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수상한 언어생활

조잘조잘 말 잘하는 옆집 딸아이, 그런데 우리 아들은 어버버 하다면?

by 이달

"돛 돟아해?"

"돛? 돟아해!"

"도두마는?"

"도두마, 돟아해."

"드럼, 도두마 먹으러 가자!"

정원의 채송화를 보며 두 아이가 조잘조잘 이야기를 나눈다. 그런데 아무리 들어도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한국 나이로 5살, 태어난 지 채 40개월이 안 된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의 대화다. 상황을 미루어 생각해 보니 "꽃 좋아해?/꽃? 좋아해!/고구마는?/고구마, 좋아해/그럼, 고구마 먹으러 가자!"라고 말한 것을 미루어 알 수 있다.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와 나란히 식탁에 앉아 고구마를 까먹었으니까.




아이의 언어발달이 늦어져 속앓이 하는 엄마들이 있다. 주변에서 먼저 걱정을 해주시기 때문이다. 혹은 옆집 딸내미 언어발달이 눈에 띄게 빠르기 때문일 때도 있다. 그런 일은 흔히 겪는다. '애가 왜 못 걸어?' / '이는 왜 안 나지?' / '이름을 불러도 애가 반응을 안 보이네?' / '발음이 이상하네.' 등등. 그중에 가장 많은 간섭을 받는 영역 중 하나가 '언어발달'이다. 말이 빠르네, 느리네부터 말을 잘하네, 못하네까지. 실제로 언어발달 영역은 간섭도 많이 받지만 신경 써서 살펴볼 부분이기도 하다. 걱정스러운 부분이나 몹시 신경이 쓰인다면 망설이지 말고 전문가를 찾아가 볼 것을 권한다. 그래야 문제가 문제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도 있고 문제였다면 고칠 방법을 찾아볼 수도 있다. 불안에 휩싸여 오래 불편하게 지내는 것을 견디는 것만큼 미련한 일이 없다.

5살, 태어난 지 40개월도 안 된 남자아이의 발음을 걱정하며 설소대 수술을 정확하게 다섯 분에게 권유받을 때까지 나는 망설이다가 언어발달 검사를 받았다. 받기를 잘했다. 여러 가지 검사 후, 전문가에게 들어보니


-엄마의 말이 너무 빠르다.

-엄마가 부정확한 발음을 구사한다.

-아이와 눈을 마주 보고 이야기하는 훈련이 덜 되어 있다.

-아이의 말을 기다리지 않고 먼저 반응한다.

-자꾸 아이의 말을 고쳐주려고 한다.


이런 진단을 받았다. 설소대 수술은 받지 않기로 했다. 대신에 조언에 따라 몇 가지 생활 속 습관을 바꾸었다. 그러니까 아이들이 언어발달에는 개인차가 많기 때문에 발음이 조금 부정확하거나 말을 살짝 더듬는 정도의 일은 흔히 일어난다 했다. 어순을 바꿔서 말을 하거나, 말이 늦어도 너무 늦어 5살이 다 되도록 말을 아예 안 해서 부모 애를 태우는 아이들도 있 하셨다. 간혹 청각 검사, 시력 검사, 뇌파 검사 전문적인 검사를 필요로 하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은 때가 되면 다 잘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서 이런 문제를 알고 병원을 찾는 경우는 드물고 그런 경우에는 이미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경우인데, 그건 방치된 아이의 경우에나 그렇다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해서 나는 아이들에게 말을 할 때는 조금 천천히 말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을 했고, 정확하게 발음을 하기 위해 연극하던 시절을 떠올리며 발성 연습을 하기도 하고 발음 연습을 하기도 하고 입을 풀기 위해 아에이오우를 수시로 연습했다. 그리고 가능한 아이와 얼굴을 보며 눈을 마주치며 이야기를 했고 그럴 때 가능하면 아이를 무릎에 앉히거나 안아주거나 손을 잡아주어 내가 경청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아이의 말을 기다리는 연습도 했다. 아이가 틀린 말을 하면 바르게 말해서 되묻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수시로 펼쳐보았던 교과서 같은 책이 하나 있다.

<베이비 토크> 샐리 워드 지음, 마고북스

이 책은 '평생학습 능력의 기초를 쌓아주는 0세부터 4세 하루 30분 말 걸기 육아'라는 부제를 달고 있지만 주목할 단어는 '30분 말 걸기 육아'라는데 방점을 찍고 읽으면 좋겠다. 고쳐서 말하면 하루에 30분 정도 아이와 대화를 나누자는 것으로 이해해도 좋다.

