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L(전국 주거 연합)와 Paris Habitat(파리 주택공사) 방문
5년 전 방문했던,
독일의 베를린은 이상적인 주택 세입자 보호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나, 서울과 달리 지역균형발전이 잘 되어 있어, 서울로만 집중하고 있는 한국의 현실과 매우 달랐으며,
오스트리아의 비엔나는 인구 201만명으로 유럽의 6대 도시이며, 10년째 세계에서 가장 살고 싶은 도시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비엔나가 세계에서 가장 살고 싶은 도시로 선정되고 있는 데에는 지속적인 사회주택(social housing) 공급정책으로 적정한 임대료와 임대기간을 도모함으로써 시민들의 주거안정을 도모하고 있는 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비엔나시는 지난 100년간 지속적으로 사회민주당이 시장을 맡고 있는 효과라고 한다. 비엔나 시민의 소득 수준이 우리나라의 1.5배 이상임에도 불구하고, 비엔나 주민의 78%는 세입자인데, 주민의 50% 정도가 저렴한 임대료와 주거시설의 질이 좋은 사회주택(시영 25%, 기금지원 25%)에서 거주하고 있다. 그러나 비엔나는 서울과 달리 공공 소유 토지를 민간에 함부로 매각하지 않아, 공공의 땅에 시민들이 저렴하게 거주할 수 있는 사회주택을 공급하고 있는 것이고, 공공 소유 토지를 민간 투자자들에게 매각하는 것이 일상인 서울과 많이 달랐다.
그리하여 베를린과 비엔나만으로는 한국의 문제를, 서울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고민에서, 민변의 변호사들은 이번에는 유럽의 중심 프랑스 파리를 방문하게 되었다. 이번에 방문한 파리는 서울과 유사하게, 파리 수도권(일드프랑스, Île-de-France)을 중심으로 집중되고 있다는 유사점이 발견되고 있다. 파리 수도권(일드프랑스, Île-de-France)의 면적은 약 12,000km², 인구 1,200만 명으로, 한국의 경기도와 서울의 면적으로 합친 10,800km²와 매우 유사하며, 한국의 경기도와 서울의 인구는 대략 2,300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국의 여행자들은 그 중 파리 수도권의 중심인 파리 시내(면적 100km²)를 주로 돌아다니고 있다. 파리 수도권 집중의 현실을 감안하여 보면, 독일 베를린이나 오스트리아 비엔나보다는, 프랑스의 주택정책이 한국에 좀 더 부합하는 듯 싶다.
2025년 2월 19일 오후 2시 30분부터 2시간 프랑스 파리시 외곽에 있는 CNL(전국 주거 연합)을 방문하였다. CNL(Confédération nationale du logement, 전국 주거 연합)는 1916년 최초 파리의 주택세입자를 중심으로 조직된 단체였으나, 1973년부터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집을 구입한 주택 소유자도 회원으로 받아들여 전국 세입자 연합(National Confederation of Tenants,Confédération nationale des locataires)에서 전국 주거 연합(National Confederation of Housing,Confédération nationale du logement)으로 변경되었으며, 1980년부터 주택소비자 단체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주택세입자 조직에서 주택 소비자 조직으로 변경된 것이 본질적인 변화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대해, CNL의 대표 에디 자크마흐(Eddie Jacquemart)는 본질적으로 여전히 주택 세입자 조직으로 유지되고 있으며, 주택 소유자들도 뜻을 같이 한다면 함께 할 수 있다는 취지라고 답변하였다.
국가 차원에서 CNL은
7만명의 회원,
사회주택 (HLM, habitation à loyer modéré) 조직 및 지방 공공 기업(EPL, des Entreprises publiques locales)의 이사회 또는 감독 위원회에 선출된 605명의 세입자 대표(2018년 선거),
프랑스 전역에 위치한 4,600개의 세입자 및 거주자 협회 및 그룹,
86개 부서 연합(프랑스 해외 영토 내 3개 포함),
13개 지역 협회로 구성되고 있으며,
주택세입자의 입장에서 입법, 행정의 영역에서 광범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CNL의 홈페이지(https://confederationnationaledulogement.fr)도 있으니, 필요하신 분은 한번 방문해보시라. 지금부터는 CNL의 대표 에디 자크마프(Eddie Jacquemart)과의 설명을 듣고, 질문과 답변을 진행한 내용이다.
