 대해 유죄가 선고될 수 있는 조항은 공인중개사법 제33조 제1항 제4호의 금지행위도 있다. 기존 항소심에서 공소장 변경을 할 수 있었는데, 검찰과 법원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해당 중개대상물의 거래상의 중요사항에 관하여 거짓된 언행 그 밖의 방법으로 중개의뢰인의 판단을 그르치게 하는 행위"
다만 공인중개사법 제33조 제1항 6호 "중개의뢰인과 직접 거래를 하거나 거래당사자 쌍방을 대리하는 행위" 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인 반면에, 공인중개사법 제33조 제1항 4호 "해당 중개대상물의 거래상의 중요사항에 관하여 거짓된 언행 그 밖의 방법으로 중개의뢰인의 판단을 그르치게 하는 행위"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규정되어 있어, 기존 6호보다 4호 범죄의 형량은 내려간다.
6.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희생
2022년 8월경부터 전세금 반환 불이행 사건이 미추홀구에 부각되면서 시작되었던 미추홀구 전세사기 사건은 2022년 10월 7일 KBS 시사직격 “집없는 죄, 전세보증금과 회장님” 편에서 미추홀구의 전세사기 사건을 정면으로 보도하였고, 당시 건물주 남씨는 모든 사실을 인정하였다.
그 후 안상미 미추홀구 대책위원장과 함께 방송 촬영에도 응하면서 미추홀구 대책위에서 활동하던 84년생 피해자 박oo씨가 2023년 2월 28일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로부터 많은 위로를 얻었지만 더는 못 버티겠다. 나라는 제대로 된 대책도 없고 이번 계기로 더 좋은 빠른 대책이 나왔으면 좋겠다"라는 유언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그 후 4월 14일과 4월 17일에 또 다시 2분의 희생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4월 14일에 돌아가신 97년생 청년 세입자는 고등학교때부터 인천 남동공단에서 식료품 공장을 다니면서 전세금을 모아왔던 사연이 알려지며, 많은 사람들이 가슴 아파했고, 4월 17일에 돌아가신 92년생 청년 세입자는 “죽음으로 탄원한다”는 유서를 남기고 돌아가셨다.
그 후 5월 24일 78년생 남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며, 8월 4일 56년생 중국인 교포는 전세사기 충격으로 인해 남편을 잃었다(2023. 8. 7.자 경향신문 기사 “남편도 재산도 다 잃었다… 전세사기 피해자의 절규).
7. 미추홀구 전세사기 사건의 비극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미추홀구 전세사기에 대해 미추홀구 피해자들은 2022년 11월부터 스스로 대책위를 만들어 책임자 처벌 요구와 피해구제 대책을 강구하였고, 2023년 2월 28일에 첫 번째 희생자가 발생한 이후로는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이하 ‘전세사기 특별법’)을 제정하는데 막중한 역할을 하기도 하였다. 그 과정에서 한국의 시민사회가 일부 조력을 하긴 하였지만, 전세사기 특별법 제정 과정에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한 것은 다름아닌 미추홀구의 전세사기대책위였다.
그 후 2024년 8월 말 국회에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까지 의결되어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들도 한숨을 돌리고 조금씩 일상으로 돌아가 피해를 회복할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그러한 상황에서 2024년 8월 27일 선고된 항소심 판결과 2025년 1월 23일 선고된 대법원 판결은 물귀신처럼 다시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자들을 물 아래로 끌어 내리고 있다. 특히 관련 공인중개사들의 공인중개사법위반죄 전부 무죄로 인해 전세사기피해자들은 공제증서를 근거로 한 공인중개사협회에 대한 피해구제조차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미추홀구 전세사기 대책위가 2022년 11월부터 2년이 넘는 기간동안 시민들의 연대와 협력을 통해 전세사기라는 유례없는 사회적 재난을 극복하기 위해 합심하여 노력한 덕분에 전세사기로 인한 희생자가 더 이상 늘지 않도록 막아낼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현실이 힘겹고, 그들의 마음이 너무 아프다. 전세사기 주범 남씨에 대한 7년 징역형 이외에, 전세사기 가해자들인 공범들에 대한 제대로 된 형사처벌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