그러니까 맞벌이 부부라서 많은 시간을 바깥에서 보내고 오는 부모여도 이것은 가능하다. 아직 회사에 다니던 때 내가 내 방식으로 했던 방식은, 잠자리에 들기 전 30분 정도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는 식이었다. 이야기를 나누다 30분 정도 지나면 '이제 그만 꿈나라로'라고 주문을 외우듯 말한다. 그러면 생각보다 아이들이 잠이 잘 들었다. 실컷 이야기를 나눈 뒤라 그랬다고 믿는다. 나직한 목소리로 불을 끄고 이야기를 하면 잠자리에 책 읽어주는 것과 비슷한 효과가 있다.

이후에 아이들이 좀 자랐을 때는 '질문하는 시간'을 정해서 잠자리에 들기 전에 30분 정도 아이들에게 질문을 받았다. 그러면 그 질문을 시작으로 이야기를 들려주고는 했다. 이렇게 훈련을 하다 보면, 평소에도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가 있다. 아이와 대화가 되지 않을 때는 그림책을 이용해도 좋다. 어떤 그림책도 좋지만, 아이가 말을 배울 때 읽어주면 특히 좋은 책들이 있다. 의성어와 의태어가 풍부한 그림책들이나 언어유희가 가득한 책이 좋다.

이제 내 아이들은 모두 초등학생이 되어버렸지만, 지금도 우리는 하루 정도는 그림책을 읽으며 논다. 서로가 단숨에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함께 가벼운 질문을 던지며 이야기를 나누기 좋다. 주로 주말 저녁 시간에 이런 모임을 가지는데, 읽기책으로 발전시켜도 좋지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 또 너무 좋은 그림책이 많기 때문에 큰애가 초등학교 5학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우리는 그림책이나 동시를 읽는다. 사실 동시는 최근에 도입했다. 우연하게 일산 알모 책방에 들려, 너무도 마음에 쏙 드는 동시집 6권을 추천받은 시집에서 고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콩세알을 하면서도 동시를 읽거나 낭독하는 수업을 했었기 때문에 동시집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최근에 나온 시집을 한 번에 6권이나 들이는 일은 새로운 자극이 됐고 동시 또한 부담이 없어서 아이들이 환영했다. 30분 말하기는 샤워를 하는 시간에, 식사를 하는 시간에 이뤄져도 좋다. 단출한 가족이라면 저녁을 같이 먹는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충분하다. 아이가 좀 큰 뒤라면.

물론 이 책은 태어나면서부터 48개월까지에 집중해 있고 그때까지 엄마와 아이가 충분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이후에는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본다.



<안녕, 가을> 케나드 박 글그림, 국민서관

자, 그럼 이제부터 그림책을 함께 찾아서 읽어볼까 한다. 사실 그림책이 좋은 이유는 그림에 어울리는 이야기가 아주 세련된 방식으로 디자인되어 있어서! 게다가 대부분은 아이들의 언어로 쓰여 있어서 자연스럽게 아이와 대화를 익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 아이들이 어릴 때 읽어준 책은 아니지만, <안녕, 가을>은 최근 내가 발견한 책 중에 보석 같은 책이다. 이미 브런치 매거진 <<그림책으로 육아하기>>에서 다루기도 했다. 이 책에 홀딱 반한 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주인공 아이가 길을 가면서 길에서 만난 모두와 인사를 나누는 점이었다.

"안녕, 장난꾸러기 여우들과 초롱초롱한 새들아!"

"안녕! 우리는 부지런히 먹이를 찾고 있어. 겨울 보금자리를 찾아 남쪽으로 날아가기도 해."

유모차를 끌고 밖으로 나가면서 이렇게 보이는 모든 것들에게 인사를 건네 보자. 아이는 엄마의 이야기를 쫓아 눈을 바쁘게 움직이며, 말을 한참 배울 때는 인사를 따라 건네기도 할 것이다. 이 인사하기는 외국 여행을 할 때도 좋다. 그 나라의 인사말을 배워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네본다. 그리고 헤어질 때 또다시 인사를 한다.

"안녕, 퐁네프 다리야! 안녕, 에펠타워야!"

보았던 것들의 이름을 불러주면, 즐겁게 인사를 나누는 것만으로 그 순간들이 더 소중하고 특별해진다. 아이의 언어 수준에 맞게 의성어와 의태어를 적절하게 넣고 패턴화 시키면 더욱 좋다.