1. CNL은 크게 파리시 주택 세입자의 주거 안정을 위해,
1) 임대료 규제
2) 안정적인 임대기간 - 퇴거조치 중단
3) 사회주택 공급을 위한 공공주택 서비스를 노력하고 있다.
2. 이와 관련하여 한국은 공공임대주택 공급이 충분하지 않다 보니, 민간 주택에 대한 임대차 정책에 대한 내용이 주요 주제인 것이고, 프랑스는 사회주택 공급이 충분하다 보니, 사회주택 공급 문제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였다. 프랑스는 2000년 12월 13일 제정된 도시의 연대 및 도시재생에 관한 법률(“Law of Solidarity and Urban Renewal - Loi relative à la solidarité et au renouvellement urbains", 이른바 SRU법)” 덕분에 각 지방자치단체의 사회주택 공급을 2025년까지 25% 비율까지 확보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물론 행정 벌금을 납부하고, 의무이행을 미루는 지방자치단체도 있다고 하나, 2월 20일에 방문한 Paris HABITA에 확인해보니, 파리시의 사회주택의 공급 비율은 25%를 넘어섰다고 한다. 이와 관련하여 파리 지역의 각 구의 공공임대주택 비율은 아래와 같으며, 2012년 1월 1일 기준 약 20만채, 사회주택 공급비율 17%, 2019년 1월 1일 기준 25만채, 21%를 달성하고 있다. 2019년 이후의 정확한 통계는 아직 확인하지 못하였다. 자유, 평등, 연대를 국가의 상징으로 내세우고 있는 프랑스의 엄청난 사회적 연대의 성과물이다.
파리도시계획연구소(APUR)의 최신 통계는 아래와 같다. 2019년 1월 1일 기준 25만채, 21%
2월 20일에는 파리시에 사회주택(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Paris Habitat(파리 주택공사, 파리 아비타)를 방문하였다. Paris Habitat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처럼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공공기관인데, Paris Habitat는 파리시의 공공임대주택에 해당하는 사회주택(social housing)을 공급하고 있다.
현장에서 확인한 결과 Paris의 사회주택 공급비율은 25%가 넘었는데, 서울의 공공임대주택 공급비율은 약 8%이다. 사회주택 25%는 파리세입자의 1/2가량이 거주할 수 있는 공급비율이다. 한국의 경기도에 해당하는 파리 수도권에는 주택 소유자 1/2이 자가 주택에 거주하고 있고, 민간 임대주택의 세입자가 1/4이며, 사회주택의 세입자가 1/4인 셈이다. 지구촌에서 땅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파리 수도권에서 이 얼마나 놀라운 사회적 연대의 실천인지 놀랍기만 하다. (구체적 통계 추가 예정)
파리시에서도 2001년부터 지난 24년간 사회당 출신 정치인이 시장을 맡고 있는데, 경제민주화 정책의 일관성이 파리시민들에게 엄청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확인하고 있다. 이제는 서울시에도 다시 시민들의 주거 안정을 생각하는 시장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 서울시는 공공 소유의 땅을 민간 개발업자들에게 그만 매각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최민아 박사님의 "파리, 뉴욕, 런던 사람들도 똘똘한 집 한 채에 집착할까?"를 참고하면 좋을 듯 싶다(https://blog.toss.im/article/tinyquestions-house-3).
아래 내용은 Paris Habitat로부터 소개받은 자료이다.
1. 파리 및 광역권 54개 지역에서 활동하는 파리 하비타트는 약 287,000명의 거주자가 살고 있으며, 135,000채 이상의 주택 자산을 관리하고 있다. 파리 시민 9명 중 1명을 수용함으로써, 우리는 파리 및 근교 지역의 주요 공공주택 제공자로 자리 잡고 있다. 참고로 파리의 사회주택은 Paris Habitat 이외에도 다른 공급기관이 있어서, Paris Habitat만 사회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Paris Habitat에서도 최근 10년간 더 이상의 공공 소유 토지가 부족하여 새로 주택을 신축하기 보다는, 기존 주택을 리모델링하거나, 다른 용도의 건물을 용도 변경하여 공급하는 방식으로 사회주택 공급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하여 Paris Habitat에서는 우리에게 2013년부터 파리 시내의 군사용 토지와 건물을 매입하여 사회주택을 공급하고 있는 현장을 방문할 수 있도록 안내해주었다.