이렇게 재미있게 노는 법을 이야기했는데, 이 책에서 내가 받은 가장 큰 메시지는 "때가 되면 가을이 오듯이 아이들도 때가 되면 말을 잘 한다"는 것이다. 마음 급해서 조바심을 내지 말고 아이가 매 순간 건네 오는 말을 들으며 아이의 언어생활을 연구해 보자. 특히 말이 늦은 아들아이가 있는 어머니라면. 참고로 나의 첫째는 24개월까지 엄마 아빠밖에 못했으며, 둘째는 다시 고백하건대 발음이 너무 좋지 않아서 설소대 수술을 받으라고 수없이 권함을 받았다. 그러니까 앞에 사례가 결국은 나의 고백이었다는 이야기다. 뭐, 지금은 둘 다 아주 유창하게 말을 잘 한다. 외국에서 살다 온 까닭으로 어휘가 부족한 부분은 있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고 믿으며 오늘도 열심히 책을 읽어준다. 읽어달라고 들고 오는 책은 거부하지 않고 원할 때까지 읽어준다. (이렇게 시간 여유가 있는 것의 비결은 우렁 삼 남매의 비밀을 밝히는 글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요즘처럼 날씨가 추울 때라면 고구마를 오븐에 굽고 가래떡을 기름에 구워 꿀에 찍어먹어도 좋겠다. 사이다 작가의 <고구마구마>와 <가래떡>은 아이와 말놀이를 하며 놀기에 딱 좋은 그림책이다. 어느 계절에나 봐도 좋지만 늦가을부터 2월까지 날씨가 쌀쌀한 날 오후에, 뜨끈하게 보일러를 틀어놓고 뒹굴뒹굴거리며 한가롭게 고구마, 가래떡 간식을 먹으며 이 그림책을 읽어보자. 이제 엄마엄마 하는 아기부터 애어른 남편까지 배꼽을 잡을 수 있게 하는 마력이 있는 그림책이다.


<가래떡> 사이다 글그림, 반달

<가래떡>은 나에게 조금 난해한 작품이었으나, 원주 그림책 시즌2 '그림책버스 달리다, 멈추다, 걷다' 전시회에 마련된 <가래떡> 부스에서 온몸을 놀아본 뒤에야 이 그림책에 어울리는 감상법이 따로 있음을 알았다. 모두가 동의하지는 않겠지만, 내 생각에 그 그림책은 3D형이다. 즉 체험형 그림책이라고 명명하고 싶다. 그림책의 공간을 아이와 몸으로 실컷 행위한 뒤에, 읽으면 모두가 자신의 경험을 소환해 불러낼 수 있다는 것. 다른 어떤 그림책보다 사전 경험이 중요한 그림책이라고 본다. 그러니까 가래떡을 먹어보지 않은 아이에게 이 책을 펼쳐놓고 읽기보다는 가래떡을 먹어본 아이에게 권하고 싶다. 그리고 가능하면 구성지게 낭독하기를 권한다. 느리게 읽기보다는 약간 속도감 읽게, 낭창낭창 낭독해 보자.

마치 기계에서 가래떡을 쭈우우욱 뽑아내는 낭독법이면 좋겠다. 탄성이 좋은 기저귀 고무줄 같은 것이 집에 있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런 맞춤한 물건을 찾기가 어렵다면 잘 늘어나는, 버리려고 마음먹은 털목도리도 좋겠다. 옆구리에 끼고 그림책의 첫 장면을 낭독하며 아이에게 가래떡을 뽑는 놀이를 해도 좋겠고 클레이 따위로 가래떡을 만들어 보고 썰어봐도 좋겠다. 진짜 가래떡을 뽑는 떡집으로 구경을 가도 좋을 터다. 뭘 하던, 경험하고 읽어라! 그리고 가래떡을 뽑듯이 읽어라! 할 수 있다면 가래떡을 구워 먹으면서 읽어라! 할 수만 있다면 추억의 가래떡 이야기를 술술 뽑아낼 할머니를 모셔와 가래떡을 먹으며 가래떡으로 놀며 읽으면 더 끝내준다!


<고구마구마> 사이다 글그림, 반달

<고구마구마>도 고구마 쫌 캐본 뒤에 놀면 어떨까? 밭에 가서 줄기에 줄줄이 딸려 올라오는 고구마를 캐 보거나 호미로 땅에 묻힌 고구마를 캐면서, 어렵다면 감자라도! 그렇게 땅에서 뭔가를 수확해 본 경험을 가지고 그런 경험이 조금도 여의치 않다면 최소한 고구마를 사다가 흙을 털어내고 삶거나 굽거나 튀겨서 앞에 딱하니 놓아두고 이 책을 펼치면 좋겠다. 이때 할 수 있다면 능청스러운 연기가 가능한 아빠가 낭독을 하면 금상첨화다. 개그 본능이 있는 엄마가 읽어도 좋겠고 집에 그런 재주 있는 부모가 없다면 삼촌이고 고모, 맛깔난 말투를 가진 할머니나 할아버지를 모셔다 들어도 좋겠다. 이 책은 그야말로 전연령이 배꼽을 잡고 읽을 수 있다고 장담한다. 뭐, 100명이 있으면 100명 모두가 동의를 하지는 않겠지만 우겨본다. 나는 어린이가 있는 전국의 모든 가정에서 <고구마구마>를 읽고 온 가족이 배꼽 잡고 웃으며 고구마를 먹기를 권한다. 혹시 너무 웃다가 체할 수도 있으니 반드시 사이다는 따로 준비하자. 톡 쏘는 사이다 작가님을 모셔갈 수는 없으니, 톡 쏘는 사이다를 들이키며 시원하게 고구마를 위로 넘길 때, 우리는 영혼으로 고구마구마가 넘어가며 정신으로 시원한 사이다 한 사발을 들이켠 듯한 유쾌함을 맛볼 테다. 이런 책을 읽고 나면 아이들은 저절로 말장난이 늘게 된다. 나는 초등학교 1학년, 3학년, 5학년과 며칠 동안 구마구마하며 놀았다. 아빠까지 합세해 주심 정말 좋았는데, 아빠님께서 집에 늦게 들어오시느라 이 유쾌한 경험을 함께 하시지 못해, 우리는 이 놀이를 아빠님께서 쉬시는 어느 날에 다시 하자고 모의를 하기도 했다. 이렇게 재미났던 아이들은 집에 놀러 온 2세 딸아이와 5세 아들아이에게 신나게 읽어주며 집에서 했던 우리들의 놀이를 전파하기에 이른다.



<앵무새 해럴드>, 코트니 딕마스 글그림, 봄봄

이렇게 말에 관한 그림책을 풀다 보니, 끝이 없다. 알고 있는 정보를 오늘 모조리 다 풀 생각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 책만 더! 저절로 외쳐진다. 코트니 딕마스의 <앵무새 핼럴드>! 재주 많은 앵무새 해럴드가 세상의 모든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집안의 소리에서 집 밖의 소리까지. 세심하게 살피는 앵무새 해럴드의 모습은 호기심 많은 아이 같다. 그런데 정작 앵무새 해럴드가 낼 수 있는 소리는 '롸아아악!'! 하지만 이 끔찍한 소리에도 친구들은 박수를 치고 환영한다. 앵무새 해럴드는 다른 여러 소리를 흉내 낼 수 있었지만 자기 소리를 낼 때 행복하다는!

이 책을 읽을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만약 나에게 30개월쯤 된 아이가 있다면. 이 책 역시 내 아이가 어릴 때 출간된 책이 아니다. 2013년도에 세상에 선보였으니, 셋째가 무려 서너 살 무렵이다. 한국에서 이 책이 소개된 것은 2016년. 그러고 보니 2016년과 2017년에 좋은 책이 어마어마하게 쏟아져 나왔구나.

다시, 만약 나에게 30개월쯤 된 아이가 있다면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 하루 종일 말 따라 하기 놀이를 할 것이다. 실제로 아이들이 서너 살 무렵의 친구 말을 그대로 흉내 내며 노는 놀이를 하기도 한다. 그럴 때 형제끼리 싸우기 일쑤다.

"따라 하지 말란 말이야!"

"앵무새처럼 따라 하지 말라고!"

이럴 때 이 책을 같이 읽어보자. 그러니까 형제나 남매가 이런 일로 싸울 때, 이 책을 같이 읽어봐도 좋겠지 않냐는 소리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이 책을 자기 목소리 내는 이야기로 읽어도 좋고 경청의 코드로 읽어도 좋지만 오늘은 말을 배우는 아이와 노는 책으로 한번 접근해 보려고 한다. 다시 반복해서 먼저 세상의 소리를 흉내 내는 놀이를 하다가 이 책을 읽어도 좋고 혹은 서로의 말을 따라 해 봐도 좋다. 어떤 소리를 흉내 내더라도 잘하더라도 못하더라도 앵무새 친구들처럼 박수를 쳐주자. 이때 박수는 앵무새 박수 말고 물개 박수! 흥이 나면 박수를 치다가 그림책 공작소에서 출간된 <박수>를 읽어도 나는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책을 펼쳤다 닫으며 박수 소리를 흥겹게 내면서. 이야기를 듣는 독자에 따라 시큰둥한 반응이 올 수도 있다. 이럴 땐 수줍어하며 책을 원래 자리에 돌려놓아도 좋다.