아래 사진 참조
2. 한편 파리의 사회주택에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죽을 때까지 거주할 수 있다 보니, 새로운 입주민을 위한 순환율이 매우 낮은데, 순환율을 높이기 위해, 사회주택에 거주하면서, 세입자의 기존 소득이 입주기준 소득 대비 2년간 1.5배 이상 증가한 경우에는 퇴거 요청을 할 수 있다고 하며, 여러 가족이 함께 거주하던 큰 집에서 고령화로 인해 홀로 살게 되는 경우에는 작은 집으로 이사를 요청하는 방식으로 사회주택 입주의 순환율을 높이고 있다고 한다.
Paris Habitat의 가치(Nos valeurs)
이 얼마나 훌륭하고 위대한 가치이던가, 개인적인 소감이다.
1. 연대 (La solidarité) - 모두를 위해
적절한 주택 제공
세입자 지원
사회적 불평등 해소
2. 신뢰 (La confiance) - 우리의 행동 속에서
공익을 위한 헌신
배정 원칙을 준수한 주택 제공
투명성 보장
3. 책임감 (L’engagement) - 우리의 실천 중심에서
환경 문제 해결
서비스 품질 향상을 위한 동원
자발적인 사회적 책임 경영(RSE) 추진
4. 개방성 (L’ouverture) - 타인과 세계를 향해
협의를 통한 실천
혁신적인 접근 방식 도입
국제적으로 동종 기관과 교류
[Paris Habitat 2030 전략 계획]은 아래와 같다.
2021년에 승인된 "Paris Habitat 2030" 전략 계획은 7가지 전략적 방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방향들은 향후 10년간의 행동과 결정을 이끌어 갑니다.
7대 전략 방향
#1 모든 프로젝트에서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를 구현
#2 제품, 공급 및 서비스의 다양화를 통해 사회적 역할을 강화
#3 대도시화 과정에서 지역과 협력하여 성공적인 메트로폴리탄화 달성
#4 공공주택 단지의 재개발 및 확장 지속
#5 세입자 지원 및 서비스 품질 강화
#6 조직, 도구 및 업무 방식 개선을 통한 유연성 증대
#7 재정 균형 관리
짧은 시간이었지만, 파리시의 주택세입자단체 CNL와 파리시의 행정기관 Paris Habitat를 방문하고 나니, 파리시의 주택 세입자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파리시의 행정기관인 ParisHabitat는 어떠한 사회적 연대의 모습을 실천하고 있는 지를 조그나마 확인한 듯 싶다. 그 가운데 지구촌에서 가장 매력적인 대도시 Paris가 사회적연대(La solidarité)의 가치를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고 구체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지가 정말 훌륭하게 다가온다.
이제는 서울도 그래야 하지 않을까? 언제까지 지방 사람들의 영혼과 노동력을 착취하며 생명을 연장할 것인가? 파리시에서는 파리시로의 지나친 집중을 방지하는 데에도 커다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수도권 집중을 방치하고 있는 한국의 수많은 정치인들과 시민단체들이 반성할 부분이지 않을까?
이제는 프랑스 파리 주택 정책의 긍정적인 부분을 최대한 한국과 서울시로 옮겨 실천하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서울시장이 시민들의 주거 안정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으로 바뀌어야 할 듯 싶다. 그것이 지구촌의 메트로 폴리스인 뉴욕의 시장(민주당)도, 런던의 시장(노동당)도, 파리의 시장(사회당)도 베를린의 시장(사민당)도 모두 좌파 정치인들이 시장인 이유일 듯 싶다.
프랑스 파리에 주택 정책을 배우러 왔지만,
한편으로 드는 생각은 서울시장을 바꾸어야 서울의 주택 정책이 바뀐다.
그리고 서울은 여성의 섬세한 정책 실천이 필요한 도시이기도 하다.
그동안 서울주택도시공사와 베를린 주택공사와 비엔나 주택공사를 방문하면서 어디에서도 느끼지 못했지만, 파리시의 행정기관 Paris Habitat에는 들어가는 입구부터 여성들이 매우 많았다. 이와 관련하여 Paris Habitat에 물어보니, 파리시는 여성채용률이 높을수록 행정기관에 가산점을 준다고 한다. 파리시의 시장 안 이달고(Anne Hidalgo, 1959년 6월 19일~ )는 여성으로서, 2001년 3월 25일부터 2014년 4월 5일까지 파리 부시장을 역임했으며, 2014년 4월 5일부터 파리 시장을 역임하고 있다. 어쩌면 이게 파리시의 강점일지도 ...
참고로 나 딸만 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