자, <앵무새 해럴드>를 펼치고 '해럴드' 대신에 아이 이름을 넣어 읽어볼까? 한동안 이 놀이를 지속해도 나는 참 좋다고 생각한다. 단 싫어하는 친구가 "싫다"라고 하면 바로 멈춰야 한다고 알려주자. 어린이집에서 전화가 걸려와서 나처럼 케이크 들고 사과 편지를 써서 남의 아파트 앞에 서서 허리 굽힐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 그래도 책을 읽을 때는 몰입해서 환희를 느끼도록!!!!




당신이 이 책을 펼친다면, 깜박깜박 잘 잊어버리는 도깨비의 마력에 빠져들 것이며 만약 낭독을 한다면 그림책의 낭동의 문학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될 것이다. 눈으로만 읽으면 절대 안 되는 그림책, 바로 사계절의 <깜박깜박 도깨비>다. 이 그림책은 세상에 없었던 이야기를 가져와서 새롭게 내놓은 게 아니라, 우리나라 전래 이야기를 가져왔는데, 구성이 어찌나 재미났는지!!! 이 책은 아이와 신나게 읽고 이야기의 중간중간을 바꿔가며 읽으면 재미나다. 주인공 아이의 이름에 아이 이름을 넣어 읽고 깜박깜박 잘 잊어버리는 도깨비 대신에 엄마 이름을 넣어 읽어도 좋고 중간에 갚는 물건들을 아이가 좋아할 만한 것으로 바꿔도 좋다. 아예 잘 잊어버리는 엄마와 아이의 이야기로 고쳐 읽어도 좋고 뒷부분에 이야기를 새롭게 지어도 좋다.

아이들은 보통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를 지어내어 말하기를 좋아하는 일종의 '구술기'를 지나가게 되는데 이때 아이는 이야기 짓기의 달인 같다. 이럴 때 이 책을 가지고 놀면서 읽으면 그야말로 재미난 많은 이야기를 아이로부터 들을 수 있고 또 이야기 짓기의 재미에 엄마도 빠질 수 있고.

그림책 한 권으로 한 달을 신나게 보낼 수 있다면, 이 책을 머뭇거리며 책 가격 때문에 고민하거나 인터넷에서 살까 헌책으로 살까를 고민하지 않을 것이다. 이야기를 조잘조잘 떠들기를 좋아하는 아이나, 조잘조잘 떠드는 엄마의 이야기 듣기를 좋아하는 아이 모두에게 권한다.

아, 말이 이 정도로 술술 거침없이 나온다면 성공! 아들 키우는 엄마로서도 당신은 대박! 그 이야기 들어주는 아들도 대박! 요즘 유행으로 슈퍼 그뤠잇!



<소년과 재규어> 앨런 라바노비츠 글, 카티아 진 그림, 재능교육

오늘 마지막으로 책장에서 빼든 그림책은 재능교육의 <소년과 재규어>다. 이 이야기는 길게 하지 않겠다. 이 책을 아이와 읽는다면 아마도 당신은 말을 더듬거나 말이 느리거나, 말의 어순을 틀리게 말하며 어버버 하게 말을 잘하지 못하는 친구를 만났을 때에도 가만히 경청하여 그 친구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좀 더 많은 엄마들이 이 책을 읽고 내 아이와 다른, 혹은 나와 다른 누군가를 만났을 때 그 사람의 마음을 생각해서 상처를 주지 않는 어린이가,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

오늘도 아이가 말이 느려서, 혹은 말을 더듬어서 혹은 이상하게 대꾸해서 혹은 말을 따라 해서 혹은! 그 외에 모든 문제라고 생각하는 일들을 눈앞에서 볼 때에 내 아이의 일처럼 여기며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는 우리들이기를 바란다.

어버버 한 우리 아들이 곧 유창해진다고 믿으며, 이미 그렇게 안갯속을 걷는 것처럼 답답했던 세월을 지나온 두 아들 엄마가, 그것도 말이 대단히 늦어서 결국에는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말>이라는 책을 써야만 했던, 엄마가 골라낸 책들로 위안을 삼으며 또 하루를 흘려보내시길! 밤이 너무 깊어서 오늘은 여기까지 쓰고 그만! 모두 굿밤 하시길!